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해동용궁사

鶴山 徐 仁 2006. 7. 7. 19:14
산에 가야만 절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요한 사찰의 정취를 느끼고 싶지만 산 속을 굽이굽이 올라가는 것이 힘들어 포기했다면 부산 기장에 있는 ‘해동용궁사’에 가면 된다. 해안에 자리한 해동용궁사에서는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다른 수양 필요없이 바라보면 그대로 마음이 트인다. 파도소리와 불경소리의 어우러짐이 여느 화음 못지않다. 잠시 작은 섬에 와 있는 듯 산과 바다와 하늘이 한마음에 담긴다.

#절이 말을 건다

바다를 품은 사찰 ‘해동용궁사’는 찾는 이에게 끊임없이 ‘무언의 말’을 건넨다. 절 입구부터 나올 때까지 곳곳의 나무푯말과 석상에 새겨진 글귀, 다양한 석탑과 불상으로 말을 건다. 주차장에서 1~2분여 걸어가면 오른편에 제일 먼저 보이는 석상에 인사말 대신 ‘한가지 소원은 꼭 이루는 해동용궁사’라고 적혀 있다. 바라는 모든 소원을 다 들어준다는 말보다 설득력이 있다. 왼편에는 12지상이 길게 늘어서 있다. 몇몇 상에는 삼재(三災)를 알리는 붉은 띠가 둘러져 있다. “내가 올해 삼재였나? 어쩐지…” 하며 두 손을 모으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모르면 몰라도 알고 지나치긴 힘들다.

용문 석굴로 들어가기 전 제일 먼저 보이는 탑은 ‘교통안전기원탑’이다. 세계 어느 사찰에 이런 탑이 있을까 싶다. 탑돌이를 하다보면 ‘진실한 마음으로 기도하면 큰 사고를 면합니다, 운전하는 데는 조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부적입니다’라는 글귀를 볼 수 있다. 교통안전까지 기원해주는 절이니 다른 소원들은 말할 것도 없다. 108계단에 들어서 내려가다 보면 득남불과 학업성취불이 보인다. 만지면 아들을 낳게 해 준다는 득남불의 둥근 배는 아들 바라는 이들의 손을 타 까맣고 맨질맨질하게 윤이 난다. 어디 아들 바라는 사람들의 손길만 닿았을까. 108계단을 지나는 통과의례처럼 탐스럽게 불룩 올라온 포대화상의 배를 쓰다듬고 지나간다. 이름에 걸맞게 책을 보고 있는 학업성취불도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한다.

대웅전 뜰을 지나 계단을 몇걸음 올라가면 해수관음대불을 만날 수 있다. 꼭 한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바로 그 불상이다. 바다를 굽어 살피듯 용궁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터를 잡고 있다. 촛불을 켜고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의 몸가짐이 조심스럽다. 꼭 한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니 더욱 간절해지는 것일까. 그 한가지를 꼽아보려는 세속의 마음과 고를 것도 없이 절박하게 빌어야 하는 애절함이 불상 앞에 선 이들의 표정에 드러난다. 희망을 품었든 절망을 품었든 불상 옆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시름을 거두어 간다.

‘참 좋은 곳에 오셨습니다’라는 대웅전 입구의 따뜻한 환영사가 절을 나오는 순간까지 마음에 남는다. ‘바다도 좋다하고 청산도 좋다거늘 바다와 청산이 한 곳에 뫼단 말가’라고 한 춘원 이광수의 감탄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몸아픈 이들이 병을 맡기고 간다는 약사여래불과 해가 제일 먼저 뜬다는 일출암, 해변산책길로 통하는 방생터, 바다를 바로 앞에 둔 4사자3층석탑도 놓치기에 아깝다.

#이곳도 함께

해동용궁사에서 700m 정도 내려가면 작은 절 ‘해광사’에 들를 수 있다. 깨끗하게 정돈된 절 내부도 멋지지만 해광사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일품이다. 정면에서 왼편으로 대변항이 보이고 오른쪽에서는 용왕제를 드리는 곳으로 유명한 오랑대도 볼 수 있다.

대변항으로 가는 길 연화리에는 해녀들이 손수 잡아 차린 싱싱한 해물을 맛볼 수 있다. ‘손큰할매’ ‘최씨아줌마’ ‘어진이 엄마’ 등등 이름도 정겹다. 대변항은 기장에서 제일 큰 항으로 갈치와 멸치, 오징어가 유명하다. 말아 널린 미역과 갈치 등이 항구 옆에 길게 늘어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