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는 무선랜 천국 권경복 특파원(스코페(마케도니아))
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 남쪽에 있는 '10월11일 초등학교' 5학년 B반 교실에선 지난 1일 오후 영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칠판 위엔 마케도니아 국기와 미국·영국·호주 등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3개국 국기가 함께 걸렸다.
28명의 학생은 이날 카세트 레코더에서 나오는 영국 BBC 방송의 '티베트 독립 요구 시위'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베스나 게오세바(Geoseva) 교사는 2분 남짓한 뉴스를 한 번 더 들려준 뒤 "모두 이해했죠?"라고 영어로 물었다. 학생들 대답은 "Of course(물론이죠)!" 베스나 교사가 "왜 티베트는 독립을 원하냐"고 영어로 묻자, 절반 이상 손을 든 학생 중에서 크리스티나가 대답했다. "티베트인들은 중국으로부터 종교·언론의 자유를 얻으려는 거예요." 45분 수업 내내 마케도니아어를 쓰는 사람은 없었다. 이날 오후 3시쯤, 학생들이 떠난 학교의 한 교실에선 지리 교사 디나(Dina)가 다른 교사 7명들과 함께 미국 평화봉사단원 2명으로부터 영어를 배우고 있었다. 디나는 "지리수업도 영어로 하려고, 6개월째 영어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봉사단원인 로라는 "유럽 다른 나라도 가봤지만, 마케도니아인처럼 영어에 열의가 있는 나라는 못 봤다. 교사 26명을 가르치는데, 숙제를 모두 꼬박꼬박 해온다"고 말했다. 안토니오 밀로소스키(Milososki) 외무장관은 전날 자신의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인구 200만 명의 소국 마케도니아가 생존하는 길은 영어와 정보통신(IT)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초등학생은 1학년(6세) 때부터 매주 3시간 영어 수업을 받는다. 5학년(11세)부터는 제2외국어로 독일어·프랑스어·스페인어 중 하나를 배운다. 모두 '필수'과목이다. 투자청에 따르면, 근로연령(18~55세)의 마케도니아인 중 77%가 영어로 기본적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한다. 내륙국 마케도니아가 전력하는 또 다른 분야는 IT. 지난달 31일 그리스의 국경도시 에브조니를 넘어 마케도니아 영토로 진입하자, 마침 차량 안에 켜두었던 노트북 컴퓨터에서 경보음과 함께 새 창(窓)이 떴다. "무선랜(Wi-Fi)을 사용할 수 있는 지역 네트워크가 검색됐다"는 내용이었다. 해발 1700여m의 산악지대인데도 마케도니아 무선통신사업자 'on.Net' 등 2개의 무선네트워크가 작동했다. 150여㎞ 떨어진 수도 스코페로 차량이 접근하면서, 이런 무선 네크워크는 7개로 늘었다. 스코페 시내 다메그루예프 거리의 한 인터넷카페. 밖에는 '1시간 이용 무료'라는 광고가 붙었다. 안에선 10여 명의 이용자가 컴퓨터를 쓰고 있었다. 어떻게 '무료'가 가능할까. 카페 주인인 스베틀라나(Svetlana·25)는 "정보화 강국을 지향하는 정부가 처음 1시간 이용료는 지원해줘, 1시간 이후 사용료만 시간당 1.5유로(약 2400원)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은 '영어·IT의 아버지'로 통하는 보리스 트라이콥스키(Trajkovski) 전(前) 대통령(1999~2004년)의 비전이 있었기에 가능해졌다. 그는 2001년 "면적이 2만5713㎢(남한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국내총생산(GDP) 76억 달러로, 가난에 찌든 마케도니아가 살 길은 영어·IT뿐"이라고 역설했다. 미국과 중국으로부터는 각각 영어 교사 지원과 1만대의 컴퓨터 제공을 받았다. 덕분에, 마케도니아는 세계 최초로 국토 어디에서나 100% 무선 랜이 연결된다고 한다. 유럽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한국과 외교관계가 없지만, 마케도니아는 'IT 선진국' 한국을 모델로 삼고 있다. 밀로소스키 외무장관은 "한국은 마케도니아 발전의 거울이고 삼성·현대·LG 같은 기업의 투자를 희망한다"며 "한국과 연내 수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4/03/2008040300145.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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