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디자인 도시를 가다 ④
◆글 싣는 순서
레 알이 오는 2012년이면 대형 '환경 공원'으로 모습이 확 바뀐다. 현 파리 시장인 베르트랑 들라노에가 2001년부터 실시한 '파리 프로젝트' 덕이다. '걷고 싶은 도시'를 지향하는 그의 철학이 반영됐다. 이미 파리는 철길을 재개발한 '프롬나드 플랑테(Promade plantee·나무와 식물이 가득한 산책길)'로 명성을 날린 바 있다. 지금은 폐쇄된 바스티유역에서 파리 동남쪽까지 4.5㎞에 이르는 철길을 산책로로 바꾼 것으로 미국 뉴욕 하이라인, 시카고 블루밍데일 트레일 등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2004년 레알 지구 재개발 국제 공모전 당선안 4개가 발표되고, 최종 1등이 발표됐을 때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렘 쿨하스, 장 누벨, 위니 마스의 제안 대신 무명에 가까운 다비드 망쟁(Mangin)의 계획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4ha(4만m²)에 달하는 공간에 첨단 건물을 놓는 것 대신 녹색 정원을 만들겠다는 방안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유명세에 휘둘리지 않은 것도 혁명적이었다. 각종 현지 언론은 다비드(David)의 이름을 따서 '다윗과 골리앗의 결투'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 '파리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도미니크 알바(Alba) 도시계획박물관장은 "프랑스가 옛것을 잘 보존하는 나라이긴 하지만, 너무 성급히 만든 1960~80년대 건물은 앞으로 많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럼 데 알 지역엔 파트릭 베르제르-자크 안지우티 건축가의 녹색 지붕 모형의 예술 문화 복합 건물이 들어선다. 안지우티는 "투명한 채광창으로 만들어져 지하 공간에도 지상의 '빛'을 쏘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느린 혁명'의 시대 와인 저장 창고를 재개발해 동화 속 마을처럼 꾸며놓은 파리 동남쪽 12구의 '베르시 빌라주'(Bercy village) 지역과 맞은편 재개발 지역인 '리브 고슈'(Rive Gauche) 사이엔 둘을 잇는 보행자 전용 다리가 있다. 2006년 완성된 이 다리는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학자인 시몬느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의 이름을 땄다. 21세기를 내다본 20세기 여성학자와 22세기를 지향하는 21세기 재개발 지역은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는 듯 보였다. 시몬느 드 보부아르 다리를 건너 기중기가 여기저기 우뚝 솟은 리브 고슈 지역에 도달했다. "지금 저기 학교 건물 사이에 위치한 굴뚝이 보이시죠? 우리 학교를 비롯해 이 지역 전체가 공업지대였죠. 하루 종일 회색 연기가 자욱했고, 주변엔 철로가 얽혀 있었고 파리시의 우아한 삶과는 격리된 지역이었죠." 파리 동남쪽 센강 서편인 파리 13구에 위치한 파리 발 드 센 고등건축대학의 마틴느 부쉬에(Bouchier) 교수가 건물 사이의 굴뚝을 가리키며 말문을 열었다. 파리 13구 리브 고슈는 현재 파리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1991년부터 시작돼 2010년 끝날 예정인 도시 재생 프로젝트 때문이다. 철도 부지를 복개해 마련한 26만4464m²(약 8만평)를 포함한 165만㎡(약 50만평)가 그 무대가 됐다. 공장이 문을 닫은 뒤 파리 시민에게 외면받던 이 지역에 국립도서관이 들어선 것을 시작으로 현재 파리고등건축대학, 파리 7대학(디드로대학)이 이전해 왔으며 장 누벨, 크리스티앙 드 포잠박 등 건축계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의 건물 20여 점이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녹색 외관이 눈에 띄는 '패션&디자인 박물관' 옥상은 정원으로 개발돼 도심에서 푸른 공간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지면 사정상 실리지 못한 더 많은 사진과 기사, 방송은 '세계 디자인 도시를 가다' 시리즈 홈페이지(http://businesstv.chosun.com/city/ )에서 8일부터 볼 수 있습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4/07/2008040700003.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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