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평 '태조 왕건' 세트장 장관 …기암 괴석 - 폭포 등 환상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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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애환이 켜켜이 쌓인 옛길로의 여행 속에 '화두'를 되뇌어 보자. 어느덧 마음 깊은 곳에 엉겨 있던 삶의 난마들이 하나 둘 풀려가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된다.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다'는 문경(聞慶). 문경의 대표 옛길 새재에서는 우선 산새-물-바람 등 청명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즐겁다. 뿐만 아니라 선인들의 체취가 흠씬 묻어난 눈덮인 새재 길을 걷노라면 어느새 시공을 초월해 과거 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조선 태종 때 뚫린 새재는 500여년동안 한양과 영남을 잇는 당시 일종의 고속도로였다. 부산 동래에서 한양까지 가려면 추풍령과 새재, 죽령 등 3개의 고개 중 하나를 넘어야 했는데, 열나흘 길 새재가 가장 빠른 코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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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도 날아 넘기 힘들다'는 문경새재의 참 맛은 뭐니 뭐니 해도 고갯길 트레킹에 있다. 특히 흰눈이라도 소담스럽게 내려 준다면 정취가 한껏 살아난다. 새재에는 제1관문인 주흘관(主屹關), 제2관문인 조곡관(鳥谷關), 제3관문인 조령관(鳥嶺關), 그리고 경상감사가 직인을 주고받았던 교구정터, 객사가 있던 조령원터 등 다양한 유적들이 원형을 보존하고 있어 하나의 완벽한 역사 트레킹코스가 이어진다.
주흘관에서 옛길 여정이 시작된다. 문경의 진산인 주흘산을 비롯해 영봉 마패봉 조령산 등 문경새재를 둘러싼 명산의 설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성문을 지나면 조령산의 산세가 개성의 송악산을 빼닮았다고 해서 용사골에 들어선 드라마 '태조 왕건' 야외 세트장이 펼쳐진다. 2만평의 부지에 고려궁 백제궁 서민촌 양반촌 등 완벽한 역사속의 도시가 형성돼 있다
세트장을 스쳐 지나면 조선시대 길손들의 숙박과 물물교환장소였던 조령원터와 여독을 풀던 주막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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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관문 까지는 객사였던 조령원, 교구정 등 볼거리가 많아 지루하지 않다. 길가에는 낙동강으로 향하는 계곡물이 간간이 비치는 햇살에 반짝이며 졸졸 흐른다.
퇴계가 극찬한 팔왕폭포로 유명한 용추 큰 바위는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궁예가 왕건과 술잔을 나눈 직후 측근에게 칼을 받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궁예는 이 너럭바위에서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었어. 인생이 찰나와 같은 줄 알면서도 왜 그리 욕심을 부렸을까? 덧없이 가는 것을?"이라며 마지막 독백을 남겼다.
조선시대 말 천주교인들의 비밀 예배 장소로 추정되는 바위굴과 조곡폭포를 지나면 제2관문인 조곡관이 주흘산을 배경으로 설경을 그린다. 기암괴석과 낙락장송, 그리고 맑은 계류가 한데 어우러진 곳에 자리한 조곡관은 새재의 세 관문 중에서도 풍광이 으뜸이다. 2관문에서 3관문에 이르는 새재 길은 한층 고즈넉한 분위기이다. 한글 고어로 '산불됴심'이라 쓰여 있는 조선시대 돌비석 등 지난 세월이 손에 잡힐듯 시공을 초월한 교감을 곳곳에서 이룰 수 있다. '문경새재 아리랑비'를 지나면 선비들이 급제를 기원하던 '책 바위'가 나선다. 주변은 온통 소원을 적은 소원지들이 나부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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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 길=영동고속도로 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문경새재IC~새재.
▶보고 즐길 거리=문경엔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다. 문경온천(054-571-2002)은 지하 900m에서 분출한 오렌지 빛 칼슘 중탄산 온천수와 지하 750m에서 솟는 푸른색의 알칼리성 온천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석탄을 실어 나르던 가은선 폐선을 이용한 문경철로자전거도 색다른 즐길 거리. 이밖에도 문경엔 문경관광사격장과 문경석탄박물관 등이 있다. 문경읍 당포리는 드라마 '황금사과'의 촬영배경이기도 하다. (문경시청 문화관광과 054-550-6393)
▶맛집=◇초곡관: 문경새재 입구에 위치한 '새재초곡관'(054-571-2320)은 문경약돌돼지 구이(1인분 8000원), 도토리손칼국수(5000원)와 초곡정식(1만2000원)이 별미. 게르마늄과 셀레늄 등을 함유한 거정석(약돌) 분말을 첨가한 사료로 사육한 문경약돌돼지는 쫄깃쫄깃한 육질에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가 없는것이 특징.
◇목련가든민박: 새재 입구에 자리한 곳으로 직접 두부를 만드는 등 콩 요리로 유명한 집이다. 고소한 순두부(5000원), 계란 대신 고명으로 순두부를 올린 순두부산채비빔밥(5000원)등을 맛볼 수 있다. (054)572-1940
▶시산제=2006문경새재 전국산악인합동시산제가 정월대보름인 12일 오전 10시 백두대간의 중심지 경북 문경새재 야외공연장에서 개최된다. 시산제와 함께 애견 퍼레이드, 가훈 써주기, 분재. 농 특산물 판매, 산악장비 전시-판매 행사도 함께 열린다. 시산제에 이어 해발 1106m의 주흘산 산행과 소원지 달기 행사, 대보름 달집태우기 등의 이벤트도 함께 진행된다.
그 밖의 옛길
▶하늘재=하늘재는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으로 뚫린 고갯길이다. 신라 때는 계립령, 고려 때는 대원령, 조선시대에는 마골점-한티-천티 등으로 불리다가 마침내 '하늘재'로 굳어졌다. 하늘과 맞닿아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지만, 실은 해발 525m의 나지막한 고개숲길 곳곳에는 역사-자연 관찰로가 조성돼 있고, 숲의 생태와 부근 유적에 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서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장으로도 제격이다.
▶이화령=이화령은 일제에 의해 1920년대 열린 '신작로'이다. 새재를 대신했던 이 길도 수년 전 이화령 터널이 뚫리면서 한물간 추억의 길이 되고 말았다. 이화령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낙조가 압권이다.
▶영남대로 옛길=문경의 옛길 여행 중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 '영남대로 옛길'이다. 진남역 인근에 영강의 물줄기를 가로막고 선 깎아지른 벼랑이 있다. 그 벼랑을 타고 오르내리는 좁디좁은 길이 영남대로 옛길이다. 예전 부산 동래와 한양을 잇던 중심길인 영남대로 중 옛 모습이 잘 보존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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