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해금강

鶴山 徐 仁 2006. 10. 5. 11:52
▲ 태고의 신비를 호수처럼 잔잔한 짙푸른 바다 위에 담고 있는 거제 해금강
ⓒ2006 이종찬
한 폭의 살아 움직이는 풍경화

태고의 신비를 호수처럼 잔잔한 짙푸른 바다 위에 담고 있는 거제 해금강. 북녘에 있는 해금강과 더불어 남녘에 있는 또 하나의 '바다 금강산', 혹은 '제2 해금강'이라고도 불리는 거제 해금강은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남동쪽 앞바다에 떠있는 두 개의 큰 바위섬을 말한다. 하지만 갈곶리에서 해금강을 바라보면 한 덩어리의 바위섬처럼 보인다.

하늘과 맞붙은 수평선에 한 폭의 살아 움직이는 풍경화처럼 일렁거리고 있는 거제 해금강. 거제 해금강은 남녘 끝자락 짙푸른 바다 위에 불쑥 튀어나온 갈곶리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다. 하긴, 요즈음에는 통영과 남해안 부두 곳곳에 해금강으로 가는 유람선이 흔하지만 예전에는 이곳 갈곶리에서 조그만 고깃배를 타고 해금강을 오가곤 했다고 전해진다.

환상의 바위섬 해금강을 제 품에 안고 있는 갈곶은 예로부터 어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기잡이를 하는 집은 몇 채 되지 않는다. 거제 해금강의 기기묘묘한 풍경이 널리 알려지면서 갈곶리의 경치 좋은 장소 곳곳에 여관과 모텔 등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갈곶리는 원래 전형적인 어촌이지만 지금은 마치 도시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한 가지 더. 거제 해금강을 제대로 구경하기 위해서는 갈곶리에서 조그만 고깃배를 타고 가는 것이 훨씬 더 좋다. 이곳 주민의 말로는 고깃배를 타고 가야 십(十)자형 벽간수로(壁間水路)를 제대로 구경할 수가 있단다. 게다가 10여 분 남짓 해금강을 급히 지나치는 유람선은 덩치가 너무 커서 북, 동, 남쪽에서 드나들 수 있는 이 환상의 벽간수로를 지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 해금강 들머리는 새파란 물빛이 참으로 곱고 잔잔하기 그지 없다
ⓒ2006 이종찬
▲ 잔잔한 남녘바다 위를 떠도는 바다의 금강산
ⓒ2006 이종찬
"해금이란 강이 대체 어디에 있는 겁니까?"

"저어기 말 좀 물읍시다. 여기 해금이란 강이 대체 어디에 있는 겁니까?"

"네에에? 혹시 해금이란 강은 해금강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아까 도로 표지판을 보니까 이 몽돌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것 같던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이곳에는 바다밖에 보이지 않네요."

"아저씨도 참! 해금강은 강(江)이 아니라 거제 앞바다 위에 떠있는 기암절벽의 바위섬을 말합니다. 그 바위섬이 마치 바다에 떠있는 금강산처럼 아름답다 하여 해금강이라고 부르는 거지요. 해금강에 가려면 저기 몽돌해수욕장 선착장에서 외도까지 돌아보는 유람선을 타고 가야 합니다."


지난 13일 아침. 나그네가 거제 몽돌해수욕장 오른편 끝자락에 있는 울창한 소나무 숲에 올라 몽돌해수욕장이 숨겨놓은 또 하나의 짙푸른 바다를 넋 나간 듯 바라보고 있는데, 50대 중반 남짓해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해금강으로 가는 길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 아무리 이 주변을 둘러보아도 강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기가 찬다. 아직까지도 거제도의 해금강을 강(江)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다 있다니. 하긴 거제도를 처음 찾아오는 사람들이나, 북녘의 해금강만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거제도 곳곳에 서 있는 도로 표지판에는 몽돌해수욕장과 해금강이란 글씨가 나란히 새겨져 있으니 말이다.

▲ 기기묘묘한 바위의 모습과 위태로운 절벽이 환상적이다
ⓒ2006 이종찬
▲ 천태만상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2006 이종찬
유람선 선장은 제 혼자 떠들고, 사람들은 우왕좌왕하고

거제 학동 몽돌해수욕장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둘러본 해금강. 그날 해금강은 나그네에게 제 속내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아니, 해금강이 속내를 보여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유람선을 몰고 있는 선장이 무슨 꿍꿍이속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해금강 앞바다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그 대신 유람선 선장은 선실에서 마이크를 들고 열심히 조잘대기 시작했다. 저게 촛대처럼 생겼다 해서 촛대바위, 저게 사자 머리를 닮았다 하여 사자바위, 저게 병풍을 둘러친 듯하다 해서 병풍바위, 저게 해와 달이 떠오른다고 해서 일월바위라는 둥. 하지만 그 선장이 말하는 '저게'라는 바위가 어느 것을 말하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뱃머리에 나온 관광객들이 우왕좌왕하며 수군거렸지만 유람선 선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십자동굴 들머리에 1분 남짓 배를 세웠다가 재빠른 속도로 해금강을 거쳐 우도로 뱃머리를 돌려버렸다. 그 때문에 해금강의 기막힌 비경을 찬찬히 디카에도 담고, 디카 동영상에도 담으려는 나그네의 꿈은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하긴, 선장이 그런다고 해서 전국 곳곳을 이 잡듯이 헤집고 다니는 나그네가 디카에 아무것도 담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배가 너무 세게 달리는 바람에 찍은 사진의 각도가 제대로 맞지 않았고, 급히 담은 동영상도 재생을 시켜보니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당장 선장에게 달려가 따지려 하다가 그만두었다. 이미 외도가 코앞에 다가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 바위섬 위에는 휘귀한 나무들이 빼곡한 숲을 이루고 있다
ⓒ2006 이종찬
▲ 거제 해금강은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남동쪽 앞바다에 떠있는 두 개의 큰 바위섬을 말한다
ⓒ2006 이종찬
해금강만 천천히 둘러보는 유람선은 왜 없을까

채 10여 분도 되지 않았던 거제도 해금강 관광. 근데, 그날 유람선 선장은 해금강에서 왜 그리 서둘렀을까. 입장료 5천 원을 따로 받는 외도가 해금강보다 훨씬 더 아름다우니 그곳에서 1시간 30분 동안 실컷 구경하면 된다는 자신의 뜻을 그렇게 드러낸 것일까. 아니면 관광객을 한 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그렇게 서둘렀던 것일까.

사실, 유람선을 타려는 대부분은 외도보다 해금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 비싼 입장료에도 쓰다 달다 말하지 않고 표를 끊는다. 근데, 일단 유람선을 타게 되면 자신의 뜻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억지로라도 외도를 둘러보아야 한다. 해금강만 둘러보는 그런 유람선은 아예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도에 도착하게 되면 싫으나 좋으나 입장료 5천 원을 다시 내고 그 섬에서 1시간 30분을 보내야 한다. 유람선이 외도에서 이미 관광을 마친 관광객들을 다시 싣고, 몽돌해수욕장 선착장으로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1시간 30분이 지나야 유람선이 다시 해금강 관광을 마친 관광객들을 빼곡히 싣고 외도로 되돌아온다.

스무 살 무렵, 동무들과 어울려 처음으로 찾았던 거제 해금강. 그래. 그때는 뱃삯도 지금처럼 비싸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유람선이 해금강에 닿았을 때 나룻배처럼 아주 천천히 달렸고, 선장이 선실 밖으로 나와 해금강의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일일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을 자세하게 해주었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

▲ 하늘과 맞붙은 수평선에 한 폭의 살아 움직이는 풍경화처럼 일렁거리고 있는 거제 해금강
ⓒ2006 이종찬
▲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이 간직하고 있는 해금강
ⓒ2006 이종찬
심하다. 그러잖아도 찌는 듯한 날씨까지 겹쳐 짜증이 절로 난다. 아무리 메뚜기도 한철이라지만 이건 빤한 상술이 너무 환하게 보인다. 관광객들은 그저 돈만 내고 자기들이 제멋대로 정해놓은 관광코스를 따라오면 된다는 식이다. 언제쯤이면 이런 빤한 상술이 저절로 사라지게 될까. 언제쯤이면 해금강만 천천히 둘러보는 그런 유람선을 탈 수 있을까.

/이종찬 기자


덧붙이는 글
☞가는 길/서울-대전- 대진고속도로-통영나들목-거제대교-해금강, 학동 몽돌해수욕장 쪽-몽돌해수욕장-해금강, 외도 선착장-유람선(어른 1만6500원, 외도 입장료 5000원 별도)-해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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