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압구정동에 후터스(Hooters)가 문을 연답니다.
후터스는 올빼미인데. 속어로 여자 가슴을 의미한다네요.
핫팬츠에 탱크탑을 입은 늘씬한 아가씨들이 서빙하는, '섹시개념 레스토랑'이라 해서 두들겼습니다.
1983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문을 연 바 겸 레스토랑으로,
종업원인 ‘후터스 걸’들이 반라에 가까운 수영복 비슷한 옷이나
치어 리더복,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서빙해 화제가 되고 있다.
메뉴는 치킨과 시푸드 등으로 일반 패밀리레스토랑과 비슷하지만,
플레이보이 모델 등 연예계로 진출한 경우가 많을 정도로 미모와 몸매가 한가닥 하는 후터스걸들이 서빙한다.
젠장 미국 가본지가 하도 오래되나서---. 이런걸 찾아 봐야 하니--.
후터스 걸은 어떻게 뽑나 들어가 봤더니,
가까운 후터스에 가서 신청하라고 되어 있군요.
후터스의 社是(?)는 맨 위 사진에 나와 있듯,
'기분 좋은 끈적거림, 그러나 때 묻지 않은(delightfully tacky, yet unrefined)'입니다.
해변가 레스토랑에 앉아 시푸드나 윙을 안주 삼아 차가운 생맥주 한잔,
거기에 핫팬츠 차림의 늘씬한 미녀까지,
카! 시원하겠죠?
후터스는 단순한 섹시개념 레스토랑만은 아닙니다.
성공 마케팅의 교과서 같은 모범을 보여준 기업이죠.
전세계에 '섹시' 컨셉의 레스토랑뿐 아니라
창업 20여년만에 카지노와 호텔, 항공사까지---
진출한 업체입니다.
마케팅 비결은 바로 '섹시' 컨셉과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 능력에 있습니다.
소위 입소문 마케팅(viral marketing)으로 성공한 기업이죠.
단순히 늘씬한 몸매의 여성들이 서비스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이들 가운데 최고의 미녀를 가리는 이벤트를 벌였고,
레스토랑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매년 열리는 후터스걸 수영복 컨테스트는 세계적 관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물론 상당히 자가발전해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거죠.
이들 가운데는 할리웃으로 진출하거나 플레이보이 같은데 모델로도 나오고,
다른 유명 모델도 배출하고 하면서
바이럴 마케팅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내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 나갈 수 있었던 거죠.
시푸드를 먹으러 자주 가는 식당의 후터스걸이 수영복 컨테스트에 나가 우승했다거나
모델이 되어 잡지에 났다하면 '이야기'는 달라지죠.
"야, 내가 지난달 후터스 가서 누구랑 이야기 했는데
글쎄 개가 이번에 수영복 컨테스트에서 우승했대"
혹은 "누가 모델이 되어 무슨 잡지에 났는데 봤냐"는 식입니다.
후터스걸에 둘러 싸인 세계 최고 부자 1,2위인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
후터스의 이벤트 생산 능력은 진짜 만만치 않습니다.
홈페이지에 가 보니까, 시즌별로 후터스 잡지를 내고
후터스 걸 캘린더를 통해 후터스 걸들의 가치를 높이고 있습다.
유명해진 후터스 걸, 그 자체가 후터스의 또하나의 자산이 되는 거죠.
게다가 골프, 자동차, 보트 레이싱 등을 후원하면서 엄청난 홍보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대회때마다 자신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핫팬티 차림의 후터스 걸들이 몰려다니니
카메라맨의 초점을 끌어 당길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다시 또 유명해지고---.
특히 후터스걸 모집은 취업에 있어 남성을 차별한 것이라는
소송에 휘말리는 바람에 한차례 더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외식업체에서 서비스 하는 종업원이 핫팬츠 차림에 탱크탑을 입고 서비스 한다고
외설이니 어쩌니 떠드는 건 진짜 허례허식(?)이라고 할 수 있겠죠?
2006년 후터스 수영복 콘테스트 우승자.
후터스 비슷한 섹시 개념의 영업방식이 국내에서 시도 되지 않았을리가 없겠죠?
이미 ‘한국판 후터스’를 표방한 레스토랑들 때문에 제기된
상표권 관련 소송이 15건이나 된답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주로 술집에서 핫팬츠나 초 미니스커트를 입은 아가씨들이 서빙하는 구조에만 머물러,
'비키니 바'에서 더 확대 재생산되지 못한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비키니 바'는 술집에다 단지 '볼거리'를 얹는 서비스 제공에 그칩니다.
우리나라에서 술집이란 원래 여종업원과의 질퍽거림, 끈적끈적한 관계에 익숙한 곳입니다.
거기에서의 '볼거리'는 더 질퍽한 타락으로 유혹하거나 아니면 애간장만 삭히는 구조지,
맨 정신에서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레스토랑 개념은, 아무래도 술집보다는 더 편안하고 절제된 분위기 입니다.
술을 마시더라도 질척거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밥먹으면서 '끈적끈적한 서비스를 그러나 때묻지 않은',
상호 모순된 것 같은 서비스를 받게 되면 남자들이 녹아 내리지않을 재간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론 우리의 술문화가 워낙 거칠어,
'밥 팔아' 돈 벌기엔 한계가 있지 않을가 싶습니다.
결국 술을 주종목으로 할 가능성이 높겠는데---.
그렇게 되면 미국의 후터스와는 다른 '비키니 바'의 아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모르겠습니다. 요즘 젊은이들 술문화가 폭주 스타일이 아니고
조금 길~게 즐기는 스타일로 바뀌어가고 있고, 술 취하지 않고도 노래하고 춤추는 데 익숙한 편이라서, 인기를 끌게 될지도요.
재미있는 것은,
후터스가 1호점을 내기로 한 압구정동엔 이미 모델들이 서비스 하는 '외식업체'가 있습니다.
한국 토종 '섹시' 컨셉의 외식업체라고나 할까요?
화류계 은퇴 생활이 5년여가 다 되니까, 이런 업체가 생겼다는 걸 오늘까지 전혀 모르고 지냈습니다.
현직 모델들이 주축이 되어 서비스 하는 '제인걸스'란 곳 입니다.
2000년 SBS슈퍼모델 출신 황수진씨가 그 곳에서 일한 답니다.
'건전한 외식문화'를 내세우고,
무대 외엔 설자리가 별로 없는 모델이나 모델 지망생들에게 활동영역을 넓혀주기 위해
그런 공간이 만들어 졌답니다. 이건 스포츠 신문에 난 이야기 입니다.
이들을 '에스코트 모델'이라고 하는데,
스스로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외식 서비스에 종사하도록 하고 있다고 하네요.
구글검색에선 '에스코트 서비스''는 요상한 게(?) 아니라며 각국 미녀들을 소개하고 있는 경우가 많군요.
에스코트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모델 업계의 트레이너의 교육을 수료하는 등,
엄격한 준비가 필요하고 네이버에 카페도 개설되어 있답니다.
처음 제인걸스에서 일할 사람을 뽑는다고 했을 때 경쟁율이 150대1이나 됐었답니다.
이쯤되면 외식업체 서비스우먼이 아니라 진짜 무슨 미인대회 입상수준 아닐까요?
한물 갔다는 압구정동에서
후터스와 제인걸스가 한판 벌이면서 압구정시대가 다시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후터스의 20여년에 걸친 성장사를 훑어 보다가
술 소비량에 관한한 전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왜 전세계 술문화를 이끌 컨셉이나 브랜드가 나오지 않는지 이상합니다.
술과 관련해 뭔가 좀 창조적으로 만들어 내, 세계에 깃발을 꽂을만 한 게 없을까요?
아장아장 맛있는 점심을 먹고나서---
'한판 승부'라 설레발을 쳤지만,
남자가 보기엔 승부수가 워낙 뻔해서---
여성들 입장에선 섹시컨셉 레스토랑의 승부처를 어디에 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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