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유럽 아프리카

(2) 에티오피아에 가거든 손톱을 깎으세요

鶴山 徐 仁 2007. 2. 2. 20:44

 

▲ 인제라의 주원료인 떼프(teff)를 마당에 널어 놓고 말리는 모습. 옆에 조그만 쟁반에 담아 놓은 것은 찢어서 말린 고추이다. 에티오피아 사람들도 우리처럼 고춧가루는 물론 마늘, 생강, 양파 등을 먹는다.
에티오피아의 주식(主食)은 인제라이다. 떼프(Teff)라는 모래알 같이 생긴 곡류가 주원료인데 이것을 지름 50센티 정도로 얇게 부쳐낸 것이 인제라이다. 떼프를 물에 불려 며칠 발효 시키면 시큼한 냄새가 나는데 이때가 인제라를 만드는 적기다. 만드는 방법은 우리나라 부침개를 상상하면 이해가 쉬울 텐데 잘 달구어진 팬에 건더기 없는 떼프 반죽을 순식간에 부어 부쳐낸다.

인제라를 부칠 때는 재료를 붓는 속도가 중요한데 이는 빈 공간을 채우다 보면 인제라의 두께가 제 각각이 되기 때문이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인제라가 익으면 매끄럽던 표면이 해면조직처럼 변한다. 익은 느낌이 들었을 때 살짝 뚜껑을 덮어놓으면 인제라가 완성된다. 옛날에는 우리나라 가마솥 뚜껑 같이 생긴 도구를 이용해 인제라를 만들었는데 요즘 좀 사는 집들은 전기를 이용한 기계로 인제라를 만들고 있다.

▲ 보즈나 슈로(BOZENA SHURO) 혹은 슈로 워트라고 하는 소스를 얹은 인제라. 에티오피아의 전통 버터에 잘게 다진 소고기가 주재료이다. 맛은 꼭 우리나라 막된장 같다. 에티오피아에서 워트라고 하면 잘게 다진 고기를 의미한다. 소고기가 주원료이면 소고기워트, 양고기가 주원료이면 양고기워트 이런 식으로 부른다. 이곳에서 워트의 위상이 어느 정도냐 하면 집을 현지어로 베트라고 하는데 부엌을 워트베트라고 부를 정도다.

이렇게 만든 인제라에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여러가지를 올려 놓고 싸 먹는다. 무슬림들이 난이라고 생긴 아무 맛도 안 나는 밀가루빵으로 뭔가를 싸 먹는 것처럼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이 인제라에 뭔가를 싸서 먹는다. 막 부쳐낸 그대로의 인제라 위에 각 종 소스를 부어 싸 먹기도 하고 야채 같은 걸 올려서 싸 먹기도 한다. 보통은 부쳐낸 인제라를 돌돌 말아서 10센티 정도의 크기로 뚝뚝 잘라 접시에 수북이 담아내는데 그걸 각자의 접시에 가져가 이것저것 싸 먹는다. 인제라와 인제라 사이에 소스를 발라 몇겹으로 만들어 우리나라 시루떡처럼 만들어 그냥 먹기도 한다.

▲ 인제라 위에 다양하게 올려진 이런 음식을 이곳에서는 마하바라위(MAHABARAWI)라고 부른다. 양고기, 닭고기, 소고기, 치즈, 달걀, 그리고 야채(감자와 당근, 이곳에서 고멘이라고 부르는 캐비지가 살짝 보인다.) 등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 에티오피아는 80여 개의 종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인데 전체인구 중 약 4% 정도를 차지하는 거라게족의 전통 음식인 키트포(KITFO)이다. 돌돌 말린 음식은 인제라이며 컵에 담긴 하얀 음식은 여기서 아이브(Aiebe)라고 하는 치즈이다. 인제라 옆의 딱딱해 보이는 음식은 꼬쪼(KOCHO)라고 부르며 우리나라 떡같지만 특별한 맛은 없고 이것으로도 음식을 싸 먹는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집이든 식당이든 어딜 가나 인제라를 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 에티오피아의 Dire Dawa(에티오피아의 부산과 같은 곳)라는 곳이 수해 피해가 극심해 BBC와 CNN에서 그 내용을 앞다퉈 보도했었는데 이 곳에 도착하는 구호식품들 중에서 이 인제라를 만날 수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식락이나 빵, 우유쯤이 제공될 텐데 여기서는 쟁반에 인제라 한 장을 깔고 그 위에 소스를 얹어 수재민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이 곳의 주식은 빵도 우유도 아닌 인제라기 때문이다.

젓가락과 숟가락을 사용해 밥을 먹는 사람 눈에 이 곳 사람들이 맨 손으로 인제라를 먹는 모습은 참으로 낯설다. 멋지게 잘 차려 입은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며 소스로 뒤범벅이 된 손으로 인제라를 먹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또 매니큐어를 예쁘게 바른 아가씨가 인제라로 접시 바닥을 싹싹 닦아가며 먹는 모습도 상상해 보라. 쟁반 하나에 인제라를 놓고 다 같이 조금씩 찢어가며 이것저것 싸 먹는데 인제라만으로 능숙하게 바닥까지 훑어 먹는 경지에는 오르지 못했다. 소스 같은 걸 인제라에 얹으면 인제라 표면으로 액체 같은 게 스며 흘러 나오는데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꼭꼭 저며 에티오피아 사람처럼 먹는다는 게 아직은 어려운 일 중의 하나다.

먹을 때는 왼손이 아니라 오른손을 사용한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뭔가를 먹을 때 인도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오른손을 사용하지만 화장실에서 왼손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화장실에서는 화장지를 사용한다(?)고 한다. 먹을 때 손을 사용하기 때문에 손을 닦을 수 있는 곳은 어디든 쉽게 만날 수가 있다. 그러나 손톱이 길면 인제라를 먹을 때 아주 낭패다. 에티오피아에 갈 계획이 있다면 손톱을 바짝 깎고 가기를 강추한다.

▲ 에티오피아 전통 버터를 만드는 모습. 처음엔 버터만 넣고 끓이다가 이름 모를 잎사귀와 향신료 같은 것을 넣어 함께 끓인다. 이것을 다시 거르면 기름과 노란 덩어리로 분리가 되는데 덩어리는 가루로 만들어 나중에 슈로 요리에 이용된다.

저녁에 직접 부쳐낸 인제라를 접시에 올려놨는데 집에서 일하는 친구가 부쳐낸 인제라와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모양도 두께도 고르지가 않다. 그래도 이 곳에서는 너무도 먼 나라, 코리아에서 온 친구가 만든 인제라라고 다들 한마디씩 거들며 맛있게 먹어줬다. 아머세끄날로! (암하릭어로 Thank you!)

 

 

 

<윤오순>

기사일자 : 2006-09-27   

'유럽 아프리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3) 사자 동물원 가던 날  (0) 2007.02.02
(3) 사자 동물원 가던 날  (0) 2007.02.02
(1) 에티오피아를 아시나요  (0) 2007.02.02
아드리아해의 검은 진주  (0) 2006.12.03
[스크랩] 이집트 박물관  (0) 2006.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