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의사·박사도 지원하는 독일 고교 교사

의사·박사도 지원하는 독일 고교 교사

[세계의 대학입시 6-독일] 까다로운 선발 과정 거친 ‘최고 엘리트’들 세계 최고 수준 처우 보장…수업내용·평가방식 결정 권한도 가져

미디어다음 / 강대진 독일 통신원

세계의 대학입시 “호주 고교생들은 성적 때문에 경쟁하지 않아요” 대학입시가 아예 없는 나라, 오스트리아 中 “대학입시는 결혼·장례 못지않은 집안 ‘거사’” 영국 대학입시는 부잣집 자녀들만의 ‘리그’? 내신만으로 대학 가는 캐나다 대학입시 의사·박사도 지원하는 독일 고교 교사 토론방 바로가기 지난달 말께 독일 만하임에 있는 페터 페터슨 김나지움(인문계 고등학교)의 사회 수업시간. 담당 교사인 크리스티아네 파인나우어(51)는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국가권력이 독점되었을 때의 폐단을 설명하라.”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파인나우어는 국가권력이 분립되기 이전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만 직접 설명을 해주었다. 교과서가 있기는 하지만 참고자료로만 사용될 뿐이다. 나머지는 학생들의 몫. 신문 스크랩, 관련 논문 등 교사가 제공해주는 자료가 있기는 하지만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평소 꾸준히 독서를 해왔거나 미리 철저하게 자료를 준비해오는 수밖에 없다. 이런 수업 방식은 담당 교사인 파인나우어의 교육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그는 학생들이 ‘하나의 정답’을 찾아내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고과정을 통해 창조적인 유추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누가 어떤 이론을 만들었는지를 암기시키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단순하게 개별적인 이론과 지식을 암기하는 것보다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그 과정과 내용을 유추해내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성적을 평가하는 기준도 전적으로 교사의 재량이다. 파인나우어의 경우 학생들과 함께 ‘토론’을 거쳐 특정 학생의 점수를 결정한다. 주어진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악하고 활발하게 자기 생각을 발표하고 생산적으로 논쟁을 이끌어 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교사의 교육철학에 따라 수업방식과 평가방식이 결정되는 독일의 교육시스템. 독일에서는 이 원칙을 ‘교육의 자유’의 핵심으로 여기고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모든 교사는 교육의 자유 권한이 있다.”(프랑크푸르트 교육법 제8조, 독일에서 교육법은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다.) 교사의 ‘교육자율권’ 법적으로 보장 재량에 따라 수업진행, 평가방식 결정 독일 만하임 대학 홈페이지에 소개된 캠퍼스 전경 교사의 자율성을 강조하다 보면 교사의 자질에 따라 수업수준에 차이가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독일은 교사자격 취득 요건을 매우 까다롭게 관리하는 방식을 통해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세계의 대학입시' 토론방 바로가기 독일에서 교사임용시험은 최고 수준의 국가고시에 해당한다. 인문계 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4~5년 대학과정을 마친 다음에 1차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한국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독일에서는 추가로 일선 학교에서 2년 동안 연수생활을 했던 경력을 요구한다. 또 연수를 마친 다음에 2차 시험에 통과해야만 정식 교사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 독일 만하임 대학에서 독문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마틴은 “독일에서 인문계 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6~7년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며 “다른 전문직과 비교해볼 때 결코 짧지 않은 준비기간”이라고 말했다. 독일 최고 수준의 국가고시로 ‘교사 질’ 엄격 관리 세계 최고 수준의 처우보장…교수, 의사도 고교 교사 지원 독일 정부가 교사 자격에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교사의 질이 곧 교육의 질을 좌우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교사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교사의 급여수준을 일반 공무원이나 전문직 이상으로 대우해주고 있다. OECD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문계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김나지움 교원의 경우 평균 약 5000~56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일간지 슈트도이체 차이퉁에 따르면 “독일 김나지움 교원의 연봉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보다는 약간 많게, 대학 교원보다는 조금 적게 받는 수준”이라고 한다. 교사 자격 취득 요건이 까다롭고 처우가 좋은 만큼 재직하는 교사들의 경력 또한 ‘화려’하다. 김나지움에 재직하는 교사 중에는 박사 학위자는 물론, 의사 자격증까지 갖춘 사람이 많다. 앞서 소개한 페터 페터슨 김나지움의 경우 물리와 수학을 가르치는 프란츠 암만 박사는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2차 교사임용고시 과목 세미나를 진행하는 교수다. 학교장이면서 역사 과목을 가르치는 잉고 라이허트를 포함해 박사학위를 보유하고 있는 교사가 다수 있다. 법정 수입일수 제외하고 학교 자율 보장 각 김나지움 장점 살린 특성화 교육 가능 정부가 교사에게 높은 수준의 자율성과 처우를 보장해 주고 있는 만큼 개별 학교 역시 자유롭게 특성화 전략을 펼칠 수 있다. 법정 수업일수만 제외하고 수업과목부터 수업운영방식까지 일선학교가 모두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대학입시' 토론방 바로가기 만하임에 있는 칼 프리드리히 김나지움의 경우 학생들에게 3개 이상의 외국어 수업을 의무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학생들은 5학년 때 라틴어 수업을 필수로 듣고 6학년 때부터는 영어 수업을 받게 된다. 8학년이 되면 학생들은 고전어학반이나 현대어학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고전어학반은 그리스어, 라틴어, 영어가 의무과목이다. 현대어학반은 프랑스어가 의무과목이고 영어, 스페인어, 라틴어 중에서 두 과목을 선택한다. 칼 프리드리히 김나지움이 언어교육, 그중에서도 특히 라틴어 교육을 강조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유럽언어의 뿌리인 라틴어를 먼저 배워야 영어, 프랑스어 등 다른 외국어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카를스루에에 있는 칼 엥글러 김나지움의 경우 이공계열로 특화된 학교다. 이 학교에서는 언어와 인문학 과목을 줄이는 대신 자연과학과 기계·전자공학 과목을 대폭 늘려 편성하고 있다. 학생들은 졸업을 위해서 전자, 기계, 기술 과목을 반드시 이수해야만 한다. 수업방식 역시 실습교육을 강조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졸업 전까지 각종 기계를 다루는데 능숙해져야 할 뿐만 아니라 직접 제작한 창의적인 졸업 작품도 발표해야만 한다. 심층 분석과 창조적 이해력 묻는 졸업시험 벼락치기 공부로는 좋은 점수 못 받아 전문화되고 특성화된 김나지움의 교육시스템은 졸업시험문제에서도 잘 드러난다. 얼마 전 실시된 함부르크 지역 김나지움 졸업시험 영어문제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출제됐다. 2005년 함부르크 지역 김나지움 졸업시험 영어문제 작가 T. C. 보일이 쓴 <고통이 지나간 후에>라는 글을 읽고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이해> 1. 저자가 발견한 현실상황에 대해 적으시오. <분석> 2. 본문에서 말하는 미래의 비전과 당신이 생각하는 미래의 비전을 비교하시오. <비평과 창조> 3-1. 암흑향(暗黑鄕)에 관한 문학과 영화에 나타난 저자의 의견에 대해 논하시오. 3-2. 당신이 저자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에 대해 적으시오. 김나지움에서는 거의 모든 시험을 서술형 문제로 출제하고 있다. 단순한 이해력이나 암기 정도를 묻기보다는 문제에 대한 심층 분석과 창조적인 해석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다. 특히 서술형 답안인 만큼 맞춤법, 주술호응 등 기본적인 글쓰기 능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은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답안을 길게 쓰면 쓸수록 문법적 오류가 늘어나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최대한 단문으로 간략하고 명확하게 글을 써야 한다. 짧고 간략하게 쓴다고 내용을 부실하게 작성하면 이 역시 높은 점수를 기대할 수 없다. 글쓰기 능력은 기본이고 언어적 사고와 논리력까지 갖춰야 졸업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올해 5월 김나지움 졸업시험을 보고 만하임 경영대학에 입학한 앙케(19)는 “벼락치기식 공부로는 기대하는 점수를 얻을 수 없다”며 “평소 언론에서 다루는 시사문제에 관심을 두고 학교수업에 적극 참여해야 고득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은 한국의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10학년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10학년을 마쳐야만 김나지움이나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대학입시에 필요한 내신 점수는 12~13학년 성적으로 산출한다.

 

출처 : 블로그 > 나노식품/나노푸드 (Nanofood) | 글쓴이 : Truescience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