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미국 없어도 잘 풀리는 중동 평화

鶴山 徐 仁 2008. 6. 5. 18:53
카타르 중재로 레바논선 내전종식 합의
이스라엘도 하마스·시리아와 협상 재개

 전병근 기자

 

지난달 21일 중동 레바논에 오랜만에 평화가 찾아왔다. 친서방 정부가 이슬람무장조직이자 야당세력인 헤즈볼라와 내전(內戰)에 마침표를 찍고 권력 분점에 합의한 것. 이웃 카타르의 중재로 닷새간 협상 끝에 나온 결실이었다. 이어 25일 미셸 술레이만(Suleiman) 레바논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시리아와 이란·사우디아라비아·프랑스 외무장관들이 나란히 배석했다. 하지만 그동안 중동 평화의 '후견인'으로 자처해왔던 미국은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날 중동에서는 또 다른 '깜짝 뉴스'가 있었다. 소문난 '앙숙' 이스라엘시리아가 포괄적인 평화협정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발표였다. 전쟁까지 치른 두 나라가 협상에 나선 것은 8년 만이다. 이번에도 중재자는 이스라엘의 '후원자' 노릇을 해온 미국이 아니라 터키였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국을 위협하는 헤즈볼라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그 '배후'인 시리아와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뿐 아니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테러 단체로 기피하는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무장조직 하마스와도 평화협상을 재개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대화만 고집했지만 이스라엘은 정전(停戰)의 열쇠를 쥔 하마스를 상대하기로 결정했다.

 

'엉클 샘(Uncle Sam·미국)은 어디에 있는가?' 요즘 중동의 사태 전개를 지켜보는 사람들 중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들이 많다. 로버트 맬리(Malley) 국제위기그룹(ICG) 중동연구소장 등은 뉴욕타임스(NYT) 3일자에 게재된 기고문 '미국이 빈 자리에 평화가 깃든다'에서 "중동에서 많은 당사자들이 미국 없이도, 어떤 곳은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위한)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썼다. 그는 미국이 이라크전의 수렁에 빠진 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상에서도 별다른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자 분쟁의 당사자들이 자구책을 찾아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의 라비 쿠리(Khouri) 이삼 파레스 공공정책·국제문제연구소장은 별도의 기고문에서 "중동의 주역들에 의해 새로운 정치 게임의 룰이 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위기그룹의 맬리 소장은 "(세 가지 협상 사례는) 이 지역에서 미국의 신뢰도와 영향력이 하락했음을 보여주는 척도"라면서 "부시 정부는 적(敵)과 대화하기보다 고립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자신이 주변부로 밀려난 꼴이 된 것"이라고 평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6/05/200806050005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