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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하고 흐뭇한 'APEC 경호' 뒷얘기

鶴山 徐 仁 2005. 11. 22. 22:32
부산=연합뉴스
입력 : 2005.11.22 14:4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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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면서도 성공적으로 개최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때도 경호.안전요원들을 초조하게 만든 아찔한 사건들이 속출했던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또 정상회의의 경호와 안전을 맡아 초긴장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온 ‘경호안전통제단’ 관계자들의 지친 얼굴에 미소를 짓게한 흐뭇한 일들도 많았다는 것이다.

다음은 경호안전통제단 관계자들이 전한 ‘APEC 경호’ 뒷얘기를 사연별로 정리했다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 차량 광안대교서 3-4분간 서행 = 부시 대통령이 탄 차량행렬이 출국하려고 19일 오후 광안대교로 진입했을 때 김해공항으로 가는 길목인 대남지하차도 입구에서 일반 차량들간의 접촉사고가 발생해 주변 도로가 주차장이 돼 버렸다.

이를 확인한 경호안전통제단이 부시 대통령을 수행한 경호팀에 “우선 서행하라”는 지령을 내렸고, 부시 대통령 차량은 무려 3-4분간 광안대교에서 서행해야 했다.

통제단측은 이 때문에 복잡한 경호문제를 무릅쓰고 우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며 진땀을 흘렸으나 다행이 경찰이 1개 차선을 신속하게 확보한 덕에 당초 계획대로 대남지하차도를 통과해 제시간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미.러 정상 ‘에쿠스’ 왜 안 탔나 = 경호안전통제단은 정상회의 전에 21개 회원국 경호.보안 요원들을 초청, 두 차례에 걸쳐 경호계획을 상세히 설명했고 이 자리에서 정상들에게는 현대 ‘에쿠스’가 제공된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측은 “에쿠스가 방탄차량으로 제작된 게 아니라 일반차량에 방탄필름을 입혔기 때문에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통제단측은 “정상차량은 각국에서 공수해온 것을 사용해도 좋다”는 뜻을 양국에 전달했고 실제 미국은 캐딜락 리무진을, 러시아는 메르세데스-벤츠 리무진을 각각 사용했다.

대한민국과 양국의 경호실무자들이 사전에 충분히 조율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1차회의때 지각한 사연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차 정상회의 때 예정시각보다 6분 이상 지각하며 꼴찌로 도착한 것은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자신의 숙소에서 늦게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정상회의 직전 싱가포르 총리와 가진 양자회담이 길어졌기 때문에 출발이 늦어진 것으로 전해졌으나 푸틴 대통령은 출발 예정 시각 전부터 자신의 숙소 거실에 앉아있었고 의전팀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정시에 출발해 달라”는 요청까지 받았다.

이 같은 요청에 푸틴 대통령은 “알았다”는 말을 해놓고도 한참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경호안전통제단은 다른 국가 정상들을 예정시각보다 먼저 출발시키느라 진땀을 뺐으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곳곳에 설치한 비콘(BEACON) 통신망 등을 통해 정상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데다 비상사태에 대비해 실시한 수차례의 모의훈련 덕분에 행사진행에는 차질이 없었다.

▲정상 부인들 갑자기 “쇼핑하겠다” = 호주를 비롯한 5~6개국 정상 부인들이 예정에 없던 쇼핑이나 관광을 즐기겠다고 해 경호안전통제단이 진땀을 흘렸다.

특히 19일 부산박물관에서 열린 조선 여성복식 및 장신구 전시회를 관람한 2~3개국 정상 부인들이 갑자기 “쇼핑을 하고 싶다”고 해 선발대를 부산시내 모 백화점에 급파해 안전조치를 하는 등 소동을 벌였다.

또 18일과 20일에는 해운대 달맞이고개의 전망이 좋은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싶다는 주문과 국제시장 및 태종대를 둘러보고 싶다는 요청이 있어서 예비 경호팀을 풀 가동하기도 했다.

정상 부인들이 이 같은 구체적인 요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사전에 자국 대사관으로부터 부산의 유명 관광지 정보를 제공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는 물론 의전업무까지 지원 = 파푸아뉴기니의 경우 의전업무를 담당하는 수행원이 많지 않아 청와대 경호실에서 파견한 경호팀장이 매일 아침 마이클 소마레 총리를 찾아가 그날의 일정을 자세히 브리핑해야 했다.

탁신 치나왓 태국 총리도 자신의 수행요원을 제치고 대한민국 경호팀장을 수시로 불러 다음 일정을 확인했다.

이들 정상은 출국하기 전날 각각 자신을 담당한 경호팀장을 초청, 만찬을 베풀며 사의를 표시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도 출국에 앞서 담당 경호팀장에게 “정말 고마웠다”며 포옹까지 했다.

▲2006.2007년 APEC 개최국 벤치마킹 = 내년과 2007년에 각각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베트남과 호주의 고위 경호.보안 담당자들이 잇따라 경호안전통제단을 찾는 등 벤치마킹에 나섰다.

호주 경찰청 차장은 19일 오전 통제단 사무실을 방문, 2시간가량 전반적인 경호통제 상황을 브리핑받고 “유관기관들간의 긴밀한 협조체제에 특히 감명을 받았다”면서 “벤치마킹하겠다”고 말했다.

베트남 공안국장도 지난 5월에 일찌감치 입국해 경호안전통제단의 조직과 인력, 경호계획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돌아갔다.

경호안전통제단 관계자는 “머나먼 항해를 무사히 마친 기분”이라며 “경호.보안백서 작성이 끝나는 연말께나 우리의 임무가 완전히 끝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