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겨울바다

鶴山 徐 仁 2006. 1. 17. 14:03
[오마이뉴스 문일식 기자] '겨울바다로 가자~~ 메워진 가슴을 열어 보자….'

'푸른하늘'이라는 그룹의 '겨울바다'라는 곡의 첫머리입니다. 누구나 겨울바다에 대한 동경은 한번쯤 안 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고, 안 가 본 사람 또한 없을 겁니다. 막연한 기대감에 들뜰 수밖에 없는 겨울바다….

그렇게 찾게 만드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무언가 차분하게 해주고, 시선을 던져 두어 생각하게 만드는, 무언가 불끈 샘솟게 만드는 그런 것 때문일까요? 푸른 파도와 흰 포말이 어우러지는 딱 부러지는 원색감, 요동치는 바다 위가 보여주는 율동감 내지는 원기 왕성한 느낌 때문일까요? 어떠한 이유가 되었든 간에 겨울바다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인 것 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삼척에는 대중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진 아름다운 해변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동해안 해변들의 아름다움이야 손으로 꼽아가며 헤아릴 바는 아니지만, 삼척의 해변에는 겨울바다가 특히 어울리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용화해수욕장이 한 눈에 바라다보이는 곳에서 본 일출 전경
ⓒ2005 문일식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3시 출발해서 삼척의 용화해수욕장에 도착한 것은 7시가 약간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용화해수욕장도 좋지만, 용화해수욕장에 못 미쳐 7번국도 상의 절벽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용화해수욕장의 절경은 우리나라 최고의 해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아쉽게도 일출을 보기는 힘들 것 같았습니다. 일출을 시기라도 하듯 지평선 위로 구름이 잔뜩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영하 14도까지 떨어진 동장군의 기승과 바다로부터 거침없이 불어오는 바닷바람 속에 눈마저 뜰 수 없었습니다. 거북이가 목을 집어넣고 움츠리듯 잔뜩 움츠리며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에 해가 떠오르는지 구름의 한 가운데가 붉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을 밝히는 찬란한 태양은 지평선을 점령하고 있던 구름을 붉게 물들여 탈환하고, 바다마저도 붉게 점령했습니다. 아름다운 음악이라도 한 곡 들었으면 하는 바람도 잠시 붉게 물든 바다는 서서히 제 빛을 찾아 평온한 아침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처녀의 한이 서린 해신당 공원

▲ 해신당공원 입구에서 갈매기들이 비상하는 모습
ⓒ2005 문일식
용화해수욕장의 일출을 보고 7번 국도를 타고 해신당공원을 찾았습니다. 해신당공원은 예전부터 세워져 있던 해신당에 남근조각공원과 어촌민속전시관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곳입니다. 신남해변을 끼고 해신당을 찾아가는데 해변에 갈매기들이 새까맣게 앉아 있었습니다. 일행 중 한 명이 해변을 향해 달려가자 갈매기들의 멋진 비상이 펼쳐졌습니다.

▲ 어촌민속전시관에서 바라본 애바위의 전설을 형상화한 동상. 애바위 위의 처녀는 아직도 훼손된 채 그대로...
ⓒ2005 문일식
해신당은 남근과 관련된 전설이 있습니다. 한 마을에 결혼을 약속한 처녀총각이 바위섬에 돌김을 따라 나갔다가 총각이 점심을 가지러 뭍으로 온 사이에 처녀가 파도에 휩쓸려 죽게 되는데, 처녀의 혼을 달래기 위해 나무로 깎아 만든 남근이 그 도구로 쓰이게 됩니다.

해신당 내부에는 처녀의 영정과 나무로 깎아만든 남근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이곳 해신당에서는 매년 정월대보름과 10월에 처녀의 넋을 위로하는 제사를 지낸다고 합니다.

▲ 가장 귀엽게 생긴 남근 조각상
ⓒ2005 문일식
이러한 전설 탓인지 바다의 풍광이 아름답게 펼쳐진 제일 높은 곳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남근장승공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남자의 성기를 장승처럼 만들어 전시해 놓았는데, 민망스럽기까지 하지만 해신당과 관련되어 있는 괜찮은 아이디어인 것 같았습니다. 아주머니들의 웃음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습니다.

▲ 해신당공원 아래에서 바라본 어촌민속전시관
ⓒ2005 문일식
해신당 공원 안에는 꽤 규모가 큰 어촌민속전시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모두 5개의 전시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 2전시실은 동해안 어촌의 모습과 생활상, 어업에 관련된 전시물들로 구성되어 있고, 3전시실은 영상수족관이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4전시실인데 세계 성 민속실로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성 신앙과 풍속을 엿볼 수 있는 곳입니다. 역시 해신당과 관련한 괜찮은 전시시설이 아닌가 합니다. 어촌민속전시관의 아래쪽 바닷가로도 갈 수 있는데 바위섬과 어우러진 맑고 찰랑거리는 바닷가를 만끽 할 수 있습니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한 장면 속으로

맹방해수욕장의 역동적인 겨울바다의 풍광
ⓒ2005 문일식
해신당공원에서 반대 방향으로 왔던 길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갔습니다. 신비스러운 에메랄드빛 용화해수욕장을 지나 맹방해수욕장에 도착했습니다. 삼척시 근덕면에 있는 맹방해수욕장은 무려 4km에 이르는 넓고 긴 백사장을 가진 아름다운 해변입니다.

끊임없이 흰 포말을 토하며 부딪치는 장엄한 모습이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역동적인 모습이 절실하다면 바로 맹방을 찾으라고 권유해 봅니다. 어지럽게 휘몰아치는 파도의 뮤지컬은 유일한 관객인 내 앞에서도 열정과 혼을 쏟아 냈습니다. 맹방해수욕장은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와 이영애가 비 오는 바닷가에 앉아 파도소리를 녹음하던 모습을 담았던 곳입니다.

▲ 새천년해안도로를 따라가면 만나는 비치조각공원의 전경
ⓒ2005 문일식
맹방해수욕장의 역동적인 감동을 뒤로 하고 삼척시내로 들어와 새천년 해안도로를 따라가 봤습니다. 새천년인 2000년에 만들어진 새천년 해안도로는 정라동에서 삼척해수욕장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소망의 탑과 비치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드라이브와 함께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며, 아울러 푸른 빛 넘실대는 망망대해를 여유있게 바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 해가사터의 전경. 멀리 추암해수욕장이 보인다
ⓒ2005 문일식
삼척해안도로의 끝자락에 서면 7번 국도로 나가거나 아니면 추암해수욕장의 전경이 펼쳐진 해가사터에 이릅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해가(海歌)를 토대로 추정하여 복원한 곳입니다.

삼국유사에 전하기를 신라의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해 가던 중 임해정에서 점심을 먹고 있을 때 해룡이 갑자기 나타나 수로부인을 잡아갔는데, 주민들을 동원하여 '해가'를 부르자 해룡이 부인을 모시고 나타났다고 합니다.

추암해수욕장의 명물 촛대바위 일출

▲ 추암해수욕장의 일렁이는 파도와 바위섬
ⓒ2005 문일식
해가사에서 바라다 보이는 추암해수욕장은 지척이지만, 찾아가기 위해서는 한참을 돌아가야 했습니다. TV 방송에서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으로 시작되는 애국가… 바로 그 첫머리의 배경으로 나오는 촛대바위의 일출 장면이 바로 이 추암해수욕장입니다.

애국가 방송 장면을 본 지가 오래 되서 지금도 추암해수욕장이 배경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배용준과 최지우가 주연한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더 알려진 곳입니다. 촛대바위로 올라가는 입구의 주황색 슬레이트 지붕집에는 겨울연가를 촬영한 집이라는 안내판이 아직도 붙어 있습니다.

▲ 옥계휴게소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해변의 모습
ⓒ2005 문일식
추암해수욕장을 나와 바다와의 아쉬운 작별을 할 즈음 마지막으로 위안이 되고, 아쉬움을 달래줄 곳이 있었습니다. 동해안 고속도로를 올라 첫번째 휴게소인 옥계휴게소입니다. 옥계휴게소 건물 뒤편으로 가니 원거리로 펼쳐진 겨울바다의 모습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차를 타고 휴게소를 빠져나가면 금세 바다와는 멀어지게 되니 겨울바다의 마지막 모습을 진하게 담아야 했습니다. 큰 맘 먹지 않으면 쉽게 찾지 못하는 곳이기 때문에 눈동자가 파래지도록 또는 하얗게 새도록 겨울바다의 잔상을 담고서야 삼척여행의 일정을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문득 푸른하늘의 겨울바다가 입속에서 맴돌았습니다.

겨울 바다로 가자

메워진 가슴을 열어보자

스치는 바람 보며 너의 슬픔 같이 하자

너에게 있던 모든 괴로움들을

파도에 던져버려 잊어버리고

허탈한 마음으로 하늘을 보라

너무나 아름다운 곳을

겨울바다로 그대와 달려가고파

파도가 숨쉬는 곳에

끝없이 멀리 보이는 수평선까지

넘치는 기쁨을 안고….


삼척여행 이렇게 한 번 가보자!

1. 영화 <봄날은 간다>를 따라가는 여행(맹방해수욕장 ▶ 신흥사 ▶ 대나무 숲)

삼척시내에서 7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내달려 맹방해수욕장을 둘러보고 다시 7번 국도를 타고 내려가면 동막교 지나 태백으로 향하는 427번 지방도가 나오는데 태백으로 향하다보면 역시 영화촬영지인 신흥사와 대나무 숲이 나옵니다. 영화 입간판이 세워져 있어 찾기 쉬우며, 단 너무 기대하지는 말고 가보시길 바랍니다.

2. '삼척' 한 번에 따라가기

해신당공원 ▶ 장호항 ▶ 용화해수욕장 ▶ 황영조기념공원 ▶ 공양왕릉 ▶맹방해수욕장 ▶ 죽서루 ▶ 새천년해안도로 ▶ 해가사터 ▶ 추암해수욕장

겨울바다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일정이라 생각됩니다. 죽서루는 1월 28일까지 보수공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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