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손과 『일곱박공의 집』
『주홍글자』(The Scarlet Letter 1850)의 작가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
1804-1864))의 작품의 배경이 되는 현장을 보스톤 곳곳에서 찾다가 이웃도시 세일럼(Salem)을 방문했다. 승용차로 40분 거리의 북동쪽에 위치한 소도시 세일럼은 호손이 태어난 고향이다. 호손 때까지만 해도 세일럼은 마녀들이 득실거리는 소굴로 유명했다.
날씨까지 추위에 약한 나그네를 도와주지 않았다. 맑던
날씨가 점심나절이 지나자 흐려졌으나 그대로 강행하기로 했다.
호손은 인간의 죄악, 특히 17세기 초 초기이주민 사회의 마녀재판에 직접 관여한 자신의 조부가 저지른 죄악을 자신의 작품에 투영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일곱박공의 집』 (The
House of Seven Gables 1851).
핀천(Pynchon)대령은 몰(Matthew Maule)이라는 남자를 마법사로 몰아 처형하고 그의 토지를 빼앗아 7개의 박공이 있는 집을 세웠다. 몰의 저주 때문인지 그의 일가는 2세기 사이에 쇠퇴하여, 지금은 늙은 오누이 클리퍼드와 헤프지바, 먼 친척의 딸 피비, 하숙인 홀그레이브가 저택에 살고 있다. 오누이를 위협하는 위선자인 사촌 핀천 판사는 몰의 저주대로 변사(變死)하고 몰의 자손인 홀그레이브가 피비와 결혼하여 양가의 숙원(宿怨)은 풀린다.
이 글은 작가의 조부가 17세기 말 세일럼의 마녀재판 판사를 지내며, 피고의 저주를 받았다는 전설에 바탕을 두고, 신구 두 시대의 대비(對比)를 주제로 하고 있다.
<사진: 일곱박공의 집 문화유적지 안내소의 박공의 집 모형>
17세기 당시에 '박공'(풀이: 건축물의 측면 중 지붕과 연관되는 삼각형의 부분을 통칭하는데, 보통 맞배 지붕의 측면을 박공이라 부름)의 숫자가 신분이나 부유함을 말해 주던 시절이었음.
호손의 『일곱박공의 집』의 모델이 되었던 이 저택은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고가의 하나로 중요한 문화유적지이다.
눈길을 헤치며 이곳을 찾느라 애는 먹었지만 날씨 덕에 아래 사진처럼 이 작품 배경의 현장에서 음울한 호손 작품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저택 맞은편에 시내 유니언 가 27번지에 있었던 호손의 생가가 옮겨져 있다.
<소설의 배경이 된 집으로, 워낙 실내가 좁아 안내소에 대기하면, 30분에 20명 씩 제한입장.>
Salem 시는 극작가 아서 밀러(Arthur Miller 1915-2005)의 '시련' 혹은'도가니'로 번역되는 '크루셔블(The Crucible 1953)의 문학현장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서울 대학로 극장에서 상연된 적이 있는데, 죄 없는 여성 12명을 목매달아 죽인 17세기말의 마녀 사냥을 소재로 하여 1950년대 매카시 선풍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밀러의 흔적이나 문학적 배경은 이 도시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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