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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 부자들의 돈 쓰는 법

鶴山 徐 仁 2007. 9. 8. 15:51
김기훈 뉴욕특파원



최근 사망한 미국 부동산업계 여왕 리오나 헴슬리(Helmsley·87)의 유언은 미국 부자들이 자신이 번 돈에 대해 얼마나 까다로운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녀가 쓴 유언장을 보자.

헴슬리는 재산 40억 달러(3조7000억원) 가운데 1200만 달러(115억원)를 8년생 몰티즈종(種) 애완견 ‘트러블’(Trouble)에게 남겨줬다. 이 복슬복슬한 흰털의 개가 여생을 걱정 없이 살도록 돌보는 책임은 남동생이 졌다. 그는 그 대가로 1000만 달러(약 94억원)를 받았다. 헴슬리의 손자 4명 가운데 2명은 1000만 달러의 유산을 상속받았다. 반은 현찰 일시금으로, 나머지 반은 재단에서 받는 연금형태다. 손자들이 연금을 받으려면 아버지의 묘소를 1년에 한 번 이상 찾아 존경과 추모의 마음을 표시해야 한다. 헴슬리가 첫 번째 결혼에서 낳았다가 사망한 아들이다. 헴슬리는 가족묘에 방문객 명부를 비치하도록 해 손자들이 직접 와서 사인하도록 했다. 그녀는 “손자들이 한 해라도 성묘를 하지 않으면 그해에 손자들이 죽은 것으로 간주해 연금지급을 중단하라”고 유언장에 명시했다.

자기에게 재롱을 떨던 개에게는 관대하면서도 피붙이에게 혹독하게 대한 헴슬리의 행동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응은 한국과 다르지 않다. 언론 기사에는 “미쳤다” “정신 나갔다”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미국 부자들의 돈에 대한 고집은 헴슬리뿐이 아니다.

미국 역사상 최대의 부자였던 석유왕 존 록펠러(Rockefeller)는 엄청난 재산을 갖고 있었지만 새 집을 짓고 관리하기 위해 고용한 인부와 가정부 등의 임금을 깎기 위해 ‘전쟁’을 치렀다. 그리고 매일 자신의 금전출납부를 적으면서 돈을 ‘까다롭게’ 관리했다. 세계 3위 부자인 워런 버핏(Buffet)도 지난해 자신의 재산 374억 달러(35조원)를 기부하면서 금융 전문가답게 매년 기부되는 금액의 규모와 사용조건을 복잡한 방식으로 일일이 명시했다.

미국은 사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지만, 부자들이 개인 재산을 다루는 방식은 항상 화제이다. 일부 기행이 비판이나 핀잔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부자에 대한 존경심은 뿌리 깊다. 많은 부자들이 대부분의 재산을 자선사업에 기부하기 때문이다. 헴슬리는 자신의 40억 달러 재산 대부분을 남편과 자기 공동명의의 자선재단에 기부했다. 록펠러 가문은 아버지가 악명을 떨치며 벌어 놓은 돈으로 후대가 자선사업을 하고 있다. 버핏도 재산의 85%를 여러 자선재단에 내놓았다.

최근 사망한 19세기 대부호 존 제이콥 애스터(Astor)의 고손 며느리 브룩 애스터는 밤에는 뉴욕 사교계의 여왕으로 인생을 즐겼지만, 낮에는 저소득층을 돕고 문화를 진흥한 자선사업가였다. 그녀는 평소에 “돈이란 거름과 같아서 널리 뿌려야 한다”는 생활신조를 갖고 있었다.

미국의 거부(巨富)들은 돈을 벌 때는 악착같이 벌고 쓸 때도 까다롭지만 번 돈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이름이 담긴 자선재단에 위탁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사후(死後)에 자선재단이 활동을 활발히 하면 할수록 이름이 더욱 빛나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기억하게 된다.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동양의 격언은 미국 부자들에게 꼭 맞는 말인 것 같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9/05/200709050114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