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精神修養 마당

주름이 있어 아름다운 얼굴

鶴山 徐 仁 2007. 9. 8. 15:18

 

 

2007052100724_1.jpg

▲ 배우 샤론 스톤

예전에 유명한 여배우 출신의 상사를 모신 적이 있다. 쉰을 넘긴 그 분이 웃을 때면 눈가로 퍼지는 주름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물결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점심 시간 잠깐 짬을 내 피부과에 다녀오는 것만으로 눈가의 주름을 없앨 수 있는 시절에, 게다가 패션 잡지에서 일하다 보니 세월이 가는 대로 편안하게 얼굴을 놔두기란 쉽지 않다.

얼마 전 만난 한 프랑스 화장품의 홍보담당자는 본사에서 온 노화방지 화장품의 광고를 국내에서는 사용할 수 없어 고민이라 했다. 활짝 웃고 있는 모델의 눈가와 입가의 주름이 화근이었던 것. 워낙 안티에이징 제품들은 30대 이상을 대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 주름 한가닥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하건만 ‘10년쯤 젊어 보이게’가 아니라 아예 ‘23세에서 그대로 멈춰라’가 모토인 게 한국이다. 프랑스제 화장품의 노화방지 라인 제품의 모델이 된 샤론 스톤은 48세다.

 

‘원초적 본능’을 찍던 당시의 치명적 섹시함은 무뎌졌지만 아이를 입양하고 이혼하고 뇌종양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재기한 그녀에겐 원숙함, 강인함이 더해졌다. 그녀 덕에 그 제품은 유럽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는데 한국에서는 그만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볼티모어 선’지의 앨리스 스타인바흐는 자신의 여행기에서 ‘파리에선 나이든 여자도 인기가 있다’며 카페 ‘플로르’의 웨이터에게 말을 붙여볼까 망설였다고 고백한다. 애인을 만들 생각은 없으나 피부 세포가 시시각각 쪼그라드는 나이에 접어들고 보니 주름진 얼굴로도 당당한 프랑스 여자들이 점점 부러워진다.

                                                                        유진·패션지 ‘엘르’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