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문일식 기자]
경포대를 기준으로 바다인 동쪽을 제외하면 어디 먼저 가야할까 망설이게 됩니다. 북쪽으로 가다보면 주문진과 더 북쪽으로 이어진 해안도로를 타고
드라이브를 할 수 있고,
주문진항에 들러 신선한 해산물들을 맛보는 것과 더불어 힘이
넘치는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습니다. 서쪽으로 가면 경포호를 따라 멋진 경관을 음미할 수 있는 많은 정자들과 99칸 대궐집으로 불리는 선교장,
그리고 율곡 이이 선생의 탄생지인 오죽헌, 그리고 강릉시내의 숱한 문화유산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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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리조트 입구..입구를 지나 고개를 넘으면 헌화로가 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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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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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남쪽은 정동진이란 곳이 있어서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워낙 유명세를 많이 타고 있는 곳인데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느꼈던 그동안의 정동진 느낌들이 너무 안 좋게 남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적한
바닷가가 드라마 한편으로 인해 이렇게 큰 성장을 이룬 것도 좋지만 예전의 그 한적함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인심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오랜만이기에 정동진을 포함하는 드라이브 여행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7번 국도를 따라 간간이 해안도로로
이어지는, 동해안의 푸른 물살을 가슴에 담으며 떠나는 여행은 경포대에서 시작했습니다. 경포대 인근에 있는 강문마을을 먼저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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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송정가 해안송림도로..야호 하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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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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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마을을 찾아나서다가 멋진 해안도로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안목에서
송정을 거쳐 강문까지 이어지는 소나무 숲길인데, 소나무 사이로 간간이 비치는 바다가 보이고, 적당히 굽은 길에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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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 진또배기...기다란 장대위에 새 세마리가 내륙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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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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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을 나와 마을어귀에 있는 진또배기를 찾았습니다. 진또배기는 여행을
하다가 자주 보는 솟대 중 하나인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으뜸으로 치는 솟대 중의 솟대였습니다. 진또배기라는 말은 '짐대박이'의 사투리인데, 짐대에
사람이나 짐승, 물건에 무엇이 박혀있다고 하는 '박이'라는 접미어가 붙고, 여기에 'ㅣ'
모음동화가 생겨 짐대백이가 된데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솟대는 그 기원이 삼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전통으로 마을을 수호하고, 풍년, 풍어를 위해 동제를 지내기 전에
세우는 신앙 대상물입니다. 솟대에는 주로 오리나 기러기 등 새가 올려져 있는데 이는 새가 하늘과 땅, 물에 살고 있고 사방을 날아다니기 때문에
전령으로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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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과 나란히 달리는 기차길..때마침 강릉으로 향하는 기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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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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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마을을 나와 강릉시내를 빠져나오다보면 안인에서 다시 반갑게 바다를
만났습니다. 안인에서 머지않은 곳에는
통일공원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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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공원에 전시된 1996년 침투한 북한 잠수정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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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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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쪽으로는 지난 1996년 9월에 침투한 북한 잠수정과 퇴역한
해군함정인 전북함이 전시되어 내부까지 볼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고, 안보전시관은 육군과 공군의 군사장비를 전시해 놓았을 뿐 아니라, 망망대해를
바라다 보이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가슴속 깊이 폐부로 드나드는 바닷바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통일공원 안보전시관처럼 높은
지대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또 한군데 있습니다. 바로 하슬라 아트월드입니다. 하슬라는 고구려 때의 옛 지명이름입니다. 즉 이곳은
고구려의 땅이었다가 신라의 땅으로 편입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천혜의 자연조건과 예술이 만나 아름답게 꾸며진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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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명락가사의 입구인 일주문이 보입니다. 뒤쪽으로는 괘방산의 산행길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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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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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명락가사는
선덕왕때 창건된 천년고찰이지만 조선중기 폐찰된 후 근래 들어
조성된 사찰입니다. 이 사찰에는 청자로 만든 세계 유일의
오백나한이 안치되어 있고, 사찰 뒷편으로는 괘방산의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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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남침 사적비의 모습... 아무래도 북한과는 악연이 있는 동네인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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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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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명락가사에서 조금 더 내려오면 6·25남침 사적비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6·25를 들먹거리냐 할 수 있겠지만, 이곳 사적비는 조금 의미가 있는 비석입니다. 이곳이 한국전쟁 때 북한군이 최초로 침투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38선을 넘어 본격적인 남침을 감행하기 한 시간 전인 새벽 3시 북한군 1개 연대가 침입함으로써 한국전쟁 최초의 희생자를
남긴 곳입니다.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이나 한국전쟁 최초의 남침지였으니 인근에
통일공원이 조성된 이유를 알 것도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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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곡항-금진항을 잇는 헌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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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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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역을 지났습니다. 아직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동해바다의
아련함을 간직하게 만든 곳. 그런 정동진을 그냥 지나갔습니다. 썬크루즈 리조트가 있는 입구 쪽으로 올라 고개를 넘어가면 지금까지 해본
해안드라이브 코스 중 가장 멋진 곳이자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도로가 나옵니다. 바로 헌화로로 명명된 이 해안도로는 심곡항과 금진항을 잇는
2.3km정도의 짧은 해안도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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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진항 입구의 헌화로 차단기가 보입니다.. 바다가 심하게 들이칠때는 통제하는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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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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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화로에 파도가 칠 때에는 다소 위험한 모양입니다. 철길에서나 볼 수
있는 차단기가 각 항쪽에 하나씩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찾아간 그날에도 일렁이는 파도가 도로벽에 부딪쳐 도로로 넘치는 일이 잦았습니다. 지금도
이 정도라면 폭풍우가 치는 날이라면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났습니다. 나를 너무나 기분좋게 만들어준 도로라 왔던 길을 다시 되짚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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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공원 안보전시관에서 바라본 동해의 전경..왼쪽끝 안인항이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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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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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7번 국도를 타고 올라오는 길에 그냥 아쉬워 통일공원 안보전시관을
다시 찾았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망망대해가 너무나도 기억에 남았기에 멀리 안인항이 보이는 것을 빼면 그야말로 망망대해였습니다. 아득한 저
끝으로 가늠할 수 없는 무엇인가에 대한 아련함. 차가운 바닷바람도 그저 시원하게만 느껴지는 짜릿한 눈맛을 잊을 수
없었기에.
/문일식 기자
덧붙이는 글
'여행은
떠나는 자의 몫' 블로그(http://blog.empas.com/foreverhappy4u/)에 올렸습니다.
★ 여행일정
:
경포호 ▶ 안목항 ▶송정-강문간 해안송림도로 ▶ 강문 진또배기 ▶ 통일공원 ▶ 6.25 남침 사적비 ▶ 정동진 ▶
헌화로
★ 드라이브 팁!!
1. 경포대에서 영목항까지는 해안도로로 이루어져있고, 특히 강문-송정간 도로는 도로 좌우로
송림이 우거져 고즈넉한 맛이 드는 드라이브 길입니다.
2. 강문에서 정동진으로 가기위해서는 강릉시내구간을 지나 7번국도를 타야하며,
안인에서 다시 바다를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습니다.
3. 크루즈 리조트입구를 지나 고개를 넘으면 심곡항-금진항의 아름다운
헌화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