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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금융연구소는 지난 8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품이 존재하며 금융권의 대출규제 등으로 집값이 떨어지면 금융권 전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근거로 이정원 수석연구원은 전국적으로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이 6.5배에 이르며 서울은 13배나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 등 수도권은 지방보다 집값이 3배 이상 고평가됐음에도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지방에서 집값이 먼저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먼 브러더스의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수바라만은 9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67%로 1년 전의 64%보다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면서 “한국이 집값 하락으로 카드위기가 발생한 2002년 전후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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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수석연구원은 “당분간 국내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은 낮지만 주택공급의 지연으로 버블 문제는 1∼2년 안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지속적인 잠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울과 강남권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내재가치(전세소득+자본이익 기대값)보다 15%와 51%씩 고평가됐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집값이 더 오른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더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에 비해서는 최고 2배 정도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지수(PTI)를 보면 미국과 영국, 캐나다는 1년 연봉의 9∼10배인데 한국의 강남권은 18∼19배에 이른다.”면서 “강남권은 선진국의 2배 정도가 거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거품을 인정하자니 부동산 정책 실패를 시인하는 것 같고, 부정하자니 현실 인식 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증시의 주당순이익(PER)에 빗대어 거품을 부분적으로 인정했다. 예컨대 20억원짜리 집을 보유하는 것은 연이율 5%를 감안할 때 1년에 1억원의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해 거품은 있다는 것. 다만 지금까지 자본이익을 통해 그 이상의 수익을 올려 거품으로 보이지 않았으나 집값이 안정되면서 자본이익 기대치도 줄어 거품이 두드러져 보인다는 논리다.
하지만 거품이 꺼지는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고종완 대표는 급격한 거품붕괴는 없을 것이며 2∼3년 이상 장기적으로 완만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도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지난 2∼3년간 거품 논쟁이 계속됐지만 지금에서야 집값이 빠지고 있다.”면서 “시장에 혼란을 주기보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에 당국이 차분히 신경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재경부의 관계자는 “거품 붕괴 경고는 거시적인 트렌드를 말한 것으로 주택이 공급되면 집값이 올라갈 소지가 적고 인구구조 변화로 전원주택에 대한 수요도 증가, 집값이 중장기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다만 교육과 주거환경, 치안 등이 차별화된 지역에선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집값 폭락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부의 바람이 함축된 분석이다.
한편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중과세 정책으로 투기수요를 죽이려 한 것이 결과적으로 기존 주택의 공급마저 죽이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고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는 “가격이 오른다고 모두 거품현상으로 볼 수 없다.”면서 “지금 주택시장이 거품이라면 일본처럼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올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문일 이영표기자 mip@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