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精神修養 마당

독학으로 일군 세계 2위

鶴山 徐 仁 2007. 9. 8. 15:42
독학으로 일군 세계 2위  

   

  • 지난달 24일 싱가포르 클라키. 세계 3대 바텐더 대회 중 하나인 ‘아시아 태평양 바텐더 대회(Asia Pacific Bartender of the year)’ 결승전이 열렸다. 한국의 출전 선수는 김현진(33)씨. 서울 강남에 있는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바 ‘블러쉬’ 소속 바텐더다.

    김씨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5분 안에 창작 칵테일 두 잔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에 온 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시작 벨이 울리자, 김씨는 천천히 앱솔루트 보드카, 깔루아, 베일리스 등 3가지 술을 셰이커에 넣고 위 아래로 흔들었다. 팔락(약재)을 으깨 넣고, 인도 향신료인 카다몬을 뿌렸다. 이제 얼음을 넣어 차갑게 식힐 차례. 갑자기 얼음 하나가 굴러 떨어져 다른 재료를 담아둔 그릇위로 떨어졌다. ‘아뿔싸!’ 순간의 실수에 속으론 눈물이 났지만, 얼굴엔 웃음을 잃지 않았다. 바텐더 대회에서는 맛뿐 아니라 절도 있는 표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2007083000181_0.jpg

    ▲ ‘아시아 태평양 바텐더 대회’에 한국인으로 첫 출전해 2위를 차지한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김현진 바텐더가 28일 대회에 출품했던 칵테일‘블러쉬드 카페’를 만들고 있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 최종 심사 시간, 김씨의 작품 ‘블러쉬드 카페(Blushed Caf?)’를 맛본 3개국의 바텐더협회 회장들은 일제히 말했다. “이 칵테일 맛이 가장 좋군!”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세계바텐더협회 대회에 출전한 김씨가 47개국 중 2위를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이 순간이 있기까지 김씨는 외롭고 험난한 길을 헤쳐왔다. 한국은 세계바텐더협회의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김씨는 원래 이 대회 출전 자격조차 없었다.

    김씨는 스스로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작년 초부터 올해까지 세계바텐더협회 소속 87개 회원국 회장들 모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돌아온 답장은 고작 10통. 그중에서도 6통은 “비회원국은 인정할 수 없다”는 거절 메일이었다. 김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무작정 홍콩 바텐더협회 회장을 찾아가 “한국인도 참가하게 힘을 써달라”고 설득했다.

    김씨의 노력에 감복한 홍콩 회장이 대회가 열리는 싱가포르 협회 회장에게 김씨의 사정을 전했다. 마침내 싱가포르 협회로부터 “올 7월에 아시아태평양 대회가 있으니 참가하라”는 대답이 왔다. 대회까지 남은 기간은 두 달. 문제는 세계바텐더협회가 주최하는 대회 규칙은 한국보다 훨씬 엄격하다는 것이었다. 칵테일에 들어가는 재료는 5가지 이하, 알코올은 75㎖ 이하만 사용할 수 있었다. 한국에는 세계대회 경험자가 없어서 물어볼 곳이 없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김씨는 해외에서 각종 자료와 동영상 CD를 구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반복하며 독학으로 대회를 준비했다. “대회에서 일부러 위생장갑을 꼈습니다.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쓴다는 것을 심사위원들에게 보여주려고 했죠. 이것이 도움이 됐는지, 결정적인 실수에도 불구하고 2위를 했습니다.”

    올해 9년차 바텐더인 김씨는 대학생 때부터 세계 최고 바텐더의 꿈을 꾸었다. 그는 1999년 대전 우송대학교 관광경영학과 4학년 재학 중에 호텔 바텐더로 입문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세계 40개국을 돌아다녔다. 각 나라의 쟁쟁한 바텐더들의 솜씨를 ‘훔쳐보기’ 위해서였다. 김씨의 올해 목표는 오는 11월 대만에서 열리는 ‘세계 파이널 바텐더 대회’ 우승. 하지만 최종 목표는 “전 세계인을 위한 칵테일을 만드는 것”이다. “일본의 바텐더가 1953년 개발한 ‘키스 오브 파이어’라는 칵테일은 지금도 세계 어딜 가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저만의 칵테일을 만들고 싶습니다.”  

     

  •  

  • ▲ 아시아 태평양 바텐더 대회에 한국인으로 첫 출전해 2위를 차지한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김현진 바텐더가 대회에 출품했던 칵테일 브러쉬드 카페를 만들고 있다./주완중 기자                              
                                                                           

  •  김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