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자가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자
<국방일보 7. 21. 게재> 이영해 한양대 교수ㆍ산업경영공학 / (사)21세기분당포럼 이사장
미국에서는 ‘나는 미국인이다. 나는 자랑스럽다’는 애국심을 전수하는 역사를 반드시 공부해야 하며 국기ㆍ국가ㆍ대통령 초상 등 상징물들을 곳곳에서 보고 들을 수 있다. 건국의 핵심 유공자들이 칭송되고 있으며 링컨기념관은 항상 관람객들로 북적거린다. 또 각종 경축행사를 이용해 애국심 교육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영국의 여야 정치인들은 서로 으르렁거리지만 11월 11일 리멤브런스 데이만은 상하원 의원들이 나란히 충혼탑에 조화를 바치고 묵념을 올린다. 또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노르망디 상륙일에는 연합군 노병들이 훈장을 달고 현지에 모이는 것이 전통이 돼 왔다. 이런 장면들은 후세들에게 애국과 희생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가를 깨우쳐 주는 생생한 교육이 된다.
중국의 초·중등생은 개학 첫날 애국주의 교육을 위해 TV 프로그램인 ‘나는 중국을 사랑한다’는 저명인사들이 강연하는 ‘애국 수업’을 듣는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프로그램을 본 후 소감문을 제출토록 하며, 애국을 주제로 학급별 토론도 가진다.
지난해 국가보훈처 조사에 따르면 10ㆍ20대의 현충일 의식지수는 5점 만점에 각각 3.81, 3.98점에 지나지 않았다. 현충일의 의미를 모르는 젊은 세대가 많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조국을 위해 피를 흘린 세대에 대해 존경할 줄 모르는 예의 없는 전쟁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애국의식을 강화하려면 보훈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6·25전쟁 때 희생된 사람들, 행방불명된 사람들의 유골과 국군의 유골도 찾아내야 한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희생된 사람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라를 위해 일할 많은 젊은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애국이나 호국, 순국 같은 말만 나와도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주의의 망령이라며 질색하는 사람들과 나라보다 민족 지상주의를 외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국가 없는 시민과 민족은 허구다. 국가 없이 수천 년 동안 박해와 설움을 받아온 유대인들을 보라. 국가는 시민과 민족의 방패이고, 국가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호국선열 숭모가 필수적이다.
집권 정부의 성향에 따라 6·25전쟁이 6·15 남북공동선언 뒤에 가려지기도 하고, 민족화해정책 속에 전쟁 영웅들이 묻히기도 하며, 2000년대 6월의 서해영웅들도 현충원에 조용히 묻혀 있어야만 했다. 제대로 된 국가라면 애국은 애국여야 하고, 정치는 정치여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호국 정신이 결여되고 이적성 의식에 젖어 있는 사회문화에 매우 익숙해 있어 조국수호를 위해 자기의 책임과 사명을 다하는 군인의 삶은 그동안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안보에는 여야ㆍ정파ㆍ이념에 좌우됨이 없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조국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 영령과 참전용사들의 넋을 기리고 진정 국가와 국민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항상 되새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애국자가 존경받는 사회가 만들어지면 자기를 위한 희생을 넘어 남을 위한 희생을 하게 되고,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고 자국을 지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세계평화를 지키는 일에도 앞장서게 될 것이다.(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