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28번의 인터넷 여론조사’ 왜 했나'라는
제목의 사설이 1일자 동아일보에 실렸습니다. 내용을 읽어보니 재정경제부가 “28회나 여론조사를 했으면 그것을 경제정책에 반영해야지 왜 반영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하고 있더군요. 사설을 그대로 옮겨 적었습니다.
'지난달 재정경제부는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시급한 과제’를 묻는 인터넷 여론조사를 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재경부가 실시한 28번째 인터넷 여론조사다. 조사 응답자 가운데
43%는 규제 완화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사회 양극화 해소’가 가장 급하다는 응답은 16%였다.
지난해 말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1%가 올해 경제운용의 최우선 과제로 ‘경기(景氣) 회복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꼽았다. 사회복지 강화와 국가균형발전을 가장 중시해야
한다는 응답은 각각 7%와 5%였다. 현 정부 3년에 걸친 조사에서 과반수의 응답자가 일관되게 요망한 것은 기업투자 활성화, 이를 위한 규제
완화와 반(反)기업정서 해소 등이었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경제 살리기 해법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2003년 10월 ‘청년실업
해소방안’에 관한 조사에서는 경기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60%), 수요 중심의 대학교육개편(21%) 순으로 해법이 제시됐다. 이른바 사회적
일자리의 한 형태인 ‘공공부문 취업기회 확대’에 대한 요구는 4%에 그쳤다.
많은 국민은 분배와 형평에 치우친 좌파(左派) 코드가
저성장과 고실업을 부채질해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음을 재경부 여론조사 결과는 보여준다. 정부는 이런 여론에 눈감은 채
3년 동안 코드에 맞춘 투자 규제, 세금으로 공공 부문 일자리 늘리기 등을 고집해 왔다. 이제 와선 양극화가 저성장과 고실업을 낳았다는 식의
‘원인과 결과 바꿔치기’를 통해 실정(失政)을 숨기려 한다.
지금껏 노무현 정부가 해 온 경제 정책의 대부분은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한 다수 국민의 의견과 엇나가는 것들이었다. 세금 써 가며 여론조사는 뭣 하러 했나. 노 대통령과 경제 부총리가 재경부 여론조사에 나타난
의견만 수렴했어도 나라경제와 국민 살림살이가 지금보다는 훨씬 좋아졌을 것이다.'
사설에서 인용한 인터넷 여론조사란 재경부 홈페이지
오른쪽 하단에 있는 ‘정책 홍보조사’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 배너를 이용한 간이여론조사 형태로 2월 1일 현재 총 40건의 여론조사가
이루어졌는데,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28회가 실시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조사결과는 재경부 경제정책에 반영될 정도로
신뢰할만한 것이 아닙니다. 여론조사를 통해 제시된 다수 국민의 의견은 받아들여져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사설의 결론처럼, (잘못된 여론조사를
통해) 수렴된 여론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라 경제와 국민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은 견강부회(牽强附會) 느낌이 있습니다.
인터넷 여론조사 문제 있지만 미반영이 실정 원인 아니다
인터넷 여론조사라고 무조건 불신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터넷을
활용한 이메일(전자우편) 여론조사는 제법 신뢰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응답자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죠. 즉 배너를 통해 아무나 들어와 조사에
참여할 수 있는 간이여론조사와 달리 조사자가 조사대상 모집단에서 일정 표본을 추출(Sampling)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설이
재경부 경제정책에 반영하라고 요구한 인터넷 여론조사는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닙니다.” 여론조사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만 응답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응답자가 1,000명 미만입니다. 인터넷 여론조사인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2003년 5.23 주택시장 대책 여론조사의 경우에서만
4,500여명이 응답했을 뿐입니다.
인터넷 여론조사에선 응답자들이 집단적으로 조사결과를 왜곡할 수 있습니다. 여러 번 응답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일부에선 응답 아르바이트를 동원하기도 합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심심해서 혹은 재미 삼아 응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결과로 나타난 조사결과가 흥밋거리에 그쳐야지 어찌 정부의 경제정책에 반영될 수 있겠습니까.
정책에 반영할 생각이 없다면 왜 세금을
들여 여론조사를 했느냐고 꾸짖을 수 있습니다(인터넷 배너를 활용한 간이 여론조사에 들어가는 세금은 실제로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제대로 된 여론조사인지 한 번 살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국민 의견을 수렴 반영해서 경제와 살림살이가 나아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럴 수만 있다면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리도 없고 또 나라를 이끌어갈 리더가 왜 필요하겠습니까.
재경부는 애초에 전혀 반영할 생각 없이 인터넷 여론조사를 실시해 왔고 지금도 그런 조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사설은 그런
조사결과라도 경제정책에 반영했다면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란 생뚱맞은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코미디 같은 행태를 지켜봐야 할지 걱정과
한숨이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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