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유럽 아프리카

(17) 랄리벨라(Lalibella) 기행 ① 아프리카의 예루살렘

鶴山 徐 仁 2007. 2. 25. 20:01

 

랄리벨라(Lalibella)에 오기 전에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그런 곳이 있었던 것이다. 커다란 암반 한 장을 위에서부터 때리고 쪼아 내려가면서 교회를 만들었다? 상상이 가는가. 그것도 교회 하나가 아니라 교회군(群)이라는 표현을 써야 할 만큼 그 수가 많다? 그런데 사실이었다.

랄리벨라가 바로 그 곳이다. 역사적으로는 로하(Roha)라고 불렸다. 도심(한국의 도심을 상상하면 곤란하다.)이 한국의 조그만 시골 보다 못한 이곳 랄리벨라지만 에피오피아 사람들에게는 제2의 예루살렘이라고 부르는 성지이다. 무슬림들이 살아 생전 꼭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 ‘메카’이듯이 에티오피아 정교회 신자들은 살아 있는 동안 한번은 꼭 가보고 싶은 그런 곳이 랄리벨라로 순례지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 악숨 양식으로 만들어진 암굴교회 창틀. 악숨 왕조의 힘이 다해 랄리벨라로 천도했다지만 암굴교회의 창틀에, 혹은 기둥에 여전히 악숨 왕조는 살아 있었다. 북부 도시 악숨에 가면 악숨 왕조는 현재까지도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다.
▲ ‘골고다의 집’으로 부르는 랄리벨라의 공동 묘지.

아디스 아바바에서 동쪽으로 약 500km 떨어져 있고, 비행기로는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공항에서 도심까지의 거리가 꽤 된다. 택시로는 30분 정도. 굽이굽이 가는 길목에 보이는 전경들이 장관이다. 차로도 쉽지 않은 곳인데 노새를 타고 가는 사람들, 심지어 걸어가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평균해발고도가 2,300m가 넘는 아디스 아바바에서 지내면서 어느 정도 고산지대 생활에 적응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랄리벨라는 그곳 보다 훨씬 더 높은 3,000m나 되는 곳이었다. 일주일을 머물렀는데 높이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머무는 내내 호흡이 불편했다.

AD 1세기부터 세력을 떨쳤던 악숨(Axum) 왕조의 힘이 쇠락하자 그 뒤를 이어 12세기초 자그웨 왕조가 발흥했다. 자그웨 왕조의 가장 탁월한 군주였던 랄리벨라(12세기말~13세기초 재위)는 수도를 악숨에서 라스타 지방의 로하(Loha)로 천도했고 기존의 지명을 로하가 아닌 랄리벨라로 바꾸었다. 이후 로하는 약 300년 간 자그웨 왕조의 수도가 된다. 랄리벨라 왕은 성지인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이 이슬람 세력에 의해 점령되어 순례가 어려워지자 로하에 제2의 예루살렘 건설을 시도한다. 랄리벨라에 ‘요르단강’이나 ‘골고다의 집’ 등 예루살렘을 본뜬 이름이 존재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 당시 요르단 강으로 명명되었던 골짜기로, 나무 아래에 살짝 보이는 십자가는 예수가 세례를 받았던 장소를 표시한 것이라고 한다.
▲ 엠마누엘 교회 안내 표지판. 현재는 보수공사 중이라 거대한 돌 하나로 이루어진 암굴교회를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지만 그림을 보면 커다란 암반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쪼아 내려가면서 지어졌음을 알 수 있다.

왕은 어느 날 꿈에서 “로하에 ‘제2의 예루살렘’을 건설하라”는 신의 계시를 받는다. 그는 그 일을 위해 당장 로하로 수도를 옮기고 팔레스티나와 이집트 기술자들을 동원해 교회 건설에 들어간다.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는 강은 그리스도가 세례를 받은 곳만큼이나 성스러운 곳이라 하여 ‘요르단강’이라 명명되었고, 요르단강을 사이에 두고 그 북쪽과 남쪽에 각각 5개,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다 또 하나를 지어 모두 11개의 교회가 완성되었다.

교회는 무려 120여 년에 걸쳐 지어졌는데 랄리벨라 왕 사후에도 작업은 계속되었다고 한다. 교회 건설에 시간이 많이 걸린 이유는 랄리벨라가 해발 3000m의 고지대이고 암반을 파내 그 속에 지하 교회를 세워야 하는 일이 아주 고된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하나의 암반을 쪼아 만들어진 이 암굴교회군은 악숨양식을 계승했고, 실제로 보면 그 규모에 압도당하지만 무척이나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교회군은 전체가 다 지하에 있는데 현대의 건축기술로도 어떻게 그런 건물이 지어질 수 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랄리벨라의 암굴교회군은 1978년 유네스코(UNESCO: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윤오순>

기사일자 : 2007-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