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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社會 關係

공무원 실제론 '16시간10분' 일해

鶴山 徐 仁 2006. 4. 14. 13:58
[탐사기획] 대한민국 정부 대해부 <2> 능률적으로 일하나
농지 용도 바꾸려 농림부와 협의하는 데 '한 달'
중앙일보, '정부 혁신 보고서'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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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는 걸까. 현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정부 혁신'을 약속했다. 각 부처에 '혁신' 이름이 들어간 부처가 생기고 모임이 만들어졌다. 일선 공무원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 실제로 채택된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정부의 내부진단 결과를 뜯어보면 아직 고칠 점이 많아 보인다.

취재팀은 '정부 조직 혁신을 위한 진단.변화관리 최종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정부는 2004년 7월~2005년 6월 서울대 행정대학원, 한국행정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한국능률협회, 일본능률협회, IBS컴퍼니 등 7개 외부 용역기관에 의뢰해 정부 부처가 능률적으로 일하고 있는지를 진단했다. 취재팀은 행정자치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용역기관이 제출한 1만5000쪽의 최종 보고서를 확보해 내용을 분석했다.

보고서에는 고쳐져야 할 정부의 비효율 사례가 적혀 있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이 농지에 건물을 지으려면 농림부와 협의해야 한다. 한 기관이 이 문제로 서류를 접수하면 얼마나 걸려야 업무가 처리될까. 농림부가 해당기관에 협의 회신 공문을 보내 일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30일. 서류 접수에서 공문 작성까지 22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농림부 공무원들이 일한 시간을 더해 보니 16시간10분으로 나왔다. 실제 업무시간은 길지 않은데 수많은 단계를 거치면서 한 달가량 걸린 것이다.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전산화 등을 통해 작업을 단축하고 있으나 일선에서 잘 지키지 않는다"며 "공문 발송이나 협의시간만 줄이면 일주일 정도에 끝낼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건설교통부의 신(新)기술 심사 업무의 경우 접수부터 최종 심사까지 264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134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신기술이 낡은 기술로 변할 수 있는 시간이다. 보고서는 '절차가 복잡하고, 총 264일이 소요된다. 업무를 개선하면 비용절감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적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신중하고 공정하게 하느라 산하기관(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에 업무를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광대 행정학과 박종주 교수는 "몇 백 일이 실제 기술을 검증하는 데 쓰인다면 모르지만 서류를 갖추고 결재 단계를 거치느라 늘어난다면 문제"라며 "불필요한 형식에 맞추려고 서류를 만들고 의견을 종합하는 시간을 줄여야 정부 혁신의 성과를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31개 정부기관을 진단한 이번 보고서에는 이처럼 행정부의 형식적인 문서주의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다음은 보고서에 나타난 몇몇 행정부처의 결재 방식.

◆ 환경부 국제회의 참석 관련 업무=장관은 실무자가 작성한 '회의 참가 계획서'와 '귀국 보고서'에 대해 결재한다. 장관은 나중에 실무자가 다시 보도자료를 작성하면 같은 내용에 대해 또 한 번 결재한다. (환경부는 "지적이 있은 뒤 결재단계를 간소화하려 노력 중"이라고 밝혀 왔다.)

◆ 문화관광부 국고지원 공연 선정 업무=어떤 공연에 대해 국고지원을 할 것인지를 부서 내에서 사전 협의할 때 담당자가 국장의 결재를 받는다. 그 후 접수와 검토 단계에서 다시 국장이 결재를 반복한다. 이번에는 서기관.사무관도 결재를 해 단계가 늘어난다. 정부 업무 다수가 주무관(6급 주사)이 기안을 작성하면 계장(주로 5급 사무관), 과장, 실.국장을 거치는 단계를 따르고 있다. 그런데 6급 주사와 5급 사무관이 하는 일이 비슷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들이 서로 다른 일을 한다면 결재 단계가 줄어들고 일하는 인력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 취재=강민석.김은하.강승민 기자, 박정은(서울대 영문과 4년) 인턴기자

◆ 사진=변선구 기자<deep@joongang.co.kr>  
  2006.04.14 04:55 입력 / 2006.04.14 07:57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