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김철진(시인, 예술촌 촌장)
이번의 지방 선거는 이미 결과가 나와 있는,
어쩌면 우리 나라 선거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가장 맥빠진 선거가 될 전망이다.
이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공식 홈페이지에
'싹쓸이만은 막아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올린 대국민 호소문에서
'최근의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246개 광역, 기초 단체장 자리 가운데
열린우리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20여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라고 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여론 조사 결과이니 엄살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동영 의장이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 홈피에서
한 네티즌의 '정치(政治)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고서
'정치는 희망을 만드는 기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국민이 가려운 곳을 긁어 드리고, 아픈 곳을 함께 아파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삶의 문제를 내 문제로 끌어안고 씨름하고,
보다 많은 국민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정치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쓴 답글을 읽고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필자는 '그런데 왜?' 라는 생각과 함께
자가당착(自家撞着)이란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열린 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미래는 20대, 30대들의 무대라구요. 그런 의미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서 생각해보면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아요.
꼭 그 분들이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단 말이에요.
그분들은 어쩌면 이제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되고"라는 막말로 노인 폄하 발언을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또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엎드려 호소합니다. (중략)
한나라당의 싹쓸이만큼은 막아 주십시오.
열린우리당에 대한 노여움을 잠시 뒤로 미루시고
한 번만 더 지방 권력의 균점을 생각해 주십시오."라며 읍소를 하고 있으니,
이번에는 "무대에서 퇴장할 노인들도 나와서 열린우리당과 후보에 투표해 달라."는 말로
해석해도 되는 것인지 필자같이 아둔하고 무지한 60대는
어느 말을 믿어야 할지 몰라서이기 때문이다.
선거일을 이틀 앞둔 오늘 정치꾼들의 입과 유권자인 국민들의 귀를 생각하게 된다.
입은 말하는 입이요 귀는 듣는 귀다.
정치는 입으로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꾼들은 입으로만 정치를 하려고 한다.
오만과 독선으로 자신들만 잘난 줄 알고
국민들의 높아진 의식 수준을 망각한 채 무시하고 입을 가볍게 함부로 놀리며
듣는 귀를 가진 국민들이 무지해서
자신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니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열린우리당의 “한나라당 싹쓸이를 막아달라”는 읍소에도
전남대 장우권 교수는
“갑자기 엎드려 눈물 흘린다고 마음을 돌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조선대 윤종록 교수는 '한나라당 싫어서 나를 찍은 것 아니냐.’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광주 밑바닥 민심은 물론 여론 주도층마저 등을 돌리게 했다.”고
말했다는 기사를 인터넷 어디선가 보면서
아무리 뚫린 입이라 해도 말 함부로 할 것은 아니란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20일 피습을 받고 병원으로 가
두 시간여의 수술을 받은 다음 날 오후, 통증이 심해 말하기 고통스러울 상태에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오버하지 마시라."고 비서실장을 통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부탁했다는 박근혜 대표의 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 부친의 죽음 앞에서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방에 이상이 없느냐“고 물었다는 박근혜 대표의 그 사려 깊음 때문이다.
말이란 그렇게 먼저 깊이 생각하고 해야만 한다.
아무튼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정당은 미워도 후보자는 미워하지 말고
지방 자치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인물 중심으로 투표를 하는
성숙된 시민 의식으로 진정한 슬기를 보여 주도록 해야만 하겠다.
그리고 열린우리당도 '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헤엄은 안 한다.'는 속담을 생각해서라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엎드려 호소합니다.'며
'한나라당의 싹쓸이만큼은 막아 주십시오.'라고 표를 구걸할 것이 아니라,
남은 이틀 동안이라도 왜 민심이 이반(離反)했는가를 깊이 반성하여
여당으로서의 잘못을 진실로 깨닫고 떳떳하게 선거에 임해 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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