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걷고 싶은 도시로… 파리는 제2의 혁명 중

鶴山 徐 仁 2008. 4. 7. 19:40

세계 디자인 도시를 가다 ④
시민을 지하에서 해방시켜라!―프랑스 파리
지하 쇼핑몰 주변을 4만㎡ 정원으로 재개발
철길을 산책로로… 공장지대는 녹색공간으로

 

◆글 싣는 순서
①겉보다 속이 아름다운 도시가 뜬다
②재생으로 도시를 성형하다―미국 뉴욕
③디자인, 죽은 공장을 부활시키다-독일 뒤스부르크·베를린
⑤'풀뿌리 디자인'의 힘―일본 마나즈루·가와고에·요코하마
⑥계층 간·인종 간 장벽 없애는 도시 디자인―영국 런던·웨일스
⑦24시간 7일 내내 숨쉬는 도시를 향해―스페인 바르셀로나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전 지하로 쫓겨난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도로의 주권을 자동차에 넘겨줬더군요."(오딜 루아이예 파리시 도시계획국장)

"서울 곳곳의 큰길 한가운데 산책로를 조성하면 어떨까요. 자동차에 주어진 면적을 줄여 자동차와 보행자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건축가 도미니크 페로)

도시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라고 그들은 입을 모았다. 과거의 유물로 먹고살던 '문화재 도시'에서 22세기를 지향하는 '인간 중심 도시'를 꿈꾸는 프랑스. '걷고 싶은 도시'를 지향하는 프랑스는 현재 '제2의 프랑스 혁명'을 치르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하루 80만명 이상이 드나드는 '파리의 얼굴' 레 알(Les Halles) 지구. 1979년 문을 연 지하 4층 규모의 대형 쇼핑센터인 '포럼 데 알(Forum des Halles)' 덕분에 전 세계 관광객까지 모으고 있다. 지하에서부터 지상까지 연결된 유리 구조 건물이 화려해 보였지만 정작 파리시민들에게는 골칫거리라고 한다. 프랑스 국가 공인 건축사인 배대승 인덕대학 교수는 "교외지역에 있는 비행 청소년까지 밀려와 소매치기 등 크고 작은 범죄를 일으켜 밤에는 다니기가 꺼려질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 파리의 37번째 다리인‘시몬느 드 보부아르’보행교는 12구 베르시 지구와 13구 리브 고슈 개발 지구를 잇는‘균형 회복의 상징물’이다. X자 모양의 조명이 있는 대형 건물 4개 동이 파리 국립도서관. 그 주변이 리브 고슈 지역이다. /파리=정경열 기자

레 알이 오는 2012년이면 대형 '환경 공원'으로 모습이 확 바뀐다. 현 파리 시장인 베르트랑 들라노에가 2001년부터 실시한 '파리 프로젝트' 덕이다. '걷고 싶은 도시'를 지향하는 그의 철학이 반영됐다. 이미 파리는 철길을 재개발한 '프롬나드 플랑테(Promade plantee·나무와 식물이 가득한 산책길)'로 명성을 날린 바 있다. 지금은 폐쇄된 바스티유역에서 파리 동남쪽까지 4.5㎞에 이르는 철길을 산책로로 바꾼 것으로 미국 뉴욕 하이라인, 시카고 블루밍데일 트레일 등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2004년 레알 지구 재개발 국제 공모전 당선안 4개가 발표되고, 최종 1등이 발표됐을 때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렘 쿨하스, 장 누벨, 위니 마스의 제안 대신 무명에 가까운 다비드 망쟁(Mangin)의 계획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 리브 고슈 개발 이전 모습을 촬영한 항공 사진. 여러 개의 철길이 지역을 관통하고 있고, 센강 옆엔 공장들이 늘어서있다.

4ha(4만m²)에 달하는 공간에 첨단 건물을 놓는 것 대신 녹색 정원을 만들겠다는 방안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유명세에 휘둘리지 않은 것도 혁명적이었다. 각종 현지 언론은 다비드(David)의 이름을 따서 '다윗과 골리앗의 결투'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 '파리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도미니크 알바(Alba) 도시계획박물관장은 "프랑스가 옛것을 잘 보존하는 나라이긴 하지만, 너무 성급히 만든 1960~80년대 건물은 앞으로 많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럼 데 알 지역엔 파트릭 베르제르-자크 안지우티 건축가의 녹색 지붕 모형의 예술 문화 복합 건물이 들어선다. 안지우티는 "투명한 채광창으로 만들어져 지하 공간에도 지상의 '빛'을 쏘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 철길을 그대로 산책로로 바꾼 프롬나드 플랑테. 산책로와 공원, 수영장, 놀이터까지 들어서 이 지역은 아이들의 쉼터가 됐다. /파리=정경열 기자

◆'느린 혁명'의 시대

와인 저장 창고를 재개발해 동화 속 마을처럼 꾸며놓은 파리 동남쪽 12구의 '베르시 빌라주'(Bercy village) 지역과 맞은편 재개발 지역인 '리브 고슈'(Rive Gauche) 사이엔 둘을 잇는 보행자 전용 다리가 있다. 2006년 완성된 이 다리는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학자인 시몬느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의 이름을 땄다. 21세기를 내다본 20세기 여성학자와 22세기를 지향하는 21세기 재개발 지역은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는 듯 보였다. 시몬느 드 보부아르 다리를 건너 기중기가 여기저기 우뚝 솟은 리브 고슈 지역에 도달했다.

"지금 저기 학교 건물 사이에 위치한 굴뚝이 보이시죠? 우리 학교를 비롯해 이 지역 전체가 공업지대였죠. 하루 종일 회색 연기가 자욱했고, 주변엔 철로가 얽혀 있었고 파리시의 우아한 삶과는 격리된 지역이었죠." 파리 동남쪽 센강 서편인 파리 13구에 위치한 파리 발 드 센 고등건축대학의 마틴느 부쉬에(Bouchier) 교수가 건물 사이의 굴뚝을 가리키며 말문을 열었다.

파리 13구 리브 고슈는 현재 파리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1991년부터 시작돼 2010년 끝날 예정인 도시 재생 프로젝트 때문이다. 철도 부지를 복개해 마련한 26만4464m²(약 8만평)를 포함한 165만㎡(약 50만평)가 그 무대가 됐다.

공장이 문을 닫은 뒤 파리 시민에게 외면받던 이 지역에 국립도서관이 들어선 것을 시작으로 현재 파리고등건축대학, 파리 7대학(디드로대학)이 이전해 왔으며 장 누벨, 크리스티앙 드 포잠박 등 건축계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의 건물 20여 점이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녹색 외관이 눈에 띄는 '패션&디자인 박물관' 옥상은 정원으로 개발돼 도심에서 푸른 공간을 한껏 느낄 수 있다.

 

그야말로 '건축가들의 놀이터'가 되는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곳곳엔 시영 아파트도 여러 채 들어서, 저소득층이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을 보며 즐기며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부쉬에 교수는 "문화와 교육, 상업, 주거 지역이 복합된 22세기형 공간을 창출하되, 점진적인 개발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지면 사정상 실리지 못한 더 많은 사진과 기사, 방송은 '세계 디자인 도시를 가다' 시리즈 홈페이지(http://businesstv.chosun.com/city/ )에서 8일부터 볼 수 있습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4/07/200804070000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