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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出産이냐 다문화냐/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1. 7. 3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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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出産이냐 다문화냐

입력 : 2011.07.28 23:36

차학봉 도쿄 특파원
외국인 혐오증으로 살인마가 된 노르웨이의 브레이빅은 "일본한국을 모델로 삼자"고 했다. 그에겐 외국인 이민에 대해 소극적인 한국과 일본이 이상향(理想鄕)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일본은 한국보다도 외국인 경계론의 뿌리가 훨씬 깊다. 최근 한 시사 잡지는 '중국인들이 일본을 접수한다'는 기사를 실었다. 장기 체류 목적으로 일본에 입국한 중국인이 이미 100만명을 넘었으며 이런 속도라면 중국인이 결국 일본을 탈취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평생 일본인들과 똑같이 세금을 내면서 살고 있는 재일교포에게 참정권 부여를 거부하는 등 차별 정책을 고집하는 것도 외국인 경계론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차기 총리 1순위로 꼽혔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외상이 중도 퇴진한 것은 그를 아들처럼 여기던 재일교포 노인이 연간 5만엔(약 67만원)의 정치헌금을 한 것을 일부 정치인이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재일교포는 평생을 살아도 결국 외국인이며 그들의 정치헌금이 일본의 정책을 왜곡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와 관련한 코미디 같은 해프닝도 있다. 일본의 일부 정치인은 외국 자본이 일본의 호수와 계곡 주변 땅을 사들이자, 중국이 환경오염으로 먹을 물이 고갈되면서 일본 수자원을 노리는 것이라며 이를 금지하는 법률까지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이 음모론은 수원지 주변 땅을 일본인들에게 비싼 가격에 팔려고 사기꾼들이 과장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상당수 일본인은 여전히 중국이 일본 수자원을 노리고 있다고 믿는다. 같은 핏줄이랄 수 있는 브라질 일본 이민자 후손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다. 리먼 쇼크가 터지자 일본 정부는 자국 이민자들의 후손인 일본계(系) 브라질인들을 항공료 등 돈을 주고 대거 브라질로 돌려보냈다. 일본인 일자리도 부족한데, 그들까지 보살피기 버겁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민에 대해 이중·삼중 벽을 쌓는 데 성공했지만 역설적으로 그 성공이 일본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05년 1억2776만명을 정점으로 인구 감소가 시작된 일본은 2046년에는 1억명 이하로, 2100년에는 5000만명으로 인구가 줄어든다. 한때 인구가 줄면 차량 정체도, 주택난도, 일자리 걱정도 필요 없는 낙원이 될 것이라는 '인구 감소 대망론'이 유행했다. 이런 인구 감소 대망론의 허상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인구 감소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는 젊은층 감소와 고령자 증가는 소비 자체를 줄여 내수 시장을 파괴하고, 연금과 의료비를 급증시켜서 재정 부실화를 초래하고 있다. 세계 제1의 제조업 대국(大國) 일본이 20년 장기 침체를 겪고 부채 대국으로 전락한 것도 저출산·고령화를 빼놓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일본은 인구 감소로 서서히 사멸해 갈 것인가, 외국인들에게 이민 문호를 활짝 개방해서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유럽 국가들이 이민에 적극적이었던 것도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었다. 일본보다 출산율이 더 낮은 한국도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아이를 더 낳을 것인가, 아니면 외국인과 함께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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