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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블레어, 이라크戰 실책 첫인정

鶴山 徐 仁 2006. 5. 27. 08:53
부시 “포로 학대가 가장 큰 실수… 대가 컸다”
블레어 “후세인 몰락=민주주의 시작으로 착각”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25일 이라크전 수행과정에서의 ‘실책’을 공식 인정했다. 두 사람은 그동안 이라크전에 대한 국내외의 지지도 추락과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는 데는 인색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블레어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모든 게 우리가 바라는 방식으로 전개되지는 않았다”면서 두 가지를 들었다. 그는 이라크 저항세력에 대해 “덤벼라(Bring them on)”는 표현을 쓴 것과, 오사마 빈 라덴을 “죽이든지 살리든지(Dead or alive)” 체포하라고 한 과거 자신의 언어표현이 “다소 거칠어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상을 주었다”면서 “좀 더 세련된 방식을 썼어야 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2003년 7월 3일 한 연설에서, 미군이 이라크 저항세력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능력이 있다면서 “덤벼라”는 표현을 써, 마치 저항세력의 공격을 유도하는 듯한 호전적 인상을 줬다는 큰 비판을 받아왔고 이후 부시를 조롱하고 비난하는 대표적 표현으로 회자돼 왔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세계적 파문을 일으킨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의 포로학대 사건을 ‘가장 큰 실수’로 꼽으면서 “우리는 그로 인해 오랫동안 대가를 치러왔다”고 밝혔다.

블레어 총리는 사담 후세인 정권 축출 직후 이라크 집권 바트당 요원들을 전원 자리에서 쫓아내고 해체한 것을 가장 큰 실책으로 꼽았다. 블레어 총리는 “후세인 정권의 몰락이 곧 민주적 이라크의 시작이 아님을 알았어야 했다”면서 “문자 그대로 출발부터 새롭게 한 국가기구들을 세우는 일은 예상보다 더 어려운 과정이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탈(脫)바트화’ 조치는 2003년 5월 16일 당시 폴 브레머 미 점령청장이 연합군 임시행정명령 1호로 발동한 것으로, 후세인 치하의 집권당인 바트당의 모든 간부(3만~8만5000명으로 추정)들을 일거에 몰아내 버림으로써 이후 신정부 수립과정과 치안질서 유지에 결정적 어려움을 가져온 실책으로 꼽혀왔다. 블레어 총리는 “좀 더 다른 방식으로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9·11테러 당시 80% 이상의 지지도가 현재 30% 이하로 추락했으며, 블레어 총리도 국내지지도가 31%까지 떨어지는 등 최악의 열세에 봉착해 있다.

워싱턴=허용범특파원 heo@chosun.com
입력 : 2006.05.27 00:31 13' / 수정 : 2006.05.27 00:33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