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일다!
성난
해가 이빨을 갈고
입술은
붉으락 푸르락 소리없이 훌쩍이며,
유린
받은 계집같이 검은 무릎에 곤두치고 죽음일다.
만종(晩鐘)의
소리에 마구를 그리워 우는 소―
피란민의
마음으로 보금자리를 그리워 우는 새―
다
검은 농무(濃霧) 속으로 매장이 되고,
천지는
침묵한 뭉텅이 구름과 같이 되다.
아,
길 잃은 어린 양아, 어디로 가려느냐?
아,
어미 잃은 새 새끼야, 어디로 가려느냐?
비극의
서곡(序曲)을 리프레인하듯
허공을
지나는 숨결을 말하더라.
아,
도적놈이 죽일 숨 쉬듯한 미풍에 부딪혀도
설움의
실패꾸리를 품기 쉬운 나의 마음은
하늘
끝과 지평선이 어둔 비밀실에서 입맞추다.
죽은
듯한 그 벌판을 지나려 할 때 누가 알랴.
어여쁜
계집애 씹는 말과 같이
제
혼자 지즐대며 어둠에 끓는 여울은 다시 고요히
농무에
휩싸여 맥 풀린 내 눈에서 껄덕이다
바람결을
안으려 나부끼는 거미줄같이
헛웃음
웃는 미친 계집의 머리털로 묶은
아,
이 내 신령의 낡은 거문고 줄은
청철(靑鐵)의
옛 성문으로 닫힌 듯한 얼빠진 내 귀를 뚫고
울어
들다, 울어 들다, 울다는 다시 웃다―
악마가
야호(野虎)같이 춤추는 깊은 밤에
물방앗간의
풍차가 미친 듯 돌며
곰팡스런
성대로 목메인 노래를 하듯……!
저녁
바다의 끝도 없이 몽롱한 먼 길을
운명의
악지마른 손에 끄을려 나는 방황해 가는도다.
남풍(南風)에
돗대 꺾인 목선(木船)과 같이 나는 방황해 가는도다.
아,
인생의 쓴 향연에 불림 받은 나는 젊은 환몽(幻夢) 속에서
청상(靑孀)의
마음과 같이 적막한 빛의 음지에서
구차를
따르면 장식(葬式)의 애곡(哀曲)을 듣고 호상객처럼―
털
빠지고 힘 없는 개의 목을 나도 드리우고
나는
넘어지다- 나는 거꾸러지다!
죽은
일다!
부드럽게
뛰노는 나의 가슴이
주전
빈랑(牝狼)의 미친 발톱에 찢어지고
아우성치는
거친 어금니에 깨물려 죽음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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