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닷가에서
한참만에 동해 바닷가로 나들이 나갔드니 겨울날씨답지 않게 포근함이 느껴지긴 했어도 파도에 실려오는 겨울 바다의 바람은 제법 차가웠다. 수평선 저 넘으로 가노라면 어디쯤 일 까? 어릴 땐 바닷가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그 끝이 없을 거라 여겼는 데 이젠 세월 속에서 별 것 아니지만 알 만큼은 알아서 어느샌 가 삶의 오묘함은 점점 더 줄어들고 쓸모없는 잡동사니들로 가득 차버린 마음 비우고 싶어도, 비우기조차 힘이 드니 파도치는 바닷가에서 바라보는 바다에도 할 말이 많구나!
세파에 찌들은 자신의 마음을 내려놓은 채, 온갖 넋두리 읊기에는 바다가 아주 안성맞춤인 것 같다고 여기기에 가슴이 답답하고 무슨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가끔씩 찾아와 넓은 바다와 벗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쌓여진 스트레스와 잡념을 씻겨내는 한 가지 방법편으론 더 없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지난 여름에 왔을 때는 파도가 잔잔한 여름 바다였는 데 오늘 찾은 겨울 바다는 그냥 조금 다른 얼굴로 맞을 뿐이지 역시 여름 바다는 여름 바다로, 겨울 바다는 겨울 바다로, 넉넉하고, 넓은 품이 가슴에 와 닿는 느낌이야 어찌 다를까 싶구나! 태초의 역사에서부터 셀 수 없는 세월을 이어온 터이거늘 바다에게 물어보면 모를 게 없을 터인데.....
동해 바다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파도로 말을 하려는 지 쉴새없이 거친 파도만 흰 거품을 남기고 살아지는구나! 늘 지나온 길 돌아보면 긴 세월, 짧은 인생이거늘, 남은 한 세상을 어떻게 살 까? 묻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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