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 아프리카를 찾아보면 북동쪽 근방에 뾰족한 뿔 모양을 한 대륙 에티오피아가 보인다. 동쪽으로는 소말리아, 남쪽으로는 케냐, 서쪽으로는 수단, 그리고 북쪽으로는 에리트리아와 지부티를 이웃으로 두고 있다. 우리가 농담으로 자주 언급하는 우간다와 피라미드의 나라 이집트도 에티오피아에서 가깝다.
1991년 에리트리아가 에티오피아로부터 분리 독립할 때 바다를 잃고 내륙국이 되면서 에티오피아는 대부분의 교역을 케냐의 몸바사, 수단의 수단항, 소말리아의 소말리랜드, 지부티의 지부티항을 통해서 하고 있다. 그러나 메인 교역항은 거리적으로 제일 가까운 지부티항이다. 현대의 아토스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들어오는 대부분의 물건들은 이곳 지부티항에 정박해 에티오피아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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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는 대한민국의 5배정도 되는 땅덩어리에 현재 약 7천7백여만 명이 살고 있다. 수도인 아디스 아바바(New Flower의 의미)는 에티오피아의 중심에 위치해 있고 평균 해발 고도가 2,300m 정도의 고지대로 이곳에 약 325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고산병이 있는 사람들은 적응하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해발 고도만 높을 뿐이지 경사가 완만해 막상 와 보면 그 높이를 실감하지 못한다.
평균기온은 섭씨16도 정도이며 사계가 있지만 겨울이라고 해서 눈이 내리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달력으로 따졌을 때 9월에서 10월로 넘어가는 지금 이곳은 크렘트(Kremt)라고 부르는 겨울이며 날마다 비가 쏟아지는 대우기이다. 그러나 대우기라고는 해도 하루 종일 비가 와서 질척거리는 게 아니라 잠깐 확 쏟아지고 맑디맑은 하늘이 되는 그런 날씨다.
에티오피아에는 태양이 13개월이나 뜬다는 사실을 아는가. 에티오피아는 우리처럼 서역인 그레고리안 역법을 사용하지 않고 Julian Solar 캘린더를 사용하기 때문에 달력이 우리 보다 약 7년이 늦어 올해가 이들에겐 2006년이 아닌 1999년이다. 물론 1년도 12개월이 아니라 13개월이며 매년 1월 1일이 아닌 9월 11일이 에티오피아에서는 신년이 된다. 그런 이유로 온 세계가 다 치른 밀레니엄을 이들은 내년에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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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간판은 영어와 암하릭어가 병기되어 있어 큰 어려움이 없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물건을 살 때 암하릭어를 모르면 어디를 갈 수도 물건을 살 수도 없다. 하나밖에 없는 방송국인 ETV에서 채널 2개(ETV1, ETV2)를 가동하고 있지만 영어 방송은 한정되어 있고 드라마든 정보 프로그램이든 온통 암하릭어이다. 에티오피아 여행을 계획했다면 간단한 생활 암하릭어는 배워서 오는 게 좋을 것 같다.
서울에서 출발해 홍콩이나 태국의 방콕을 경유해서 이 곳에 올 수 있다. 유럽에서는 프랑크푸르트를, 아프리카 항공을 이용할 경우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케냐를 경유해 오는 방법이 있다. 아랍 에미레이트의 두바이 공항에서는 약 네 시간만 비행하면 아디스 아바바에 도착한다. 현재까지 에미레이트 항공이 가격은 제일 비싸지만 공항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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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는 사증면제협정이 체결되어 있지 않아 에티오피아 입국시에는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2002년에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관이 폐쇄되어 비자는 도쿄나 베이징의 에티오피아 대사관에서 받거나 아니면 아디스 아바바 공항에서 직접 받을 수 있다. 3개월 유효한 비자 발급시 20US$가 필요하다. 참고로 무조건 달러만 취급한다. 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대로 공항내에 있는 은행에서 에티오피아 birr를 바꾸어 내려고 했더니 달러를 요구했다. 또 1개월 단위로 비자를 받고 추가요금을 내면 3개월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체류기간이 3개월이면 20US$을 내고 한번에 3개월짜리 비자를 받을 수도 있다. 비자요금은 도쿄나 베이징에서 받더라도 현지 공항에서 받을 때와 똑같다.
지금 체류하고 있는 곳은 아디스 아바바의 중산층 가정으로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생활문화와 암하릭어를 배우고 있다. 익숙해지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까지는 ‘떠루너우’다 (암하릭어로 its good!).
<윤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