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난 창조경제, 믿을 건 부처간 '소통'
부처 이기주의·할거주의 장벽 극복할까…소통안되면 '꽝'
2013.03.18. 월 14:44 입력
[강은성, 강현주, 김관용기자] 지난 17일 정부조직법에 대한 여야 합의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인 '창조경제'를 이끌 미래창조과학부 신설도 확정됐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주요 ICT 소관업무가 각 부처로 뿔뿔히 흩어진 결과를 낳아 '창조경제' 실현이 쉽지 않겠다는 지적이 벌써 터져나오고 있다.
이처럼 ICT 행정업무가 분산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기대하는 창조경제가 그나마 작동하려면 무엇보다 관련 부처간 소통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부처 이기주의, 할거주의 풍토가 남아 있는 가운데 과연 부처간 '소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것인지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ICT업계에서는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모바일'과 '융합'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이의 근간인 주파수 정책과 소프트웨어 정책을 비롯해 개인정보보호 기능, 방송정책 등 여기저기로 관할 부처가 쪼개졌다.
국회와 업계 관계자들은 "신설되는 미래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부처간 이해관계를 떠나 공익을 위한 정책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부처 관계자들도 잘 알지만, 결국은 조직논리가 앞서면서 기관간 정책을 둘러싼 다툼이 적지 않게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과거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콘텐츠' 업무 하나를 놓고 2년을 싸웠지만 명쾌하게 해결되질 않았다"면서 "대통령이 강조한 '부처간 칸막이'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는다면 창조경제 실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국회가 마련하기로 한 'ICT진흥특별법'이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분산된 ICT 정책을 조율할 '특별한 법'으로 자리할지 주목된다.
◆쉽지 않은 소통, 법제정으로 돌파?
정부부처 관계자들이나 전문가들은 어느 때보다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행정기관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강조했던 것이 '정부3.0"'이라면서 "공공DB를 개방하고 전 부처 시스템을 플랫폼화 해 정보를 공유하면 부처간 칸막이를 없앨 수 있고, 이를 통해 다소 분산된 ICT 정책도 무리없이 유연하게 협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방통위나 지식경제부 등의 행정기관에서 미래부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를 맡고 있는 담당자들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부처간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현실행정'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부처의 득실을 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는 6월 국회가 마련하기로 한 'ICT진흥특별법'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국회 새누리당 관계자는 "야당측 제안으로 오는 6월까지 특별법을 마련하기로 했다"면서 "당장 4월 임시회부터 특별법의 구체적인 내용 마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어쨋든 이 법이 다른 법보다 우선하도록 하는 등 권한을 부여하고, ICT 진흥을 위해 서로 다른 부처도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 정책 분산의 '대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야가 협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도 "방송공정성 확보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별도로 설치되는 만큼 방송 관련 이슈는 그쪽에서 전담하고, ICT 진흥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ICT 진흥 및 육성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것이 민주당인 만큼 현장의 요구와 필요를 충분히 반영한 법률로 제정할 것"이라고 각오를 나타냈다.
◆갈라진 주파수, 미래부vs방통위 분쟁 불씨?
부처간 소통과 협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제각각 나뉜 소관업무를 살펴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주파수 정책이다. 지난 15일 박근혜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 회동에서 "주파수 정책이라든가 유료방송, 개인정보보호정책 등을 미래부에서 관리하지 않으면 핵심적인 사업을 하기가 참 힘들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세세한 정책 관할 부처 소관까지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여야가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주파수 정책은 결국 방통위와 미래부, 국무총리실 세 곳으로 흩어졌다. 현행 통신용 주파수 관리는 미래부로, 방송용 주파수 관리는 방통위 소관으로 한다. 신규 및 회수 주파수의 분배·재배치 관련해서는 국무총리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를 설치, 별도 관리한다.
한국방송공학회장 정대권 교수(한국 항공대)는 "방송의 공정성과 주파수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 방송용과 통신용으로 주파수 정책을 갈라놓았다"면서 "다른나라는 국가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주파수 정책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과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환경은 향후 미래부와 방통위의 '부처간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테면 지금도 ▲현재 방송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 중 '유휴대역(화이트 스페이스)'을 '슈퍼 와이파이' 등 통신용도로 활용하자는 주장 ▲디지털 전환 이후 나오는 700㎒ 대역의 용도 등에 대해 방송계와 통신계가 대립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 확보 및 중장기 모바일 산업 발전계획에 따라 전략적으로 판단해야할 사안이지만, 부처 이해관계에 따라 대립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김남 충북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국무총리 산하로 주파수위원회를 둔다고 하는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도 "각개 부처에서 주파수 정책을 하더라도 이를 원만히 조정하고 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운영의 묘'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조각난 정보화정책, MB정권과 달라진게 뭐?
정보보호, 소프트웨어, 전자정부, 정보화 정책 등 ICT 업무들도 지난 MB 정권의 ICT 부처와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정보보호 정책의 경우 방통위와 미래부, 안전행정부에서 제각각 관할한다.
지난 정부에서는 정보보호 정책 기능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행안부, 방통위, 금융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등으로 분산시켰다. 그러다 보니 7.7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공격) 대란과 같은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 일어났을 때 정부차원의 즉각적이고 능동적인 대처가 쉽지 않았다.
보안업계 한 컨설턴트는 "포털사나 통신기업 등이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하며 정보를 독점하는 이른바 '빅브라더' 시대가 됐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공공기관의 기능은 여러 부처로 쪼개져 있어 거대한 산업계의 힘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산업으로 떠오른 소프트웨어(SW) 정책 기능도 미래부가 전부 흡수하지 못하면서 강력한 정책 추진이 불투명하다는 우려를 나타내는 이들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임베디드SW 분야가 존치됐기 때문이다.
김진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정부가 여전히 하드웨어(HW) 중심의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임베디드 SW가 HW의 고유 기능을 보조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제품의 지능화와 융합화를 선도하는 위치로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완성품 위주의 시각이 여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보화 정책 기능 또한 안행부와 미래부가 함께 담당하는 형태가 되면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관련 정책 추진도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국가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정부통합전산센터를 보유한 안행부와 SW 및 정보화 일부 기능을 가져가는 미래부, 임베디드SW를 보유하고 있는 산업자원통상부, 개인정보보호 윤리 업무를 수행하는 방통위가 모두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관련 부처들이다.
국내 IT서비스 업체 한 관계자는 "MB정권에서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의 새로운 IT정책이 여러부처로 쪼개져 있었지만 모두 중첩돼 있는 분야라 예산 편성 때마다 부처 간 주도권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며 "특히 정책 협의를 거쳐야 했기 때문에 시장에 바로 정책을 반영시킬 수 있는 '고투마켓(Go-to-Market)'이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방송업계도 '두 시어머니' 우려
여야가 막판까지 대립각을 세웠던 방송분야 역시 '미래부 이관'으로 합의를 봤지만, 분쟁의 '뇌관'은 여전히 존재한다. 여론에 지대한 영향력이 있는 지상파의 경우 공공성을 위해 독임제보다는 견제장치가 있는 합의제가 적합하다는 데에는 여야 모두 공감대가 있다.
하지만 지상파도 '올드미디어'에서 벗어난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양방향의 '스마트미디어'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즉 기존 지상파 플랫폼과 지상파의 N스크린등 스마트미디어 사업을 관할하는 부처가 이원화된 셈이다.
지상파 관계자는 "사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상파는 타업계 대비 진입장벽이 높은 안정된 사업자이기 때문에 기존 체제를 유지하길 원하는 면이 분명 있어 방통위 존치가 달가운 편"이라며 "하지만 N스크린 '푹' 등 스마트미디어 사업을 생각하면 두 부처와 소통해야 하므로 추진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방통위가 유료방송 인·허가 사전동의권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도 '이원화' 우려가 제기된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모든 유료방송이 미래부에 통합된 것은 수평규제 마련 등의 면에선 환영할일"이라며 "하지만 결국 유료방송은 인·허가 관련해 미래부와 방통위 두 부처의 눈치를 모두 보게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주요 정책들마다 두세 개의 유관부처가 다툼을 벌일 수 있는 '지뢰밭'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박대통령이 말하는 창조경제의 성패는 부처간 '소통'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강은성기자, 강현주기자, 김관용기자 esther@inews24.com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주요 ICT 소관업무가 각 부처로 뿔뿔히 흩어진 결과를 낳아 '창조경제' 실현이 쉽지 않겠다는 지적이 벌써 터져나오고 있다.
이처럼 ICT 행정업무가 분산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기대하는 창조경제가 그나마 작동하려면 무엇보다 관련 부처간 소통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부처 이기주의, 할거주의 풍토가 남아 있는 가운데 과연 부처간 '소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것인지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ICT업계에서는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모바일'과 '융합'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이의 근간인 주파수 정책과 소프트웨어 정책을 비롯해 개인정보보호 기능, 방송정책 등 여기저기로 관할 부처가 쪼개졌다.
국회와 업계 관계자들은 "신설되는 미래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부처간 이해관계를 떠나 공익을 위한 정책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부처 관계자들도 잘 알지만, 결국은 조직논리가 앞서면서 기관간 정책을 둘러싼 다툼이 적지 않게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과거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콘텐츠' 업무 하나를 놓고 2년을 싸웠지만 명쾌하게 해결되질 않았다"면서 "대통령이 강조한 '부처간 칸막이'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는다면 창조경제 실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국회가 마련하기로 한 'ICT진흥특별법'이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분산된 ICT 정책을 조율할 '특별한 법'으로 자리할지 주목된다.
◆쉽지 않은 소통, 법제정으로 돌파?
정부부처 관계자들이나 전문가들은 어느 때보다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행정기관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강조했던 것이 '정부3.0"'이라면서 "공공DB를 개방하고 전 부처 시스템을 플랫폼화 해 정보를 공유하면 부처간 칸막이를 없앨 수 있고, 이를 통해 다소 분산된 ICT 정책도 무리없이 유연하게 협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방통위나 지식경제부 등의 행정기관에서 미래부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를 맡고 있는 담당자들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부처간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현실행정'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부처의 득실을 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는 6월 국회가 마련하기로 한 'ICT진흥특별법'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국회 새누리당 관계자는 "야당측 제안으로 오는 6월까지 특별법을 마련하기로 했다"면서 "당장 4월 임시회부터 특별법의 구체적인 내용 마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어쨋든 이 법이 다른 법보다 우선하도록 하는 등 권한을 부여하고, ICT 진흥을 위해 서로 다른 부처도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 정책 분산의 '대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야가 협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도 "방송공정성 확보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별도로 설치되는 만큼 방송 관련 이슈는 그쪽에서 전담하고, ICT 진흥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ICT 진흥 및 육성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것이 민주당인 만큼 현장의 요구와 필요를 충분히 반영한 법률로 제정할 것"이라고 각오를 나타냈다.
◆갈라진 주파수, 미래부vs방통위 분쟁 불씨?
부처간 소통과 협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제각각 나뉜 소관업무를 살펴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주파수 정책이다. 지난 15일 박근혜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 회동에서 "주파수 정책이라든가 유료방송, 개인정보보호정책 등을 미래부에서 관리하지 않으면 핵심적인 사업을 하기가 참 힘들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세세한 정책 관할 부처 소관까지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여야가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주파수 정책은 결국 방통위와 미래부, 국무총리실 세 곳으로 흩어졌다. 현행 통신용 주파수 관리는 미래부로, 방송용 주파수 관리는 방통위 소관으로 한다. 신규 및 회수 주파수의 분배·재배치 관련해서는 국무총리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를 설치, 별도 관리한다.
한국방송공학회장 정대권 교수(한국 항공대)는 "방송의 공정성과 주파수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 방송용과 통신용으로 주파수 정책을 갈라놓았다"면서 "다른나라는 국가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주파수 정책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과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환경은 향후 미래부와 방통위의 '부처간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테면 지금도 ▲현재 방송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 중 '유휴대역(화이트 스페이스)'을 '슈퍼 와이파이' 등 통신용도로 활용하자는 주장 ▲디지털 전환 이후 나오는 700㎒ 대역의 용도 등에 대해 방송계와 통신계가 대립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 확보 및 중장기 모바일 산업 발전계획에 따라 전략적으로 판단해야할 사안이지만, 부처 이해관계에 따라 대립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김남 충북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국무총리 산하로 주파수위원회를 둔다고 하는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도 "각개 부처에서 주파수 정책을 하더라도 이를 원만히 조정하고 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운영의 묘'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조각난 정보화정책, MB정권과 달라진게 뭐?
정보보호, 소프트웨어, 전자정부, 정보화 정책 등 ICT 업무들도 지난 MB 정권의 ICT 부처와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정보보호 정책의 경우 방통위와 미래부, 안전행정부에서 제각각 관할한다.
지난 정부에서는 정보보호 정책 기능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행안부, 방통위, 금융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등으로 분산시켰다. 그러다 보니 7.7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공격) 대란과 같은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 일어났을 때 정부차원의 즉각적이고 능동적인 대처가 쉽지 않았다.
보안업계 한 컨설턴트는 "포털사나 통신기업 등이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하며 정보를 독점하는 이른바 '빅브라더' 시대가 됐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공공기관의 기능은 여러 부처로 쪼개져 있어 거대한 산업계의 힘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산업으로 떠오른 소프트웨어(SW) 정책 기능도 미래부가 전부 흡수하지 못하면서 강력한 정책 추진이 불투명하다는 우려를 나타내는 이들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임베디드SW 분야가 존치됐기 때문이다.
김진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정부가 여전히 하드웨어(HW) 중심의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임베디드 SW가 HW의 고유 기능을 보조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제품의 지능화와 융합화를 선도하는 위치로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완성품 위주의 시각이 여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보화 정책 기능 또한 안행부와 미래부가 함께 담당하는 형태가 되면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관련 정책 추진도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국가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정부통합전산센터를 보유한 안행부와 SW 및 정보화 일부 기능을 가져가는 미래부, 임베디드SW를 보유하고 있는 산업자원통상부, 개인정보보호 윤리 업무를 수행하는 방통위가 모두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관련 부처들이다.
국내 IT서비스 업체 한 관계자는 "MB정권에서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의 새로운 IT정책이 여러부처로 쪼개져 있었지만 모두 중첩돼 있는 분야라 예산 편성 때마다 부처 간 주도권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며 "특히 정책 협의를 거쳐야 했기 때문에 시장에 바로 정책을 반영시킬 수 있는 '고투마켓(Go-to-Market)'이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방송업계도 '두 시어머니' 우려
여야가 막판까지 대립각을 세웠던 방송분야 역시 '미래부 이관'으로 합의를 봤지만, 분쟁의 '뇌관'은 여전히 존재한다. 여론에 지대한 영향력이 있는 지상파의 경우 공공성을 위해 독임제보다는 견제장치가 있는 합의제가 적합하다는 데에는 여야 모두 공감대가 있다.
하지만 지상파도 '올드미디어'에서 벗어난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양방향의 '스마트미디어'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즉 기존 지상파 플랫폼과 지상파의 N스크린등 스마트미디어 사업을 관할하는 부처가 이원화된 셈이다.
지상파 관계자는 "사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상파는 타업계 대비 진입장벽이 높은 안정된 사업자이기 때문에 기존 체제를 유지하길 원하는 면이 분명 있어 방통위 존치가 달가운 편"이라며 "하지만 N스크린 '푹' 등 스마트미디어 사업을 생각하면 두 부처와 소통해야 하므로 추진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방통위가 유료방송 인·허가 사전동의권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도 '이원화' 우려가 제기된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모든 유료방송이 미래부에 통합된 것은 수평규제 마련 등의 면에선 환영할일"이라며 "하지만 결국 유료방송은 인·허가 관련해 미래부와 방통위 두 부처의 눈치를 모두 보게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주요 정책들마다 두세 개의 유관부처가 다툼을 벌일 수 있는 '지뢰밭'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박대통령이 말하는 창조경제의 성패는 부처간 '소통'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강은성기자, 강현주기자, 김관용기자 esther@inews24.com
미래부,
방통위 동의없인 SO 등 뉴미디어 허가권 행사 못해
■ 핵심 쟁점 어떻게 조정 됐나
여야, 미래부 원안-방송 공정성 주고 받기
주파수 업무는 3곳으로 쪼개져 비정상적
여야, 미래부 원안-방송 공정성 주고 받기
주파수 업무는 3곳으로 쪼개져 비정상적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 입력시간 : 2013.03.18 02:40:16 수정시간 : 2013.03.18 09:11:04
-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들이 17일 국회에서 정보조직법 최종합의안에 서명을 한 뒤 합의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 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여야는 17일 최대 쟁점이었던 방송통신 관련 업무 조정 문제와 관련, 큰 틀에서 원안을 유지하되 방송의 공정성∙중립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식으로 최종 합의를 도출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위성TV, IPTV 등 뉴미디어 업무를 원안대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되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구성 등 견제 장치를 두도록 해 주고받기 식으로 절충안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합의를 위해 일부 업무의 경우 업무 연관성이나 효율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쪼개 놓거나, 정부조직법과 직접 관련이 없는 4대강 국정조사 등을 협상의 고리로 주고받은 대목 등에 대해서는 비판론도 나왔다.
우선 여야가 막판까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던 SO, 위성TV 등 뉴미디어 관련 사업 소관은 미래부가 맡도록 했다. 대신 미래부 장관이 SO, 위성TV 등을 허가ㆍ재허가하는 경우와 관련 법령의 제ㆍ개정 시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다. 여야 추천으로 위원이 구성되는 방통위가 동의하지 않으면 미래부가 허가ㆍ재허가 등을 하지 못하도록 견제 장치를 둔 것이다.
여야가 이날 협상에서 마지막까지 대립한 대목이 '사전 동의' 부분이다. 새누리당은 사전 동의 조항을 넣되 1~2개월 등 특정 기간이 지나도 방통위가 동의하지 않으면 미래부 장관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지만 민주통합당이 반대해 결국 기간 조항은 넣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전 동의 조항이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방송 공정성 담보를 위한 견제 장치를 끝까지 주장해 절충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 방통위원 구성이 대통령ㆍ여당 몫 3명, 야당 몫 2명으로 구성돼 있어서 경우에 따라 사전 동의가 여권의 의지대로 이뤄질 소지는 남아 있다.
여야는 또 IPTV 업무도 미래부로 이관하되, 야당 요구대로 IPTV 사업자는 직접사용채널 및 보도채널을 운용할 수 없도록 못박았다. 보도채널 운용 금지 등을 규정한 관련 법 조항을 19대 국회 임기 중에는 개정하지 않는다는 합의 조항도 명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직접 강조한 주파수 관련 사항은 미래부로 이관하되 통신용 주파수 관리는 미래부가, 방송용 주파수 관리는 방통위가 맡도록 분리했다. 또 신규 및 회수 주파수의 분배ㆍ재배치는 총리 산하 중립적인 '주파수심의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심의하도록 했다. 하지만 주파수 업무를 미래부, 방통위, 총리실로 쪼개 놓은 것은 정치 타협을 위해 비정상적 정책 구조를 만든 것이어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송통신발전기금 관리 및 편성권도 6월 임시국회에서 업무 소관에 따라 미래부와 방통위가 나눠 갖도록 했다. 이와 함께 비보도(요리, 바둑, 골프 등) 채널 등 방송의 공공ㆍ공정ㆍ공익성과 관련이 없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관련 업무는 원안대로 미래부로 이관하기로 했다.
여야는 또 방통위의 법적 지위를 현행과 같이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 유지해 법령 제ㆍ개정권 및 예산권을 갖도록 했다. 박 대통령이 미래부 이관을 강조했던 개인정보보호윤리 업무는 논란 끝에 방통위에 존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방송광고정책, 방송진흥기획, 방송채널 정책 등도 미래부 이관이라는 원안과 달리 방통위에 잔류시켰다. 여야는 아울러 정보통신기술(ICT) 진흥을 위한 'ICT 진흥특별법'(가칭)도 6월 국회에서 제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합의를 위해 일부 업무의 경우 업무 연관성이나 효율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쪼개 놓거나, 정부조직법과 직접 관련이 없는 4대강 국정조사 등을 협상의 고리로 주고받은 대목 등에 대해서는 비판론도 나왔다.
우선 여야가 막판까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던 SO, 위성TV 등 뉴미디어 관련 사업 소관은 미래부가 맡도록 했다. 대신 미래부 장관이 SO, 위성TV 등을 허가ㆍ재허가하는 경우와 관련 법령의 제ㆍ개정 시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다. 여야 추천으로 위원이 구성되는 방통위가 동의하지 않으면 미래부가 허가ㆍ재허가 등을 하지 못하도록 견제 장치를 둔 것이다.
여야가 이날 협상에서 마지막까지 대립한 대목이 '사전 동의' 부분이다. 새누리당은 사전 동의 조항을 넣되 1~2개월 등 특정 기간이 지나도 방통위가 동의하지 않으면 미래부 장관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지만 민주통합당이 반대해 결국 기간 조항은 넣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전 동의 조항이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방송 공정성 담보를 위한 견제 장치를 끝까지 주장해 절충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 방통위원 구성이 대통령ㆍ여당 몫 3명, 야당 몫 2명으로 구성돼 있어서 경우에 따라 사전 동의가 여권의 의지대로 이뤄질 소지는 남아 있다.
여야는 또 IPTV 업무도 미래부로 이관하되, 야당 요구대로 IPTV 사업자는 직접사용채널 및 보도채널을 운용할 수 없도록 못박았다. 보도채널 운용 금지 등을 규정한 관련 법 조항을 19대 국회 임기 중에는 개정하지 않는다는 합의 조항도 명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직접 강조한 주파수 관련 사항은 미래부로 이관하되 통신용 주파수 관리는 미래부가, 방송용 주파수 관리는 방통위가 맡도록 분리했다. 또 신규 및 회수 주파수의 분배ㆍ재배치는 총리 산하 중립적인 '주파수심의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심의하도록 했다. 하지만 주파수 업무를 미래부, 방통위, 총리실로 쪼개 놓은 것은 정치 타협을 위해 비정상적 정책 구조를 만든 것이어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송통신발전기금 관리 및 편성권도 6월 임시국회에서 업무 소관에 따라 미래부와 방통위가 나눠 갖도록 했다. 이와 함께 비보도(요리, 바둑, 골프 등) 채널 등 방송의 공공ㆍ공정ㆍ공익성과 관련이 없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관련 업무는 원안대로 미래부로 이관하기로 했다.
여야는 또 방통위의 법적 지위를 현행과 같이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 유지해 법령 제ㆍ개정권 및 예산권을 갖도록 했다. 박 대통령이 미래부 이관을 강조했던 개인정보보호윤리 업무는 논란 끝에 방통위에 존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방송광고정책, 방송진흥기획, 방송채널 정책 등도 미래부 이관이라는 원안과 달리 방통위에 잔류시켰다. 여야는 아울러 정보통신기술(ICT) 진흥을 위한 'ICT 진흥특별법'(가칭)도 6월 국회에서 제정하기로 했다.
정부조직법 타결됐지만 갈길 멀다
국정조사·추경예산 등 현안 산적···정치력 회복 못하면 똑같은 상황 반복 |
2013-03-18 오후 1:31:55 게재 |
17일 정부조직법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로써 경제부총리 부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을 포함한 17부3처17청의 새 정부 조직개편안이 가까스로 확정됐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제출된 지 47일만이며, 새 정부가 출범한지는 21일 만이다. 사상 초유의 '국정공백', '식물국회'라는 혹평에 시달린 것도 이 때문이다. '더 이상 늦어지면 여야 모두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극적 타결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타결은 했지만 그동안 보여준 정치력 부재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앞으로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의 가야할 길이 순탄치 않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득(得)보다 실(失)이 많은 협상 = 이번 협상결과 청와대와 여당은 명분을 얻고, 야당은 실리를 얻었다는 게 중론이다. 가장 쟁점이 됐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관련 업무를 정부 측 요구대로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기는 원안을 확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하고, 새누리당도 이것만은 물러설 수 없다며 버틴 결과다. 명분이다. 대신 민주통합당은 방송 공정성 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통한 방송공정성 확보라는 실리를 얻었다. 그동안 대치국면에서 줄곧 강조해왔던 방공공정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약속 받은 셈이다. 그러나 이런 결과만 놓고 보면 도무지 47일씩이나 끌 것도 없는 사안이라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훨씬 더 빠른 합의가 가능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양보 대신 기싸움에만 몰두하면서 정치권 전체가 타격을 입었다. 이번 협상과정이 정치권 모두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원안고수를 주장하면서 야당을 궁지로 몰아넣었지만 진정한 국정파트너로 만들지는 못했다. 대국민담화와 청와대 초청 카드가 모두 일방통행이어서 야당이 선뜻 응하기 어려운 대목이었다. 야당은 야당대로 정권초기부터 국정 발목을 잡는 정치집단으로 낙인 찍혔다. 더구나 방송공정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놓고 협상도중에 엉뚱한(?) 주장(공영방송 사장 임명요건 강화, 언론청문회 실시, MBC 김재철 사장 사퇴)을 하면서 본심이 딴 데 있다는 이미지도 심어줬다. 여기에 여당인 새누리당은 청와대와 야당의 대립 속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완전히 상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결과에 대해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만시지탄이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평가했고,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늦은 합의에 대해 국정운영의 한축으로서 국민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결국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모두 상처뿐인 영광을 얻은 셈이다. ◆타협의 리더십 복원 시급 = 더 큰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고 험하다. 당장에 이번 정부조직법 협상 타결에 이은 후속 작업도 간단치 않다. 여기에 정부조직법 협상과 별개로 타결한 11개 주요 정치현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예상된다. 일례로 통신용 주파수는 미래부로, 방송용 주파수는 방통위가 관리하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편의적이고 정치논리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번에 합의한 국회운영에 관련한 11개 사안에는 △인사청문회법 개정 △국정원 여직원 댓글 의혹의 검찰 수사 후 국정조사 △4대강 사업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노력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국회의원 자격 심사안 발의 등 만만치 않은 사안들이 널려 있다. 또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에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추경편성이나 인사청문 과정에서 각종 의혹에 시달렸던 현오석 김병관 후보 임명 등을 놓고서도 갈등이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4월 24일 재보궐 선거 등 정치일정도 다가오기 때문에 여야 정치권이 다시 대화와 타협보다는 정치적 대결구도로 갈 공산이 커진다. 결국 이번 같은 정치력 부재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정부조직법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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