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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년 GM의 파산 신청
1895년 미국 MIT를 20세에 최연소 졸업한 앨프리드 슬론은 아버지에게서 빌린 돈으로
파산 직전의 자동차 부품용 베어링회사를 사들여 사장이 됐다.
포드자동차가 최대 고객이었던 슬론이 GM과 인연을 맺게 된 건
1916년 회사가 GM에 인수되면서였다. 슬론은 7년 뒤 GM 창업자 윌리엄 듀런트가
경영난으로 물러나자 대주주 듀폰에 의해 사장으로 발탁됐다.
▶ 슬론은 듣도 보도 못한 새 경영기법을 잇달아 선보였다.
ROI (return on investment)처럼 당시 런던 금융가에서 갓 개발된
재무투자기법과 할부금융 판매를 도입했다.
한 가지 모델에 검정 일색이던 자동차 디자인과 색상에도 다양한 파격을 시도했다.
특히 시보레부터 폰티악, 올스모빌, 뷰익, 캐딜락까지 단계별로 차종과
가격, 브랜드를 차별화해 모든 계층을 고객으로 끌어모으는 '사다리전략'이 히트를 쳤다.
▶ 그 덕에 GM은 단일 제품·대량 생산방식을 고수하던 포드를 제치고
1931년 미국과 세계 자동차시장의 정상에 올라선다.
그 후 2007년 도요타가 치고 올라올 때까지 76년 동안 세계 1위를 지켰다.
전성기인 1960~70년대 세계에서 팔리는 자동차 3분의 1이 GM 차였고,
1955년부터 시작된 포천의 '세계 500대 기업'에선 37차례나 1등에 올랐다.
"세계 자동차 역사는 GM의 역사" "GM에 좋은 건 미국에도 좋다"는 예찬론이 쏟아졌다.
▶ GM이 1일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낸다고 한다.
법원은 빚 1700억달러를 짊어진 GM을 '굿(Good) GM'과 '배드(Bad) GM'으로 나눠
쓸 만한 자산은 '굿 GM'으로 넘기고 쓰레기 자산은 '배드 GM'에 떠안겨 청산한다.
미국 정부는 '굿 GM'에 500억달러를 투입해 지분 72.5%를 가진 새 주인이 된다.
파산 보호 신청 소식이 알려진 지난 주말 GM 주가는 대공황 수준인 75센트까지 추락했다.
▶ GM이 석 달쯤 뒤 새 옷으로 갈아입으면 '헌 GM'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1908년 창업 이래 101년 역사 중 80년 가까이 세계 자동차산업의 '지존'이었던
GM. 독일 오펠, 영국 복스홀, 스웨덴 사브, 일본 이스즈, 한국 GM대우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 자동차회사를 인수해 '해가 지지 않는 자동차 왕국'을 일궈 세웠던
GM. 미국의 힘을 상징해온 그 GM은 영욕(榮辱)을 안고
영원히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게 된다.
- 이준 논설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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