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취업난 탓에 취업률은 대학을 평가하는 가장 유효한 지표가 됐다.
각 대학은 `취업률` 높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취업률 100%`를 달성했다는 대학들이 등장해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매일경제는 올 2월 졸업생 취업률이 100%에 육박한다고 교육부에 보고한 5개 대학(4년제 3곳, 2년제 2곳) 15개 학과 졸업생 가운데 100명을 무작위로 뽑아 전화 면접조사를 했다.
이론상 이들 100명 취업률도 100%에 육박해야 한다.
하지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률 100%`는 완전 허구였으며 실질 취업률은 68%에 불과했다.
취업한 적도 없는 학생이 취업자로 분류되기도 했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대형마트 주차요원이 정규직 취업자로 둔갑한 사례도 있었다.
충남 소재 A대 경영학부를 졸업한 이수경 씨(23ㆍ가명)는 지난 2월 졸업 후 아직까지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굳이 하는 일이 있다면 간간이 아버지가 운영하는 슈퍼마켓에서 일을 거드는 것이 전부다.
이씨에게 지난 7월 학교에서 취업 여부를 묻는 전화가 왔다.
"취업하셨어요?"라고 묻는 학교 관계자 질문에 이씨는 "집에서 하는 슈퍼마켓 일을 돕고 있다"고 답했다.
학교 관계자는 "그러면 `무보수 과정`으로 취업한 것으로 치겠다"고 말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이씨는 A대가 교육부에 제출한 취업률 조사 통계에 `취업자`로 분류됐다.
조사 결과 이씨처럼 처음부터 취업한 적이 없는 데도 취업자로 분류된 사람이 14명이었다.
김성채 씨(27ㆍ가명)는 경북 소재 전문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올 2월 졸업했다.
경기도 부평에서 출장 세차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월급여는 100만원이다.
하지만 김씨가 다니던 학교는 김씨가 졸업한 학과 취업률을 100%라고 한국교육개발원에 보고했다.
김씨처럼 출장 세차나 시간제 과외교사, 대형마트 주차요원 등 아르바이트 일을 하고 있는 데도 취업자로 분류된 예가 9명이었다.
취업률 통계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취업 지속성이다.
교육부가 2월 졸업자 취업률 보고에 대한 실사를 8월에 하는 것도 6개월 이상은 그 직장에 다녀야만 취업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수도권 전문대에서 멀티미디어를 전공한 박소현 씨(23ㆍ가명)는 교수 추천으로 지난 2월 한 회사에 입사했지만 당초 근무조건과 너무 달라 3개월 만에 그만뒀다.
2~3개월도 다니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두었는 데도 취업자로 분류된 사례도 9명이나 되었다.
결국 실질 취업률에서 100명 중 36명은 제외해야 한다고 취업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질 취업자로 분류될 수 있는 68명도 고용형태와 급여조건 등 취업의 질이 결코 좋지 않았다.
정태욱 전문대 취업담당관협의회장은 "지방 소재 일부 대학에서는 졸업생이 취업을 못해 고향집에 가서 농사일을 돌봐도 취업으로 간주하는 사례가 있다"며 취업률 부풀리기 실태를 인정했다.
매일경제 기동취재팀 = 김기철(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