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윤 장관은 곧바로 수첩을 꺼내 들고 메모를 했습니다. 제주도 정상회의 행사 다음 날인 3일 오전 마침 리셴룽 총리와 만나기로 되어 있었는데, 민항기를 이용한 이유를 물어보기로 한 것입니다.
윤 장관은 면담 말미에 리셴룽 총리에게 궁금증을 털어놨습니다. "'잘사는 나라' 정상이 왜 전용기나 전세기를 이용하지 않지요?" 싱가포르는 작년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3만7597달러로 우리나라의 2배에 달하는 부국(富國)입니다.
"저는 싱가포르가 잘사는 나라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우린 스몰 이코노미(small economy·작은 나라)일 뿐입니다. 그리고 관료들이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싱가포르 장관들은 6시간 이내 거리를 이동할 때에는 1등석이 아닌 비즈니스석을 이용합니다."
윤 장관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싱가포르 리 총리의 실용정신 때문입니다. 리 총리는 오늘날 싱가포르를 일군 싱가포르의 국부(國父), 리콴유 초대 총리의 아들입니다. 역시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지난 1, 2일에 제주도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는 모두 10개국의 외국 정상들이 다녀갔습니다. 싱가포르 외에 미얀마와 라오스 정상도 민항기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물론 각 국가의 정상들이 해외 출장에 나설 때 꼭 민항기를 탈 필요는 없습니다. 제한된 시간 내에 수많은 일정을 소화하려면 전세기나 전용기를 운용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해외 순방에 나서면 전세기를 타고 나갑니다.
그래도 싱가포르가 부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싱가포르처럼 잘사는 나라의 지도자가 권위나 위세보다 실용을 중시한다는 점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