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선인의 체취 물씬 '문경 새재' 트레킹

鶴山 徐 仁 2006. 2. 13. 00:45
'굽이굽이' 과거의 속삭임 … 다양한 유적 보존 역사 산책길
2만평 '태조 왕건' 세트장 장관 …기암 괴석 - 폭포 등 환상 설경
스포츠조선 문경=글ㆍ사진 김형우 기자
입력 : 2006.02.09 13:18 42' / 수정 : 2006.02.09 13:27 22'

▲ 눈길 따라 완만한 옛길을 타박타박 걸어 오르면 눈 덮인 제 3관문 '조령관'의 설경이 펼쳐진다.
경북 문경으로 떠나는 여정은 아름다운 옛길이 있어 더 정겹고 웅숭깊다. 옛날 길의 대표격인 '새재'는 아직도 고운 흙길이 이어져 지난 세월의 자취를 고스란히 품은듯 하다. 지저귀는 새소리, 바람소리 따라 무른 듯 부드러운 오솔길을 걷노라면 절로 옛 선인들의 삶속으로 빠져 들어 세월을 넘나드는 정담을 나누게 된다. '어디서 왔는가''어디로 가는가''무얼 위해 사는가'…

천년의 애환이 켜켜이 쌓인 옛길로의 여행 속에 '화두'를 되뇌어 보자. 어느덧 마음 깊은 곳에 엉겨 있던 삶의 난마들이 하나 둘 풀려가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된다.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다'는 문경(聞慶). 문경의 대표 옛길 새재에서는 우선 산새-물-바람 등 청명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즐겁다. 뿐만 아니라 선인들의 체취가 흠씬 묻어난 눈덮인 새재 길을 걷노라면 어느새 시공을 초월해 과거 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조선 태종 때 뚫린 새재는 500여년동안 한양과 영남을 잇는 당시 일종의 고속도로였다. 부산 동래에서 한양까지 가려면 추풍령과 새재, 죽령 등 3개의 고개 중 하나를 넘어야 했는데, 열나흘 길 새재가 가장 빠른 코스였다.

▲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들이 급제를 기원하던 '책 바위'
특히 과거시험 보러 떠나는 유생들은 유독 새재 길만을 고집했다. 당시 횡행했던 일종의 징크스 때문이었다. '추풍령은 낙엽처럼 떨어지고', '죽령은 대나무처럼 미끄러질 수 있다'는 속설이 그것이다.

'새들도 날아 넘기 힘들다'는 문경새재의 참 맛은 뭐니 뭐니 해도 고갯길 트레킹에 있다. 특히 흰눈이라도 소담스럽게 내려 준다면 정취가 한껏 살아난다. 새재에는 제1관문인 주흘관(主屹關), 제2관문인 조곡관(鳥谷關), 제3관문인 조령관(鳥嶺關), 그리고 경상감사가 직인을 주고받았던 교구정터, 객사가 있던 조령원터 등 다양한 유적들이 원형을 보존하고 있어 하나의 완벽한 역사 트레킹코스가 이어진다.

주흘관에서 옛길 여정이 시작된다. 문경의 진산인 주흘산을 비롯해 영봉 마패봉 조령산 등 문경새재를 둘러싼 명산의 설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성문을 지나면 조령산의 산세가 개성의 송악산을 빼닮았다고 해서 용사골에 들어선 드라마 '태조 왕건' 야외 세트장이 펼쳐진다. 2만평의 부지에 고려궁 백제궁 서민촌 양반촌 등 완벽한 역사속의 도시가 형성돼 있다

세트장을 스쳐 지나면 조선시대 길손들의 숙박과 물물교환장소였던 조령원터와 여독을 풀던 주막이 이어진다.

▲ 유생들이 넘어가던 '장원급제길'
주흘관에서 조령관까지 6.5㎞의 문경새재 길은 시가 흐르는 옛길이다. 서거정 김종직 김시습 주세붕 이황 이이 류성룡 김만중 정약용….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묵객치고 한양 오가는 길목인 문경새재에서 시 한 수 남기지 않은 이 없을 정도다.

제2관문 까지는 객사였던 조령원, 교구정 등 볼거리가 많아 지루하지 않다. 길가에는 낙동강으로 향하는 계곡물이 간간이 비치는 햇살에 반짝이며 졸졸 흐른다.

퇴계가 극찬한 팔왕폭포로 유명한 용추 큰 바위는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궁예가 왕건과 술잔을 나눈 직후 측근에게 칼을 받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궁예는 이 너럭바위에서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었어. 인생이 찰나와 같은 줄 알면서도 왜 그리 욕심을 부렸을까? 덧없이 가는 것을?"이라며 마지막 독백을 남겼다.  

조선시대 말 천주교인들의 비밀 예배 장소로 추정되는 바위굴과 조곡폭포를 지나면 제2관문인 조곡관이 주흘산을 배경으로 설경을 그린다. 기암괴석과 낙락장송, 그리고 맑은 계류가 한데 어우러진 곳에 자리한 조곡관은 새재의 세 관문 중에서도 풍광이 으뜸이다. 2관문에서 3관문에 이르는 새재 길은 한층 고즈넉한 분위기이다. 한글 고어로 '산불됴심'이라 쓰여 있는 조선시대 돌비석 등 지난 세월이 손에 잡힐듯 시공을 초월한 교감을 곳곳에서 이룰 수 있다. '문경새재 아리랑비'를 지나면 선비들이 급제를 기원하던 '책 바위'가 나선다. 주변은 온통 소원을 적은 소원지들이 나부낀다.

▲ 한글 고어로 '산불됴심'이라 쓰여 있는 조선시대 돌비석.
고갯길을 몇 구비 돌면 문경새재의 마지막 관문이자 정상인 조령관이 흰 눈을 흠뻑 뒤집어 쓴 채 홀로 조령을 지키고 있다. 조령관 성문을 넘어서면 충북 괴산 땅이다. 낙동강 뱃길과 영남대로를 달려온 선비들은 조령을 넘어 충주 탄금대에 이르고 그곳에서 남한강 뱃길을 이용해 한양으로 향했다. 오르는데 쉬엄쉬엄 2시간30분 남짓, 오르막이 싫다면 괴산의 조령산 자연휴양림을 통과, 조령관~조곡관~주흘관 순서로 내리막길을 걸어도 좋다.

여행메모

▶가는 길=영동고속도로 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문경새재IC~새재.

▶보고 즐길 거리=문경엔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다. 문경온천(054-571-2002)은 지하 900m에서 분출한 오렌지 빛 칼슘 중탄산 온천수와 지하 750m에서 솟는 푸른색의 알칼리성 온천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석탄을 실어 나르던 가은선 폐선을 이용한 문경철로자전거도 색다른 즐길 거리. 이밖에도 문경엔 문경관광사격장과 문경석탄박물관 등이 있다. 문경읍 당포리는 드라마 '황금사과'의 촬영배경이기도 하다. (문경시청 문화관광과 054-550-6393)

▶맛집=◇초곡관: 문경새재 입구에 위치한 '새재초곡관'(054-571-2320)은 문경약돌돼지 구이(1인분 8000원), 도토리손칼국수(5000원)와 초곡정식(1만2000원)이 별미. 게르마늄과 셀레늄 등을 함유한 거정석(약돌) 분말을 첨가한 사료로 사육한 문경약돌돼지는 쫄깃쫄깃한 육질에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가 없는것이 특징.

◇목련가든민박: 새재 입구에 자리한 곳으로 직접 두부를 만드는 등 콩 요리로 유명한 집이다. 고소한 순두부(5000원), 계란 대신 고명으로 순두부를 올린 순두부산채비빔밥(5000원)등을 맛볼 수 있다. (054)572-1940

▶시산제=2006문경새재 전국산악인합동시산제가 정월대보름인 12일 오전 10시 백두대간의 중심지 경북 문경새재 야외공연장에서 개최된다. 시산제와 함께 애견 퍼레이드, 가훈 써주기, 분재. 농 특산물 판매, 산악장비 전시-판매 행사도 함께 열린다. 시산제에 이어 해발 1106m의 주흘산 산행과 소원지 달기 행사, 대보름 달집태우기 등의 이벤트도 함께 진행된다.

그 밖의 옛길

▶하늘재=하늘재는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으로 뚫린 고갯길이다. 신라 때는 계립령, 고려 때는 대원령, 조선시대에는 마골점-한티-천티 등으로 불리다가 마침내 '하늘재'로 굳어졌다. 하늘과 맞닿아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지만, 실은 해발 525m의 나지막한 고개숲길 곳곳에는 역사-자연 관찰로가 조성돼 있고, 숲의 생태와 부근 유적에 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서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장으로도 제격이다.

▶이화령=이화령은 일제에 의해 1920년대 열린 '신작로'이다. 새재를 대신했던 이 길도 수년 전 이화령 터널이 뚫리면서 한물간 추억의 길이 되고 말았다. 이화령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낙조가 압권이다.

▶영남대로 옛길=문경의 옛길 여행 중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 '영남대로 옛길'이다. 진남역 인근에 영강의 물줄기를 가로막고 선 깎아지른 벼랑이 있다. 그 벼랑을 타고 오르내리는 좁디좁은 길이 영남대로 옛길이다. 예전 부산 동래와 한양을 잇던 중심길인 영남대로 중 옛 모습이 잘 보존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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