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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社會 關係

[태평로] 참을 수 없는 신문 읽기의 두려움/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1. 8. 13. 08:24
사설·칼럼
태평로

[태평로] 참을 수 없는 신문 읽기의 두려움

입력 : 2011.08.11 23:08

이한우 기획취재부장
신문기자가 이런 말 하면 이상하지만 요즘은 정말로 신문 보기가 두렵다. 신문 1면에는 예전 같으면 한 달에 한 번쯤 터질 만한 큰 사건들이 하루에 다 실려 있다. 무상급식, 등록금 반값 논란은 계속되고 있고 저축은행 사태 또한 진행 중이며 중국의 군사대국화를 상징하는 항공모함의 배치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연평도를 향해 또다시 포를 쏜 북한은 어쩌려는 건지, 주가폭락사태는 진정될 것인지 아니면 2008년처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기로 악화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내일 신문에는 또 어떤 일이 터져 이상의 모든 사건들을 제치고 1면 머리기사를 차지할 것인지…. 어느 때보다 불안과 공포가 엄습해오는 요즘의 하루하루다.

평소 우리 정부와 정치권에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런 위기상황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을 쳐다볼 수밖에 없다. 어느 것 하나 정부와 정치권을 거치지 않고서는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을 쳐다보는 순간 희망의 싹보다는 절망의 짙은 그림자를 먼저 보게 되는 것은 기자만의 비관적 시각 때문일까?

무상급식을 둘러싼 주민투표가 얼마 후면 서울에서 있게 된다. 어느 쪽으로 승부가 나건 그 문제가 이런 지경에까지 왔다는 것은 누가 봐도 정치권의 책임이다. 이 사안은 발생 자체가 정치권에서 나온 것이다. 있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없는 문제를 만들어내는 데는 능한 우리 정치권발(發) 위기다. 대학의 학점으로 평점을 매기자면 F학점이다.

저축은행 사태의 경우 1차적인 책임은 은행 사업자와 가입자에게 있다. 정부는 은행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점에서 2차적인 책임이 있다. 그런데 그 후 정치권과 정부가 보여준 행태는 말 그대로 가관이다. 그 가관의 극치는 평소 신중한 언행을 하는 것으로 비치던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이 10일 국회에서 했다는 말이다. "국민의 따뜻한 마음을 모으는 것, 현재로서는 성금 이외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는 것 같다." 차라리 "현행법의 범위에서는 5000만원 이상의 피해를 구제할 방법은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어야 한다. 학자 출신인 박 장관도 없는 문제를 만들어내는 데 능한 정치권을 잠시나마 거쳐서 또 하나의 문제를 만들어낸 것인지. 이 사안도 정부와 정치권의 평점은 볼 것도 없는 F다.

연일 이어지는 중국의 군사대국화와 관련된 보도 및 독도를 향한 일본의 공세에 대해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한반도의 장기적 생존전략은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그리고 내년에 정권이 좌파로 바뀌어도 지금과 같은 미국의 지원을 통한 중국견제론은 유효한 것인지 아니면 차제에 '신' 강대국 중국 쪽으로 줄을 바꿔 설 것인지 등에 대해 정부나 정치권이 심도 있는 논의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F학점은 아니어도 C학점 이상은 주기 힘들지 않을까?

미국 정부발(發) 금융위기는 막 시작됐기 때문에 우리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아직 평점을 매길 단계가 아니다. 2008년 사태에 대한 대응만 놓고 보면 B학점 정도는 될 듯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번 위기가 확산될 경우 그동안 덮여 있던 우리의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와 2008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스라엘의 시위나 영국의 폭동사태를 전하는 기사가 어느 때보다 눈에 크게 들어오는 것도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한심한 평점들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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