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디지털국회] 지방대와 전문대의 '생존' 전략

鶴山 徐 仁 2005. 12. 8. 17:09
지방대와 전문대의 생존전략-정면대결 피하기

우리나라는 대학입학지원자의 수가 대학입학정원보다 적은 상태에 도달했다. 명문대와 수도권 소재 대학과 인기학과는 학생의 확보에 어려움이 없지만, 지방대와 전문대는 등록하는 학생 수가 줄어들어서 생존의 위기에 몰렸다. 학생을 유인하기 위하여 지방대와 전문대는 장학금 제도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실행하고 있지만, 그 방법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국립대와 사립대의 생존문제대결도 알기는 하는데, 말하지는 않겠다.)

6월 13(15&?)일에는 대학의 미충원율이 교육부에 의해서 공개될 예정인데, 이 발표를 본 대학입학지원자들이 미충원율이 높은 지방대와 전문대를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도 있어서 다들 전전긍긍하고 있다. 입학생의 확보는 지방대와 전문대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므로, 승리전략이 아니라 '생존전략'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지방대와 전문대는 생존이라는 절박한 입장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하며, 이런 입장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면 생존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본좌는 지방대와 전문대가 채택할 수 있는 몇 가지 생존전략을 제안한다.

입증하는 자료는 갖고 있지 않지만, 짐작컨대 명문대와 인기학과와 수도권 소재 대학이 갖고 있는 요소 중에서 제일 효과가 높은 유인 요소는 명성과 취업이라고 본다. 지방대와 전문대는 명성이 낮고, 취업에서도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따라서 장학금을 받으면서 지방대를 다니는 것보다 등록금을 내면서 명문대를 다니는 것이 장기적인 면에서는 더 유리한 선택이 된다. 지방대와 전문대가 학생을 유인하기 위해서 실행하는 장학금 제도나 기숙사 제공은 명성과 취업을 압도하는 강력한 유인 효과가 없고, 대학재정을 악화시키고, 다른 지방대와 전문대도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존전략으로서는 부족하다.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으로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을 이겼지만,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였음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전에서는 승리하지 못했다. 군사력이 열세인 베트민은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 베트민이 미국과 군사력으로 정면대결을 벌였다면 아마도 십중팔구는 일본처럼 패배했겠지만, 정면대결이 아니라 게릴라전을 선택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 지방대와 전문대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명성을 충분히 쌓을 때까지 당분간은 정면대결을 해서는 안 된다.

대학입학전형에서 정면대결이라 함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첫째는 입시 날짜다. 둘째는 대학입학전형방법이다. 셋째는 학부 커리큘럼이다. 넷째는 교수진의 교육 능력이다.

지방대는 수도권 소재 대학과 같은 날짜에 입학생을 선발하고, 전문대는 4년제 대학이 입학생을 선발한 뒤에 선발한다. 만약 지방대와 전문대가 명문대나 수도권 소재 대학과 다르게 더 일찍 입학생을 선발하면 어떨까? 며칠이 아니고 몇 개월 빨리, 심지어는 수시모집보다 더 빨리 선발하면 어떨까? 감나무에서 내가 먼저 감을 따 먹으면, 다른 사람은 내가 배불리 먹고 남은 감을 따 먹게 된다. 그러니 같은 날짜에 입학생을 선발할 것이 아니라 훨씬 먼저 선발하면 정면대결을 피해서 이득을 볼 수 있다.

수시모집은 내신성적을 위주로 선발하므로 내신성적을 높이는 입시교육이 도움이 되고, 정시모집은 내신성적의 반영비율이 낮고 수능성적이나 논술고사의 비중이 높으므로 여기에 맞춘 입시교육이 도움이 된다. 지방대와 전문대는 수시모집이나 정시모집으로 정면대결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무시험-추첨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어떨까?

무시험이라는 것은 내신/수능/논술 없이 그냥 입학생을 선발하는 것이다. 입학지원자는 자신의 적성과 관심에 따라 학과와 대학을 선택해서 입학원서를 인터넷으로 낸다. 대학은 입학지원자 중에서 입학생을 선발하는데, 만약 입학정원보다 많이 지원하면 그 때는 추첨으로 입학생을 선발한다. (학생이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는 점이 고등학교를 배정하는 추첨과는 다르다.)

무시험-추첨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면 10여 가지 장점이 있다. 과외가 불필요해져서 과외문제가 해결된다. 입시교육문제가 해결된다. 공부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재수하기가 쉬워진다. 성적순으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적성과 관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입학전형에 비용과 시간과 노력이 아주 조금만 든다. 일반인의 대학입학이 쉬워지고 평생교육을 지원하기 쉽다. 언제든지 입학생을 선발할 수 있어서, 입시 날짜를 앞당길 수 있다. 기타 등등.

무시험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면 고등학생들이 학업을 등한히 해서 결국 학력이 낮아질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것은 기우로 그칠 것이다. 지금은 '대학입학'을 위해서 그토록 열심히 공부하지만, 무시험 입학이 실행되면 공부 경쟁은 '대학공부'로 바뀌게 된다. 대학입학을 위한 공부 경쟁은 소모적이고 헛된 노력을 하는 것이지만, 대학공부를 위한 경쟁은 유용하면서도 헛되지 않은 노력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서열은 '학부 입학생의 성적'으로 서열이 정해지고 있는데, 이것은 정상적인 서열이 아니다. 하버드대의 서열이 높은 것은 대학원생과 교수진의 서열이 높은 것이지, 결코 하버드대의 학부 학생의 성적이 높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무시험-추첨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면 입학생의 성적을 알 수 없어지기 때문에 기존의 대학서열은 파괴되고, 새로운 대학서열이 생겨난다.

어느 지역에 무시험-추첨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이 생기면 그 나머지 대부분의 대학도 점차 무시험-추첨으로 입학생을 선발하게 되어 있다. 무시험-추첨은 입학지원자를 유인하는 강력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이 흐르면 극소수의 명문대와 의대 같은 인기학과를 제외한 모든 대학이 무시험-추첨을 선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예체능계 학과는 실기시험 성적만으로 입학생을 선발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 학부의 커리큘럼은 대동소이하다. 서울대의 전자공학과와 부산대의 전자공학과의 커리큘럼이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학부의 커리큘럼이 거의 동일할 수밖에 없는 이상 학부의 대학특성화는 본질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대학원과 연구소만 특성화가 가능할 뿐이다. 따라서 대학특성화로 정면대결을 벌이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고, 질 가능성이 더 높다.

지방대와 전문대가 정면대결을 피하려면 학과를 직업에 따라 세분해서 전문화하는 것이 좋다. 이것은 시대적인 요구에도 적절히 부합하는 것이다. 대학생들의 입학 목적은 대부분 졸업 후의 취업이고, 전문적인 교육은 대학졸업생의 취업가능성과 능력을 높여 주고, 기업에게는 사원재교육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여준다. 훨씬 나중에는 소수의 명문대는 석사나 박사 등 고급인력을 양성하고, 보통의 대학은 직업인을 양성하는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명문대와 미국의 명문대는 교수의 강의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우리나라의 대학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외국 유학 경험담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자주 이런 의구심이 든다. 뭔가가 다른 것 같은데, 양쪽을 다 경험해 보지 못했으므로 확실하게 어떤 점이 다르다는 것을 말하기는 어렵다. 기존의 대학서열이 파괴되면 그 자리를 새로운 서열이 차지하게 되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교수진의 교육능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 유명 대학의 강의 방식을 조사해서 모방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특히 엄격한 학사관리는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이 노력은 장기적으로 지방대와 전문대의 평판을 높여 줄 것으로 보인다.

지방대와 전문대가 높여야 할 평판은 정확히 무엇일까? 명문대처럼 '입학생의 성적이 높다'는 평판이어서는 안 된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최고 수준의 교육을 제공한다'라든가 '최고 수준의 교육을 제공해서 취업이 잘 된다'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지방대와 전문대의 생존전략으로 대학통합이나 시간강사 처우 개선 문제를 논의해야 마땅하겠지만, 본좌는 이 분야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고 궁리해 놓은 해결방법도 없어서 논의하지 않는다. 좋은 방법을 아시는 분은 잽싸게 댓글로 신고하시라... [디지털국회 백성주]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2005.12.08 17:01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