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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숨기기 戰術'

鶴山 徐 仁 2006. 10. 3. 09:04
“주한미군 2사단 한강 이남 재배치는 공식적으로 논의되거나 통보받은 바 없다. 언론들이 미확인 보도로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18일 미 국방부의 고위 관계자가 워싱턴 특파원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 2사단의 한강 이남 재배치를 언급했다는 보도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이 보인 반응이다.
 
그러나 9일 발표된 미래 한미동맹 공동협의 1차 회의 결과를 보면 상황이 그렇지 않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한미 양국은 공동보도문에서 “미측은 2사단을 포함한 주한미군의 기지 조정에 관한 한국 국민의 우려에 이해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보통 외교협상에서 ‘이해를 표명했다’는 것은 ‘이견이 있었다’는 것을 점잖게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우리측은 미 2사단을 한강 이남으로 재배치할 경우 북한의 오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미측은 ‘강행’ 의사를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측은 앞으로 미 2사단의 후방 재배치를 ‘빅 카드’로 최대한 활용해 협상을 주도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충분히 예견됐다고 할 수 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지난달 미 2사단 한강 이남 재배치를 언급하면서 “미 2사단의 ‘인계철선(tripwire)’ 표현은 매우 불공정하며 한국군이 전방에서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한미군 재배치를 둘러싼 대한(對韓) 협상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사실상 미측의 협상 목표와 전략을 천명한 것이었다. 또 미 국방부와 국무부 고위 관계자들은 올 초부터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에 대해 강경론과 온건론을 번갈아 언론에 흘리며 기선을 잡기 위한 정지작업을 펼쳤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협상 준비도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정부는 실체 파악은커녕 “그런 논의가 없었다”, “사실이 아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특히 국방부는 협상 직전 협상대표단으로부터 ‘협상 내용을 유출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는 등 향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여론수렴 채널까지 사실상 차단했다.
 
일부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은 미 2사단을 대거 한강 이남으로 빼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미측도 결국 이를 이해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방부가 앞으로도 ‘비공개’와 ‘부인’ 전술로 협상에 임한다면 결국 ‘줄 건 다 주고 얻을 건 제대로 못 얻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신중한 것도 중요하지만 실상을 제대로 알려야 여론을 지렛대로 삼아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윤상호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