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지나치다 / 김왕노
안개 같은 너를 지나쳤다
눈물 같은 너를 지나쳤다
물푸레나무 같은 너를 지나쳤다
내가 한눈 판 거지
눈에 콩꺼풀 씐 거지
굴뚝새 같은 너를 지나쳤다
은하수 같은 너를 지나쳤다
냇물 같은 너를 지나쳤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가며 지나쳤다
네 몸 속으로 난 수많은 길을 지나쳤다
시도 때도 없이 지나쳤다
꽃비로 내 마른 날을 적셔오던 너를 너를 지나쳤다
미쳤던 거지 내가 미쳤던 거지
말없이 풀밭에 달개비 꽃으로 피어나던 명아주로 서 있던 너를
다소곳이 울음으로 서 있던 너를
너를 지나쳐 저물녘까지 걸어왔다
끝없이, 끝없이 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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