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반대 세력 '시위 전세기'까지 동원… 찬성측 주민들 분통
한진重 크레인 농성처럼 女위원장 한달째 쇠사슬 시위, 개당 제작비 3만원 받고 반대 현수막 1천개 걸기 운동
제주해군기지 반대 세력이 '평화 버스'를 운행한 데 이어 천주교인권위원회가 '평화 비행기'라는 전세기까지 띄우는 등 제주 강정마을 사태가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다.지난 27일 오후 4시 15분 제주해군기지 공사현장인 서귀포시 강정포구에 버스 3대가 도착했다. 제주해군기지 백지화를 위한 제주시 일도2동 대책위원회가 주민 120여명을 태우고 온 '강정 가는 일도2동 평화 버스'다. 어린이들이 절반가량 포함된 일행은 버스에서 내린 뒤 2㎞가량 해안을 따라 걸으며 공사현장을 둘러봤다. '해군기지 백지화'라고 쓰인 현수막에 '해군기지 반대' '강정을 지키자' '구럼비(해안가 이름)를 지키자' '강정에 평화를' 등의 글귀를 적었다.
이들은 농성장에서 쇠사슬을 온몸에 묶고 농성 중인 현애자 민주노동당 제주도당 위원장과 악수를 나눈 뒤 1시간여 만에 '평화 버스'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현애자 위원장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크레인에서 230여일째 고공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처럼 해군기지사업 부지로 들어가는 입구 삼거리에서 30여일째 쇠사슬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해군기지 반대 세력은 '평화 버스'를 시작으로 제주도 지역 주민들 외에 서울을 비롯해 다른 지역 단체를 끌어들이기로 했다. 해군기지 반대 세력은 다음 달 4일까지 '강정마을 집중 방문' 기간으로 정하고 지원 세력을 불러 모은다는 계획이다. 진보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가하는 '날라리 평화 유랑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제주 전역을 순회하면서 '평화 순례' 홍보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9월 3일에는 전세기인 '평화 비행기'가 뜨고, 제주지역 곳곳에서 '평화 버스'를 운행하는 등 반대 세력의 연대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 28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의 중덕삼거리에‘해군기지 건설 전면 백지화, 강정마을 경찰 병력 철수’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강정마을에는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과 좌파 성향 단체 회원들이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회는 '강정 힘내라! 현수막 1000개 걸기 운동'도 벌여 제작비용(3만원)을 입금하면 해군기지 건설현장과 마을 곳곳에 반대 현수막을 걸어주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주민들은 '평화 버스'에 이어 전세기까지 뜬다는 소식을 듣고 "'희망 버스'를 통해 외부 세력을 끌어들인 한진중공업 사태와 비슷하게 상황을 끌고 가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태정 강정마을 전 회장은 "진해·부산에 해군기지가 들어서 마을이 망한 적이 있느냐"며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로 국방시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민인지 의심스럽고, 이들의 불법행위를 놔두는 경찰도 한탄스럽다"고 말했다.
제주해군기지 공권력 행사를 총괄 지휘하기 위해 제주경찰청에 파견된 제주해군기지 태스크포스(TF)는 29일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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