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세상에 태어나 한 여인을 배우자로 만나서 함께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은 지나간 그 세월들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무척이나 짧았던 것 같기만 한데
아이들이 자라고, 장가가서 새 가정을 꾸리고, 또 아이를 낳고, 기르는 걸 보니
어느새 분명 아내와 함께 살아온 시간들이 긴 세월이었는가 봅니다.
하지만, 늘 마음 깊은 곳에 담겨져 있는 아내의 모습은 한결같이 처음 만났던 그대로이니
인생여정을 두고, 긴 세월 짧은 인생이라 표현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함께 늙어가고 있으니,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서히 다가오는 변화에
아무런 부담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화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내와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
늘 우리는 친구처럼 살아왔기에
부부라는 틀에서보다는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좋을 때나 싫을 때가 있어도
어쩔 수 없이 함께 한 친구 같습니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볼 때면
심하게 싸웠다는 기억은 별로 없지만
말로서 서로 다투었던 적은 제법 있었던 것 같고,
앞으로도 큰 변화가 없는 한 말싸움은 끊이지 않을 것 같은데
정말 아내의 건강을 지키고자 한다면
이마져도 제가 양보하여 막아야 할 것 같습니다.
늘 함께 돌이켜 보면 우리는 그런데로 참 잘 살아왔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서로 간 아무도 보따리 싸들고 어디론가 줄행랑을 친적도 없었던 걸 생각하면
제대로 부부 간 전투의 경험도 쌓지를 못했던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주위 분들을 가끔 보게 되면 겁나게 심하게 싸우고도 잘 살아가는 것을 보면
옛날 어른들께서 부부싸움은 칼로서 물베기라는 말이 맞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 부부도 그와 같이 대판으로 심하게 전투를 가끔씩 했었다고 하면
지금보다 더 친하게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하지만, 그냥 우리가 지금처럼 살아올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유지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야지요!
물론, 친구처럼 살아온 지금까지의 삶이 무척 원만하긴 했었지만
이제 남은 날은 남편으로서도 도리를 감당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믿고 의지한 것들이 많았다는 것도 반성하고 있기에
남편의 몫을 앞으로는 더 잘 챙겨야 할 것 같습니다.
아내가 오랫동안 집을 비우고, 병상에 있는 시간이 결코, 어려운 시간만이 아니었으니,
이렇게 자성하고, 개선하면서,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해 주었으니까요.
내실이 있는 예전 처음 만났을 때 그때를 회상 하면서 제대로 된 사랑을 해 보는 게
앞으로 제게 주어진 몫이라 생각하고, 이것 저것 마음 속으로 준비를 한답니다.
아내의 고통이 참 안스럽고, 정말 힘들고,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아내의 아픔을 통해서 지난 세월을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젠 아내가 겪고 있는 시간들이,
결코, 아픔과 고통만이 주어진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었고,
우리들이 그동안 함께 했던 긴 시간을 다시 되돌아 보고,
반성하고, 깨닫는 의미있는 시간이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아내는 병상에서 비록, 참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하루하루 차도가 있으니, 머지 않아 예전의 모습으로 회복되어
남은 삶은 둘이서 보다 더 알차게 꾸려나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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