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가자 / 이승용
바람부는 날이면
숲으로 가자.
세상 둘러싼
부푼 소문들 와 닿지 않는
그윽한 푸르름이
전율로 우뚝서는
숲으로 가자
양지에 흔들리는
그림자도 모르게
속앓이 깊어져 모나지 않는
둥근 나무들 사이로
가볍게 허물을 벗는
숲으로 가자.
좁아진 하늘가
풀 속의 향기와 바람의 속삭임으로
울적한 가슴에 그늘 되어주는
숲으로 가자.
더 높은 하늘과
더 깊은 숲길을 거닐며
저마다 계절의 향기를 간직한 채로
바람의 손잡고
숲으로 가자.
- 94 '바람으로 일어서는 날' 수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