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유럽 아프리카

(18) 랄리벨라(Lalibella) 기행 ② 기독교의 부활을 꿈꾸다

鶴山 徐 仁 2007. 2. 25. 20:05

 

랄리벨라에 있는 11개의 석조 교회들 중에 규모면에서 혹은 외관의 아름다움 측면에서 두드러지는 몇 개 교회를 소개한다.

랄리벨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세인트 구세주교회(메드하네 알렘 교회, Medhane Alem Church)는 요르단강 남쪽에 있다. 교회 순례의 제 1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이곳에서 티켓을 사서 출발한다. 입장료는 100birr이며 티켓 한 장으로 모든 암굴교회 방문이 가능하다. 그리고 티켓에는 이름을 쓰는 칸이 있어서 이 티켓을 제시하면 몇 번이고 재방문이 가능하다.

▲ 메드하네 알렘 교회. 랄리벨라 암굴교회군에서 가장 큰 교회이다. 하나의 거대한 돌을 깎아 이런 교회를 만들었다.

전체적인 구조는 세로 33.7m, 가로 23.5m, 높이 11.5m이고 32개의 각진 기둥이 중앙에서 양쪽으로 완만하게 경사진 지붕을 받치고 있다. 지붕에는 여러 줄의 직선무늬가 새겨져 있고 옆면은 아치 모양의 장식이 되어 있다. 내부에는 각각 7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4개의 열주(列柱)가 있고 본당 천장은 반원통 모양으로 되어 있다. 이곳에는 3개의 속이 텅 빈 묘가 안치되어 있는데 각각은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을 상징하고 있다. 내부가 넓긴 하지만 예배를 볼 때 신자 이외에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메드하네 알렘 교회 서쪽에 있는 세인트 마리암 교회(St. Maryam Church)는 정면 입구 윗부분에 기마상 부조가 있고, 창틀은 역시 고대 에티오피아의 악숨양식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악숨 왕조의 힘이 다해 랄리벨라로 천도했다지만 암굴교회의 창틀에, 혹은 기둥에 여전히 악숨 왕조는 살아 있었다. 북부 도시 악숨에 가면 악숨 왕조는 현재까지도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교회 내부에는 인류의 발상과 종말을 상징하는 유명한 벽화가 있다. 이 벽화는 15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며 북쪽에 있는 교회군에 벽화가 있는 곳은 이곳뿐이다.

가장 나중에 세워져 다른 교회군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세인트 기오르기스 교회(St. George Church)는 평면구조가 가로 12m, 세로 12m, 높이 12m의 정십자형이며, 건물 꼭대기에는 세겹의 십자가를 조각해 놓았다. 창틀은 다른 교회와 마찬가지로 악숨양식으로 만들어졌고, 사제가 상주하며 예배도 드릴 수 있다. 그리고 ‘기즈’(Geez, 암하릭어의 모체가 되는 언어로 현지의 에티오피아 정교회 신자들은 신의 언어라고 말한다.)로 씌어 있는 성서를 볼 수 있다. 교회가 ‘노아의 방주’를 상징한다고 해서 현지에서는 세인트 기오르기스 교회라기보다 ‘노아의 방주’라는 별칭으로 더 많이 불린다. 현재 보수공사를 위한 쇠막대기나 지붕 커버가 없는 유일한 교회이다.

▲ 세인트 기오르기스 교회. 가로 12m, 세로 12m, 높이 12m의 정십자형으로 만들어졌고, 다른 교회군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 현재 보수공사를 위한 쇠막대기나 지붕 커버가 없는 유일한 교회이다.

▲ 마리암 교회를 둘러싸고 있는 외벽. 종(鐘)이 걸려 있는 바위 속에도 공간이 있어 그곳에서 마리암 교회를 바라볼 수 있고, 내부에 만들어진 긴 통로는 또 다른 교회로 연결되어 있다.

모든 교회는 현재도 사제가 상주해 있고 예배를 드릴 수 있다. 특이한 것은 11개의 교회에서 사용하는 십자가의 모양이 다 다르며 십자가에 사용되는 문양의 의미도 다 다르다. 예배를 보는 사람들 대부분은 수천 년 전부터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전통 의상이 되고 있는 흰색의 ‘가비’를 입고 있다. 새벽 5시쯤에 시작되는 예배를 위해 암굴교회 곳곳에 하얀색 가비로 온 몸을 두른 사람들이 무리지어 움직이는 모습은 느린 동작의 군무(群舞)를 연상케 한다.

교회 안은 성스러운 곳이라서 내부로 들어갈 때 신발이나 모자를 벗어야 하는데 다시 신발을 신을 때 이곳에서 ‘꼰니짜’라고 하는 벼룩이 따라 온다. 가급적 바닥에 앉지 말고, 바짓단은 걷어 올려 바닥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신발을 신기 전에 전부 털어야 그날 밤 안전하게 잘 수가 있다. 이걸 무시하면 잠자는 동안 벼룩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한번 벼룩에 물리면 일주일은 고생해야 한다.

▲ 최근 보수 공사 때문에 예전에는 없었던 다리를 만든 경우가 있지만 이 다리는 교회와 교회 사이를 이동하기 위해 만든 다리이다. 이곳 말고도 현대과학으로는 도저히 이동방법을 설명할 수 없는 곳에 위치해 있어 현재는 다리를 놓아 이동할 수 있게 만든 교회들이 있다.

▲ 정교회 의식에 사용되는 에티오피아 전통 스타일의 북. 양쪽 마구리에 동물 가죽을 사용하며 바디를 감싸는 천의 문양들이 몹시 화려하다. 새벽 예배에 나가 보면 이 북을 사용하며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에티오피아 전통 스타일의 이동식 의자. 얼핏 보면 불편해 보이지만 다리쉼에 그만이다.

▲ 세인트 가브리엘 교회와 세인트 라파엘 교회. 중앙에 보이는 벽을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부른다. 랄리벨라 왕의 궁전이 있었던 곳으로 궁전이 이전된 후 교회가 되었다.

▲ 세인트 기오르기스 교회에 있는 Geez로 쓰여진 성서. Geez는 현재 에티오피아의 공용어인 암하릭어의 모체가 되는 언어로, 에티오피아 정교회 사람들은 신의 언어라고 믿으며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 세인트 기오르기스 교회에 있는 Geez로 쓰여진 성서. Geez는 현재 에티오피아의 공용어인 암하릭어의 모체가 되는 언어로, 에티오피아 정교회 사람들은 신의 언어라고 믿으며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윤오순>

기사일자 : 2007-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