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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개국 참전용사 자녀 한국유학 초청 | ||
21일 경기도 광주시 경화여중·고 이사장실. 호주 빅토리아주(州) 벨몬트에서 온
제시카 로치(16)양이 들어서자 김득연(金得淵·70) 이사장이 벌떡 일어나 그의 두손을 꼭 잡았다. 김 이사장은 “제시카양 할아버지 같은 분들
덕분에 오늘날의 나와 한국이 있을 수 있었다. 정말 잘 왔다. 웰컴(welcome)”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시카의 할아버지는 호주 해군으로
6·25 전쟁에 참여했다.
김 이사장은 6·25 때 미군부대에서 잡일을 하던 ‘하우스보이’ 출신이다. 이때 만난 한 미군 소속 민간인의 도움으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던 그가 50여년 후 은혜를 갚기 위해 우방국 참전 용사들의 후손을 한국으로 초청해 무료로 공부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에 ‘1호’로 한국에 온 제시카에 이어 올해 안에 터키와 스웨덴의 참전용사 후손들도 합류해 함께 1년여간 한국생활을 할 예정이다.
학비와 숙식은 학교에서 제공한다. 제시카는 “한국은 처음이지만 할아버지에게 얘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낯설지 않다”며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한국어와 문화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제시카가 올해 한국 땅을 밟게 된 인연의 시작은 김 이사장이 ‘평생 은인’인 로이드 슈씨를 만난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3 때
전쟁을 맞아 가족과 헤어져 황해도에서 단신으로 월남(越南)한 김득연 학생이 백령도 미 공군 608부대 사령관의 하우스보이로 일하던 때였다. 미군
군속 통신회사에서 근무하던 슈씨는 밤늦도록 책을 놓지 않던 김득연 학생을 눈여겨보다 후원자가 됐고, 그는 이 도움으로 다시 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후에도 슈씨의 은혜를 잊지 못하던 김 이사장은 1998년 슈씨가 사망한 뒤 자신의 학교에 그를 기리는 공원을 세웠지만 뭔가 허전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2003년 미국 LA를 방문했을 때 아직도 20여명에 달하는 6·25 참전 상이군인들이 원호병원에 있는 것을 보고 “다른
참전 용사들을 위해서도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마침 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니 참전 용사들 후손들을 공부시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먹고 살만하다고 어려웠을때 받은 은혜를 잊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제시카가 한국에 오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호주 대사관과 호주 ‘한국전쟁참전용사협의회’(KWVA)를 통해 어렵게 연락이 닿았지만
할아버지 아서 로치(75)씨가 반대하고 나선 것. 1951년 8월부터 1년여간 호주 군함 ‘시드니호(號)’의 정비병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로치씨는 참전 사실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하고 한국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지만 하나밖에 없는 손녀를 선뜻 보내기는 주저했다고 한다. 전쟁 당시
폐허가 된 시가지와 쓰레기 더미를 뒤지던 아이들의 처참했던 인상이 너무나 강렬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4월 재향군인회의 초청으로 53년 만에 한국땅을 밟은 그는 한국의 변화된 모습에 입이 딱 벌어졌다. 안심하고 손녀를 맡겨도
되겠다는 마음을 굳힌 로치씨는 부인(73)을 적극 설득해 동의를 얻었다.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나 유난히 외로움을 많이 타는 제시카에게 로치씨는
“가서 울지 말고 좋은 경험 많이 하고 오라”며 애지중지하던 자신의 무공훈장과 메달을 쥐어줬다. 고등학교 1학년 과정으로 들어온 제시카는 평일에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주말에는 반 친구들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한국 문화를 배워나가게 된다. 학교측은 내년까지 6·25 참전 21개국(전투병 파병 16개국, 의료지원 5개국) 참전용사
후손을 10여명 정도 더 초청하고, 학생들이 원할 때까지 한국에 남아 공부를 계속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요즘 6·25전쟁에 대해서도 이념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런 것을 떠나 수많은 외국의 젊은이들이 이 땅에서
우리를 위해 피를 흘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참전 용사들은 ‘전쟁터 한국’에서 만났지만 그 후손들은 50여년 뒤 평화로운 한국의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고 뛰어놀고…. 참 멋진 일 아닙니까.”
(임민혁 기자 lmhcool@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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