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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호 칼럼] 부모가 다 큰 자식 부양하는 시대/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1. 7. 27. 22:35

사설·칼럼
홍준호 칼럼

[홍준호 칼럼] 부모가 다 큰 자식 부양하는 시대

입력 : 2011.07.26 22:38

홍준호 논설위원

20대 취업눈높이 달라졌는데 정치권은 실업대책으로 인건비 국고 지원만 내세워
'공짜복지'엔 머리 쓸 일 없으나 2만달러세대에 일자리 주려면 지도자 통찰력 없이는 어려워

요즘 고용지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말이 나올 만큼 좋아지고 있다. 6월 취업자는 2475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7만2000명 늘었다. 제조업의 고용은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해 16개월 연속 10만명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즐거운 서프라이즈"라고 기뻐할 만하다.

그런데 이제나저제나 자식 취업 소식만 기다리는 부모들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2.2%와 0.1% 줄었다는 20대와 30대의 취업자 수를 보고 놀란 가슴이 된다. 50대, 그중에서도 여성 취업이 크게 늘었다는 뉴스엔 한숨을 먼저 내쉰다. 2분기를 기준으로 2001년 54.9%이던 50대 여성 고용률은 매년 올라서 올해 59.3%에 이르고 2001년 65.6%이던 20대 남자 고용률은 계속 떨어져 올해 58.5%까지 내려갔다. 마침내 20대 아들보다 50대 엄마가 더 많이 일터로 나가는 세상이 된 것이다.

젊은 자녀들은 더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스펙을 쌓는 동안 부모는 파출부든 간병인이든 경비원이든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됐다. 그렇더라도 장성한 자식보다 늙어가는 부모가 더 많이 일하게 된 건 자연의 이치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요즘 한나라당 사람들은 10년 만에 되찾은 정권을 5년 만에 또다시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 한나라당에 등 돌린 유권자, 특히 젊은 세대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하면 재집권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며 끙끙댄다. 보선에서 지자마자 반값 대학등록금 카드를 꺼내고 지도부를 야당보다 더 젊은 세대로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계속돼 온 청년 실업은 어느 한 정파만의 문제는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 시절 청년실업을 줄여보고자 젊은 세대에게 눈높이를 낮춰 취업해달라고 호소했으나 먹히지 않았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태어나 자란 20대는 먹고사는 문제부터 신경 쓰던 부모 세대와는 직업관이 다르다. 이들은 임금이 적고 험한 일은 다른 나라 사람에게 맡기더라도 자신들은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 실업은 젊은 세대의 이런 달라진 직업관을 전제할 때 비로소 답을 찾아 나설 수 있는 문제다. 2만달러 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는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이런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가, 우리 산업구조는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가가 핵심이다.

한나라당은 최근 청년고용 의무할당제를 청년실업의 대책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기업에 일정 비율의 청년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하는 대신 이들 인건비의 일정 부분을 국고에서 지원하자는 것이다. 세금을 집어넣어 대학등록금을 깎아주거나 기업에 인건비를 보조해주자는 건 누구 머리에서나 나올 수 있는 단순 아이디어다. 중요한 건 그렇게 해서 2만달러 세대 눈높이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느냐는 것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소련체제가 붕괴한 직후인 1992년 중국 남부를 여행하며 남순강화(南巡講話)를 할 때다. 그는 외국자본을 너무 많이 받아들이면 중국 체제를 위협할 것이란 경계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우리는 이들로부터 세금을 걷고 기술과 관리를 배우고 정보를 얻으며 시장도 개설하고 노동자는 급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건 우리가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걱정 말고 개혁개방에 더욱 고삐를 죄라고 채근했다. 그 이후 1990년대 상하이 시대가 활짝 열리고, 2000년대 톈진의 빈하이 신구를 중심으로 한 발해만과 내륙 개발로 이어졌다.

우리도 그동안 외자(外資) 유치와 고부가 서비스 산업의 육성 등 새로운 여러 길을 모색해왔다. 10년 전 송도를 비롯한 전국 다섯 군데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간 송도가 유치한 외자는 4년 늦게 시작한 빈하이 신구에 몰린 460억달러의 10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경제자유구역을 만들면 외국자본이 몰려와 기업·병원·호텔·학교·마트들이 들어서고 덩달아 좋은 일자리들이 많이 생길 걸로 기대했다. 그런데 중국과 달리 우리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고부가 서비스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도 십수년째 말로만 맴돌 뿐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를 찾아내 방안에 처박힌 2만달러 세대를 일터로 불러낼 대책을 마련할 책임은 정치 지도자들에게 있다. 공짜 복지 논란을 벌이는 데는 크게 머리 쓸 일이 없으나 세계무대에서 통할 미래 세대의 일자리는 지도자의 통찰력 없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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