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 쓰러진 사립문을 들어서면 마당은 키 높이의 웃자란 잡초들이 빼곡히 차 있다. 담장에도 지붕에도 마루에도 듬성듬성 잡초가 솟아있고 끼니때마다 여인네들의 손길이 닿았던 장독대마저 잡초에 묻혀 있다. 불빛도 없어 어둠에 쌓여있는 모습은 기괴함마저 느끼며 여름철 흔히 보는 공포영화를 방불케 한다.
마루에도 지붕에도 잡초가 솟아있어 외딴 마을 빈집은 마을마다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다.
농어촌에 듬성듬성 자리 잡은 주인 없는 빈집들의 모습이다. 마당가 정돈되지 않은 감나무에는 그래도 옹기종기 감들이 매달려 있고 씨가 날라 터를 잡았을 뻔한 텃밭의 토마토 나무에는 서넛의 토마토가 빨간 홍조를 띠고 주인을 반기는 듯하다.
잡초와 함께 겨우 자란 텃밭의 토마토는
붉게 익어있지만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아
외롭기만 하다.
그러나 사람 냄새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농어촌 인구가 날로 줄어들면서 아울러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농어촌을 떠나는 사람들은 젊은이들이다. 결국 마을에는 노인들만 남게 되고 이들은 고된 농사나 어업에 종사하지만 늙은이들이 죽고 나면 고향 찾는 자녀들이 없어 빈집으로 남게 된다.
그런가 하면 아예 10년이나 20년 전에 부모들이 자녀를 데리고 도시로 나가 정착하는 바람에 빈집으로 남는 경우도 많다. 도시에서 성장한 젊은이들이 고향으로 회귀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빈집은 자꾸 늘어나는 것이다.
막내와
함께 살던 노모가 몇 년 전 그 아들과 함께 죽고 이곳을 찾는 아들이 아무도 없어 빈집이 되고 말았다. 빈집이라도 비교적 경관이 뛰어난
지역에 있는 것은 가끔 도시인들이 별장처럼 쓰기 위하여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도시에는 집이 없어 옥탑방 신세를 지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농어촌은 빈집이 많아 이를 철거하기 위하여 고심해야 하는 지금의 현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농어촌이 잘사는 마을로 바뀌고 도시에서 몰려드는 사람들로 도리어 집 걱정을 해야 하는 풍요로운 농어촌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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