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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발표 없는데… 웬 헬기 잔해

鶴山 徐 仁 2006. 9. 28. 10:45
가평 대금산서 민간인이 발견… 미군헬멧 나와
UH-60 ‘블랙호크’ 추정… 최근? 98년 사고?

주한미군 소속 헬기 UH-60 ‘블랙호크’<사진>로 추정되는 헬기 잔해가 경기도의 산 계곡에서 발견됐다. 지난 24일 경기도 가평군 두밀리 대금산 산자락. 산악인 강승봉(48)씨와 일행 5명은 오전 11시쯤 대금산 계곡에서 암벽 등반을 하던 중 우연히 절벽에 매달린 헬기 잔해를 발견했다.

평소 암벽 등정과 등산로가 없는 정글 산행을 즐기던 강씨 일행은 사람이 다니지 않는 절벽 계곡에 커다란 타이어가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했고, 이어 부근에서 산산조각이 난 헬기 잔해를 목격했다.

26일 본지는 강씨의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았다. 가파른 암벽 사이로 4시간 넘게 등산한 끝에 도착한 현장에는 추락한 헬기 한 대분의 잔해가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형태만 알아볼 수 있는 헬기 본체, 탑승 의자, 포신, 조종사의 헬멧, 블랙박스 등이 반경 500m 안에 널려 있었다. 암벽 나무에 매달린 헬기 본체는 뒷부분이 땅에 처박힌 채 머리를 들고 있고, 헬기 탑승 의자는 본체에서 튕겨 나와 흙더미에 파묻혀 있었다.

파손된 헬기의 엔진에는 ‘T700-GE-701C’라 모델명이 적혔고, 파일럿의 헬멧에는 ‘FLECKER 5 AUG 98’ 라벨이 붙어 있었다. 육군 항공작전사령부의 항공기 사고조사 전문가는 “헬기 앞 부분이 둥근 타원형으로 튀어나와 있고, 엔진에 적힌 모델명과 랜딩 기어, 조종사의 헬멧 등으로 미뤄 미군의 ‘UH-60 블랙호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UH-60’은 개발 초기 주력 엔진으로 GE의 1600마력짜리 2기를 장착했으나 1989년 후반부터는 출력 1800마력의 ‘T700-GE-701C’ 모델로 교체됐다.

▲ 경기도 가평군 두밀리 대금산 헬기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조종사 헬멧. /김영민기자
본지는 우리 군(軍) 당국에 헬기 잔해 발견 사실을 알렸고,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우리 육·해·공군이 UH-60 헬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최근 그 기종에 대한 사고는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사고가 났으면 우리가 더 확실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UH-60은 주한미군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의 과거 사고 기록을 조사해본 결과 1998년 6월 30일 오전 의정부 미군기지를 떠나 춘천으로 가던 미2사단 소속 UH-60 헬기가 경기 가평군 하면 대보리 보래골 일대에 추락한 사고가 있었다. 당시 이 헬기에 타고 있던 미군 3명은 실종됐고, 헬기 조종사의 이름은 ‘Norman T.S.FLECKER’였다.

‘Norman T.S.FLECKER’ 중위는 1996년 미국의 버지니아대학을 졸업하고, ROTC 출신 UH-60 파일럿으로 주한미군에 근무하다 1998년 헬기사고로 숨진 인물이다. 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버지니아대학 ROTC에서는 그의 이름을 딴 상을 만들었고, 현재도 매년 우수 후배 장교들에게 그 상을 수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헬기 잔해의 사망자가 ‘Norman T.S.FLECKER’가 맞는지, 다른 탑승 인원 2명은 생존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본지는 주한미국측과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군 당국은 이번 주말 현장 조사를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민기자 now@chosun.com
입력 : 2006.09.27 23:44 08' / 수정 : 2006.09.27 23:49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