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예까쩨리나 여제는 예술품 수집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멋진 전시실을 꾸미는데도 관심이 있어서 당시까지 가장 아름다운 복도로 알려진
바티칸 교황궁(현재 바티칸 박물관)의 유명한 회랑(라파엘이 직접 그림)을 본따서
비슷한 회랑을 겨울궁전 내에 만들도록 명령했다네요...
그래서 신 에르미따쥐에 아래와 같은 모사품이 만들어졌고요,
'라파엘의 성경'이라고 부르는 대작 연작 그림이 이 회랑을 따라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벽과 기둥, 천정 모두가 회화로 장식된 회랑(주랑?)이고요,
신에르미따쥐의 한쪽 벽, 겨울 운하 옆을 따라서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회랑과 연결된 전시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홀과 미켈란젤로 홀입니다.
사진에서 좀 흔들렸지만 천정과 벽에 아름다운 연작 회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티칸의 회랑에 있는 성경을 주제로 한 라파엘의 프레스코화를
라파엘의 제자들이 그대로 모사한 것이지요.
지난번에 보았던 라파엘의 마돈나 등 라파엘의 유화 11점을 전시하기 위해서
이 회랑을 이렇게 특별하게 장식 했지만, 변색이 되는 유화를 잘 보존하기 위해
지난번 들렀던 마졸리카 관 쪽으로 그림들을 옮긴 거라고 합니다.
미켈란젤로 관으로 이어지는 '기사관'이예요.
기사들의 갑옷, 투구와 함께 벽 장식, 타피스트리도 참 멋진 곳인데
웬일인지 조명을 하지 않고 공간을 어둡게 두어서 사진으로는 잘 안보이네요...
기사관의 탁자 등 가구와 마루 바닥도 마음에 들던데요, 너무 어두워서요...
이어지는 미켈란젤로관의 그림들과 '몸을 웅크리고 있는 소년' 조각도 너무 캄캄해서
사진으로 소개해드릴 수가 없네요 ㅠㅠ
어서 채광이 되는 전시실로 이동해야겠어요~
옆에 이어지는 회화전시실들은 천정에 채광창을 가지고 있어서 자연조명을 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회화와 이탈리아의 회화 대작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실이고요,
에르미따쥐의 또다른 특색있는 공간을 보여주는 곳이었습니다.
전시실 천정과 조명기구(스탠드형)가 세련된 이 공간은
지금부터 꼭 200년전에 이런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방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그림들은 우선 베니스 화가들이 그린
베니스 풍경 그림들이었어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지요... ^^;
위 그림은 1740년대에 카넬레토가 그린 그림입니다,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 옆 두깔레 궁 앞 선착장에서 하선하는 사람들(외교관) 모습이
지금도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16세기말부터 18세기까지의 이탈리아 회화를 전시하는
말르이(小) 채광창 전시실과 발쇼이(大) 채광창 전시실에서
틴토레토, 바사노, 베로네즈 등의 작품들도 잠시 감상했습니다.
이탈리아 조각작품들도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진 못했고요...
스페인 채광창 전시실에서도 스페인 화가들의 대작을 잠시 훑어보고
루벤스, 반다이크, 렘브란트를 보러 또 이동합니다.
기대했던 것보다도 너무나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천천히 걸작들을 감상하지 못하는 점이 참 아쉽네요... ㅜㅜ
복도를 지나고, 몇몇 전시실을 스쳐 가고요...
전시실들을 지나쳐서 계속 걸어갑니다.
작은 전시실 한켠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가구들에도 잠시 눈길을 주고요...
저는 가구와 인테리어에도 흥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큰 박물관에서는
특색있는 가구들 조차도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구가 많은데요 @.@
우와, 제가 좋아하는 스페인 화가들~~~
고야, 엘그레코, 벨라스케스 까지도 곁눈질로 잠시 보고는 지나칩니다. ㅜㅜ
오, 엘 그레코... 사도 베드로와 사도 바울이네요... 1500년대 후반의 귀중한 그림입니다.
이제 렘브란트관에 들어서서 잠시 호흡을 고릅니다.
아무리 바빠도 렘브란트 걸작들은 감상해야겠지요... ^^
위 사진은 1630년대 렘브란트가 그린 '다나야'라는 걸작이예요.
실은 이 작품은 원작 위에 일부 덧칠을 한 거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1985년 누군가 이 유명한 그림에 황산을 끼얹고 칼질을 했다네요 @.@
바티칸의 삐에타나 여러 박물관의 다른 유명한 작품들이 수모를 당했듯
유명세를 톡톡이 치른 셈입니다...
에르미따쥐의 렘브란트관에 있는 그림들은 하나같이 걸작입니다.
이렇게 많은 렘브란트 작품을 한꺼번에 감상하는 행운을 가졌지만
시간 여유가 없네요ㅜㅜ 그저 눈을 크게 뜨고 넋나간 듯 두리번 두리번 할 뿐이지요...
여기저기서 낮은 탄성이 들립니다. 조촐하고 어두운 전시실에서도
렘브란트의 그림들은 하나하나 신비한 빛을 발하고 있었거든요~
1634년 렘브란트작, 플로라의 모습을 한 사스키아의 초상화...
이 그림은 그림책에서 본 적이 있는 유명한 작품이예요.
화가는 자신의 아내를 축제 분위기로 장식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렘브란트가 가장 유복하고 사랑에 빠져있던 시절의 그림이라는데
불행하게도 사스키아는 곧 죽고말았다네요. 이후 부와 명성도 점차 사라져가고요...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후 그의 그림은 점차 심리 묘사에 집중하게 됩니다.
렘브란트의 걸작 또 하나 '귀걸이를 하는 젊은 아낙'입니다.
@.@ 이 그림은 렘브란트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돌아온 탕자'입니다.
화가 자신의 일생의 결말을 묘사하고 있다네요...
돌아온 탕자, 자신의 작은 아들을 맞이하는 아버지의 얼굴엔 사랑과 용서가,
동생을 바라보는 형들의 시선엔 분노와 싸늘함이...
렘브란트가 고독한 상태에서 사랑, 고통, 이별, 용서를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설명입니다.
렘브란트 관을 마지막으로 회화작품 나머지 부분 관람은 포기했습니다.
그럼 다른 전시실에 무엇이 있냐구요?
수없이 많은 프랑스의 회화작품과 함께 잘 알려진 화가들
들라크루아, 피사로, 르누아르, 모네, 세잔, 반 고흐, 루소, 코로, 고갱, 시냑,
피카소, 마티스, 보나르, 뒤피, 칸딘스키, ... 그리고 로댕의 조각에 이르기까지
어느 박물관 못지 않은 콜렉션을 가지고 있다네요 @.@
반 고흐와 피카소, 마티스의 알려지지 않은 걸작들이 에르미따쥐에 있다니
꼭 다시 방문해야지 다짐을 했습니다 !!
에르미따쥐에는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이집트, 그리스, 로마 시대의 유물들도 전시되고 있습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대영박물관처럼 각국에서 저렴하게 수집(?)해온 것이 아니고
대개 예술품 콜렉션으로 구입했다는 것입니다.
러시아 황제들은 대단한 예술품 애호가(아니면 수집광?)였던 것 같습니다.
희귀한 고대유물과 로마시대 조각작품들...
그리고 고대 이집트 유물, 미이라...
이렇게 이집트, 그리스, 로마의 고대 유물을 마지막으로
시간 부족의 아쉬움을 안고 에르미따쥐 관람을 마쳤습니다.
짧은 시간에 둘러본 첫 방문이었지만 참 즐거운 시간이었고요,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으로 기억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둘러야할 것 같습니다, 이전 준비가 벌써 시작되었다고 하니까요...
이 에르미따쥐가 박물관으로서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화려한 궁전을 활용하면서도 전시 작품에 맞게 재설계한 아름다운 전시실들 때문이고요,
좋은 작품들이 이렇게 훌륭한 전시공간 덕분에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위 사진(엽서)처럼 고대 로마 유적지에서 옮겨온 모자이크 타일 장식도
2000년 후에 지어진 아름다운 파빌리온 전시관에서 전혀 어색하게 보이지 않았어요...
그리고 에르미따쥐가 러시아에 있지만 세계 어느 곳의 유명 박물관 못지 않게
박물관 안내를 받거나 정보를 조회하는 디지털 도구들도 잘 갖추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들어갔던 곳을 통해 출구로 향합니다.
이 초상화의 주인공, 예까쩨리나 2세의 예술품 수집과 전시에서 시작된 에르미따쥐,
언젠가 꼭 시간 여유를 갖고 천천히 둘러보고 싶습니다.
뾰트르 대제는 자신의 아들을 반역죄로 처형했고, 그의 손자는 조금 모자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맞이한 이 손자 며느리는 뛰어난 처세술과 정치력으로 뾰트르를 이어
러시아 역사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고 지금까지도 존경받는 여제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예까쩨리나의 남다른 수집 취미 덕분에 모아놓은 귀중한 예술품을
21세기에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게 되었으니 감사할 따름이지요...
에르미따쥐는 그동안 크고 작은 재해, 특히 화재로 인해 건물에 큰 손상을 입기도 했지만
가능한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하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방대한 양의 전시품들 중에는 아직 제자리를 못찾고 창고에 잠자는 것도 있지만
겨울궁전과 주변의 부속건물 5개에 최대한의 전시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낡은 건물구조 덕분에 야간에 쥐를 잡는 고양이도 풀어놓는다지만
역시 다른 박물관이 흉내내기 어려운 정말 아름다운 공간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한편 주요 유화작품들은 소비에트 시절에 모스크바의 다른 미술관으로 옮겨가기도 해서
박물관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다고 하네요...
혁명 직후에는 혁명정부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일부 중요한 콜렉션을 해외에서
판매하기도 했다는데 @.@ 앞으로는 그런 불행이 없어야겠죠?
이제 녜바강변의 출입구 밖으로 나왔습니다. 여전히 들어가고 나오는 사람들로 붐비네요...
예술을 사랑하고 문화에 관심이 많은 쌍뜨뻬쩨르부르크 사람들에게
이곳 에르미따쥐는 자부심의 상징인 것 같습니다.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의 봉쇄가 시작되기 직전에 이 박물관의 주요 유물은
기차에 실어서 시베리아로 피난보냈었지만 대다수의 전시품은 지하 창고에 숨겨뒀다는데
궁전건물이 포격과 폭격의 피해를 입었는데도 다행히 예술품은 대부분 무사했다고 합니다.
700일간의 봉쇄기간중 수없이 굶기도 하고 전투에서 사상자가 어마어마하게 발생했지만
이 도시의 공연장에서는 공연이 계속되었고, 박물관과 미술관의 문화유산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도 시민들에 의해 계속되었다니...
부럽기도 하고 러시아인에 대한 저의 선입견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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