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의 혁신은 ‘불파만 지파참’(不 慢 只 站)이다. 느린 것은 두렵지 않으나 다만 멈춰 서는 것이 두려울 따름이다” ‘혁신 총장’ 김성일(58·사진) 공군참모총장의 철학이다. 지난해 10월 취임 이래 일선 비행단을 일일이 돌며 현장의 혁신을 독려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로 군이 변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일선 장병들과 격의 없는 대화와 토론으로 공군의 혁신을 착실하게 일궈내고 있다.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하지 않는 선진 공군,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강한 공군을 이끌고 있는 그를 19일 오후 국방부 서울사무소에서 만나 대담을 가졌다. 대담은 이정호 국방일보 편집인이 했으며, 공군의 주요 현안과 혁신에 대해 2시간 동안 나누었다.
■ 대담=이정호 국방일보 신문부장
- 총장님의 혁신 철학을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혁신의 ‘혁’자는 가죽을 뜻합니다. 가죽이 가공돼 구두나 가방이 되듯이 명실공히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사실 혁신이라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은 혁신에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죠. 특히 군대 조직이 변하기 위해서는 위에서부터 바뀌지 않으면 힘듭니다. 허공에 치는 꽹과리와 같은 것으로 혁신은 위에서부터 생각이나 행동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 공군의 주요 혁신 방향은.
“무엇보다 사람을 바꾸고 인재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어디 내놓아도 자기 몫을 제대로 하는 교육과 훈련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우리 군이 많은 부분을 개방하고 다방면에 인재를 양성하고 있지만 공군은 조종사가 전투력의 핵심이므로 아무래도 조종사 위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공군 전체 발전은 조종사를 포함해 모든 장병의 참여가 중요합니다. 정말로 좋은 인재들이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시너지 효과를 내야 혁신이 성공할 수있고, 그래서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지난 1년간 강도 높게 추진한 공군 혁신의 가시적인 성과는.
“공군 발전의 비전체계인 사명·핵심가치·비전을 수립했습니다. 성과 중심의 조직관리체계인 BSC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도전·헌신·전문성·팀워크를 공군 핵심가치로 선정했습니다. 85정밀표준창이 국가생산성 대상, 공군본부가 2006년 사회책임경영대상, 선진경영기법 6시그마를 도입한 남부전투사령부가 대통령상을 받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전투력 부분에서는 효과중심작전(EBO : Effects Based Operations) 적용, 인사관리에서는 비공사·비조종사 출신의 진급을 적정 수준으로 보장하는 출신·병과별 균형 발전안 도입, 조직관리에서는 혁신 이어달리기로 총장부터 이등병까지 혁신 마인드로 무장했습니다.”
- 평소에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고 계시는데, 발상의 전환이 왜 필요합니까?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을 위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생각을 완전히 바꾸다 보면 기존 관행에서 탈피하는 것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도심 속 빌딩 막사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군도 국민도 환경적으로 좋다는 점에서 시도해 볼 만하다고 봅니다. 그런 도심 속 막사를 샘플로 검토 중에 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발상의 전환입니다. 늘 생각해야 그런 아이디어도 나옵니다.”
- 우리 군도 과거부터 수없이 변화와 혁신을 해 왔지만 결국 또 다른 혁신을 해야 했습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시는 지요.
“저는 혁신을 내 임기 때 다 이뤄보겠다는 생각은 안합니다. 혁신의 공감대·느낌·기반만이라도 구축했으면 합니다.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간 계층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혁신의 전도사가 돼야 합니다. 위에서 지시하니까 한다는 마음이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혁신은 ‘불파만 지파참’입니다. 느린 것은 두렵지 않으나 다만 멈춰서는 것이 두려울 따름입니다.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계속 굴러가야 합니다. 금방 끓는 물이 금방 식는 법입니다.”
- 국방 개혁의 큰 틀속에서 공군의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군이 커져야 한다는 주장이 안팎으로 힘을 얻고 있는데 이에 대한 총장님의 생각은.
“우리 공군에서 요구하지 않더라도 당연히 그런 방향으로 갈 것으로 봅니다. 최근 코소보·아프가니스탄·이라크전쟁을 보면 결국은 공군력이 전쟁을 좌우합니다. 제일 먼저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 공군력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꼭 강조하지 않아도 공군력의 중요성을 누구나 인식하고 있고, 우리 군의 전략적 환경이 공군력을 키워서 유사시 써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군도 부단한 혁신을 통해 내적으로 탄탄한 전문성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 최근 안타깝게도 공군력의 핵심 전력인 숙련급 조종사들의 전역이 늘고 있습니다. 마땅한 대책이 있어야 할텐데요.
“참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내 입장에서는 예산을 반영해서 조종사들이 금전적 보상이나 진급 쿼터를 받아 계속 근무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지만 국방부 입장에서는 공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육·해군도 있습니다. 형평성 차원에서 국방부도 어려운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평소 강조하시는 지휘철학이나 인생의 좌우명은 무엇입니까.
“저는 신뢰를 강조합니다. 믿음을 중시합니다. 지휘관과 부하 간 서로 믿음이 있어야 강해집니다. 부하들에게도 이 점을 철저하게 강조합니다. 총장이 된 지금도 내 스스로 부하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지 자문해 봅니다. 인생의 좌우명은 모든 일을 깊게 생각하자입니다. 그리고 떳떳하게 살자입니다. 진실해야 합니다. 모른 것을 아는 척하는 것은 가리면서 사는 것입니다. 진실·성실·정직이 있으면 떳떳하게 사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활짝 웃으며 살자입니다. 속으로 괴롭더라도 웃다 보면 어느새 스트레스가 해소됩니다. 매사에 활짝 웃고 살았으면 합니다.” 정리=김종원·사진 정의훈 기자
● 김성일 총장 프로필
▲경남 진해(1948년) ▲경북고(1967년) ▲공사20기(1972년) ▲합동참모본부 비서실장(1996년) ▲공군11전투비행단장(1997년) ▲공군 항공사업단장(1999년) ▲공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2001년) ▲합참 인사군수본부장(2003년) ▲국방정보본부장 겸 합참정보본부장(2004년) ▲제29대 공군참모총장(2005년) ▲국방대학원 국제관계과정(1991년) ▲연세대 행정학 석사(1993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2004년) ▲고려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2005년) ▲보국훈장 삼일장(1992년) ▲천수장(2000년) ▲국선장(2005년) ▲대통령 공로표창 (1997년) 외 다수
김성일 총장은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총장 …
김총장은 비행단 혁신 이어달리기가 끝나고 장병들과 어울리는 회식 자리나 비공식 모임에서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60대를 바라보는 ‘근엄한 총장님’이 청바지를 입고 나타나면 모든 장병이 깜짝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 30대만 넘어도 입기 힘든 청바지를 김총장은 여러 벌 갖고 있다. “양복을 입고 나갈까 간편복을 입고 나갈까 고민을 했습니다만 일부러 청바지를 입고 나갔습니다. 장병들이 조금이나마 총장에게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데, 지금은 예하 부대 지휘관들이 나 때문에 청바지를 산다고 합니다.(웃음)” 이처럼 김총장의 열린 사고와 발상의 전환은 실질적인 공군 혁신으로 이어진다. 실용적이며 소탈한 마인드는 일선 부대의 혁신을 끌어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군생활 동안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총장과 일선 병사가 소주잔으로 거리낌 없이 러브 샷을 하는 장면은 장병들을 감동시킨 일화로 유명하다. 술·담배를 일절 하지 않으나 병사들의 간청에 따라 러스 샷에 스스럼없이 응했다. 김총장은 독서광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혁신 모티브도 한 달에 3권 이상 읽는 독서에서 나온다. 항상 책을 끼고 산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성경책에서부터 리더십, 경영 관련까지. 최근에는 장인정신을 그린 ‘미스터 초밥왕’ ‘신의 물방울’ 등 만화책도 즐겨 읽는다. 만화책을 읽는 총장,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총장, 거리낌 없이 병사들과 러브 샷을 하는 총장. 그런 사고의 유연함과 발상의 전환이 바로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공군’ ‘변화와 개혁을 주도하는 공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군’ ‘일할 맛나고 매력 있는 공군’을 만들어 가는 혁신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테니스와 골프, 매일 새벽 산책으로 건강을 유지한다. 가족으로는 부인 이선숙 씨와의 사이에 2녀가 있다.
< 김종원 jwkim@dema.mil.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