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의 정의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란, “식품의 판매`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가정과 식당 등 조리 과정에서 식품을 다듬고 버리는 음식물, 먹고 남긴 음식물 및 식품을 보관했다가 유통기간 경과로 그냥 버려지는 농`축`수산물의 음식물류 폐기물”을 말한다.
2002년 1월 환경부가 발표한 내용을 언론매체가 앞다투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러한 음식물 쓰레기의 배출량이 1999년도에 483만톤으로 전체 식품 공급량의 18.7%라 한다. 그 경제적 가치는 국가 예산의 13%에 해당하는 14조7476억원 어치로서, 식량 수입액(9조5420억원)의 1.5배라 한다. 이는 자동차 수출액(14조5600억원)과 맞먹고 반도체 수출액(24조5700억원)의 60%에 해당하며 월드컵 축구경기장 70개를 더 지을 수 있는 돈이라 한다. 끼니를 거르는 어린이가 16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보도에 접할 때마다 정말이지 어처구니없다는 생각만 든다.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아무리 말끔하게 먹는 사람이라도, 생선의 가시, 닭의 뼈, 귤이나 수박의 껍데기까지 송두리채 먹어치울 수는 없다. 사과를 깎아 먹을 경우, 버릴 수밖에 없는 껍데기와 속의 질량이 대략 6분의 1, 즉 17% 정도가 된다. 이처럼 식품의 상당 비율은 원천적으로 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식품 공급량에 대한 쓰레기의 비율이 18.7%라는 수치는 이처럼 먹을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한 수치인가?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음식물 쓰레기를 ‘제로’로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물 쓰레기 ‘제로’를 가정한 금액을 가지고 자동차나 반도체 수출액, 월드컵 경기장 건설비와 비교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공허한 숫자 놀음에 불과하지 않은가? 더구나 음식물 쓰레기와 결식아동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남한에는 쌀이 남아돌지만 북한 주민들은 굶주린다.
여하간 음식물 쓰레기의 수집, 운반, 매립, 소각, 재활용 등의 비용을 제외한 483만톤의 가치가 14조7476억원이라면, 톤당 300만원이 넘는다. 음식물 쓰레기의 가치가 일반 쌀값(톤당 200만원 정도)의 1.5배나 된다는 이야기이다. 납득할 수 있는가?
게다가,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이 30.2%라면서, 음식물 쓰레기의 가치가 식품 수입액의 1.5배에 이른다고 한다. 정말 그렇다면, 수입 식품과 국산 식품의 평균 가격이 엇비슷하다고 가정할 경우, 음식물 쓰레기만의 가치가 전체 식량 가치의 105%나 되는 셈이다. 정말이지 믿어도 되는 이야기인가?
1인당 하루의 발생량은 한국 250 g, 미국 230 g, 프랑스 220 g, 독일 170 g, 일본 360 g이라 한다. 이 수치가 맞는다면 우리의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달리 많은 편은 아니다. 알뜰하기로 이름난 일본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인들은 버리는 부분까지 우리는 먹어치우는지도 모를 일이다. 더구나 채소류 쓰레기의 비율이 53%인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의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호들갑을 떨어야 할 수준은 아니지 않은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으로 제시된 내용에도 가관인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예를 들어서, 식품을 잘 다듬고 소량씩 포장해서 유통시키라 한다. 그러면 가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줄겠지만 판매`유통 과정에서의 쓰레기는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요컨대 이러한 방법은 식품위생과는 관련이 있을지언정, 오히려 포장 쓰레기를 증가시키게 되므로,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또 가정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개숫물에 헹구어 염분함량을 줄이고 꼭 짜서 물기를 없앤 후 배출하라고 한다. 그렇다면 수돗물은 낭비해도 좋은가? 수질오염은 어떻게 되나? 그럴바에야 아예 분쇄기로 갈아서 몽땅 하수도에 버리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식단 계획을 세워 필요한 식품한 구입하고, 선도가 좋은 식품을 선택하며, 식사량에 맞춰 장만하고, 찌개류는 꼭 먹을 만큼만 조리하며, 식사시에는 소형 찬그릇을 사용하고, 음식점에서 남겨진 음식은 포장하여 싸오며, 여행시에는 도시락을 준비하란다.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그저 어안이 벙벙해질 뿐이다. 그들의 눈에는 사람들이 모두 어린 아이처럼 보이는 것일까? 어떻게 여행을 떠나면서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라고 할 수 있는가?
물론 음식점의 상차림에 개선할 점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누구인가? 한 푼의 이문이라도 더 남기려고 애쓰는 사람들이다. 시시콜콜 지시하거나 간섭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알아서 개선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남겨지는 것을 보면서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가 반드시 부정적 의미만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 농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많을수록 그만큼 농`어`축산민의 소득은 물론 재활용업자의 소득 증가에 기여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우리의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지난 10년 동안 50% 정도나 줄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국민 의식이 향상됐고 앞으로도 더욱 좋아질
것이다. 아직 쓰레기를 더 줄이기 위해 노력하자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연구기관이나 언론매체나 행정기관은 공허한 숫자놀음으로 사람들의 정신을
소모시키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국민을 어린이 취급하는 버릇은 이제 그만 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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