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남자기다림기억이라는 것은 별로 믿을 게 못된다.생각해 보면 그때 내가 기다렸던 것이 사랑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줍잖은 젊음이 흔히 그렇듯 세포분열의 미열을 줏어 갈 시베리아행 대륙횡단열차였던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내가 기다리던 것은그저 심심함을 끝장내어 줄 아무거나 일지도 모른다.열차가 밤에 올 것이라 생각한 예상은 정확히 빗나갔다.대륙으로 가는 횡단열차는 매미 울음 요란한 여름 한낮에 지나버렸다. 떠나는 것마다 다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떠나는 그녀를 왜 잡지 않았는지는 시끄러운 매미 울음 탓에 잊어버렸다.시뻘거진 눈이 여름 한낮의 현기증에 지쳐 잠 들었다 깨어나고단정해서 창백한 편지지와 미안해요의 낯설음이 혼자를 깨우치고 있었다. 여름은 지루했다.매미가 울지만 않았어도 나는 미치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