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문일식 기자]
'겨울바다로 가자~~ 메워진 가슴을 열어 보자….' '푸른하늘'이라는 그룹의 '겨울바다'라는 곡의 첫머리입니다. 누구나 겨울바다에 대한 동경은 한번쯤 안 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고, 안 가 본 사람 또한 없을 겁니다. 막연한 기대감에 들뜰 수밖에 없는 겨울바다…. 그렇게 찾게 만드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무언가 차분하게 해주고, 시선을 던져 두어 생각하게 만드는, 무언가 불끈 샘솟게 만드는 그런 것 때문일까요? 푸른 파도와 흰 포말이 어우러지는 딱 부러지는 원색감, 요동치는 바다 위가 보여주는 율동감 내지는 원기 왕성한 느낌 때문일까요? 어떠한 이유가 되었든 간에 겨울바다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인 것 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삼척에는 대중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진 아름다운 해변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동해안 해변들의 아름다움이야 손으로 꼽아가며 헤아릴 바는 아니지만, 삼척의 해변에는 겨울바다가 특히 어울리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일출을 보기는 힘들 것 같았습니다. 일출을 시기라도 하듯 지평선 위로 구름이 잔뜩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영하 14도까지 떨어진 동장군의 기승과 바다로부터 거침없이 불어오는 바닷바람 속에 눈마저 뜰 수 없었습니다. 거북이가 목을 집어넣고 움츠리듯 잔뜩 움츠리며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에 해가 떠오르는지 구름의 한 가운데가 붉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을 밝히는 찬란한 태양은 지평선을 점령하고 있던 구름을 붉게 물들여 탈환하고, 바다마저도 붉게 점령했습니다. 아름다운 음악이라도 한 곡 들었으면 하는 바람도 잠시 붉게 물든 바다는 서서히 제 빛을 찾아 평온한 아침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처녀의 한이 서린 해신당 공원
해신당 내부에는 처녀의 영정과 나무로 깎아만든 남근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이곳 해신당에서는 매년 정월대보름과 10월에 처녀의 넋을 위로하는 제사를 지낸다고 합니다.
재밌는 것은 4전시실인데 세계 성 민속실로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성 신앙과 풍속을 엿볼 수 있는 곳입니다. 역시 해신당과 관련한 괜찮은 전시시설이 아닌가 합니다. 어촌민속전시관의 아래쪽 바닷가로도 갈 수 있는데 바위섬과 어우러진 맑고 찰랑거리는 바닷가를 만끽 할 수 있습니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한 장면 속으로
끊임없이 흰 포말을 토하며 부딪치는 장엄한 모습이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역동적인 모습이 절실하다면 바로 맹방을 찾으라고 권유해 봅니다. 어지럽게 휘몰아치는 파도의 뮤지컬은 유일한 관객인 내 앞에서도 열정과 혼을 쏟아 냈습니다. 맹방해수욕장은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와 이영애가 비 오는 바닷가에 앉아 파도소리를 녹음하던 모습을 담았던 곳입니다.
삼국유사에 전하기를 신라의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해 가던 중 임해정에서 점심을 먹고 있을 때 해룡이 갑자기 나타나 수로부인을 잡아갔는데, 주민들을 동원하여 '해가'를 부르자 해룡이 부인을 모시고 나타났다고 합니다. 추암해수욕장의 명물 촛대바위 일출
애국가 방송 장면을 본 지가 오래 되서 지금도 추암해수욕장이 배경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배용준과 최지우가 주연한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더 알려진 곳입니다. 촛대바위로 올라가는 입구의 주황색 슬레이트 지붕집에는 겨울연가를 촬영한 집이라는 안내판이 아직도 붙어 있습니다.
차를 타고 휴게소를 빠져나가면 금세 바다와는 멀어지게 되니 겨울바다의 마지막 모습을 진하게 담아야 했습니다. 큰 맘 먹지 않으면 쉽게 찾지 못하는 곳이기 때문에 눈동자가 파래지도록 또는 하얗게 새도록 겨울바다의 잔상을 담고서야 삼척여행의 일정을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문득 푸른하늘의 겨울바다가 입속에서 맴돌았습니다. 겨울 바다로 가자 메워진 가슴을 열어보자 스치는 바람 보며 너의 슬픔 같이 하자 너에게 있던 모든 괴로움들을 파도에 던져버려 잊어버리고 허탈한 마음으로 하늘을 보라 너무나 아름다운 곳을 겨울바다로 그대와 달려가고파 파도가 숨쉬는 곳에 끝없이 멀리 보이는 수평선까지 넘치는 기쁨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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