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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경 일본의 의사 사이쇼 히로시[稅所弘]가 쓴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 이라는 책이 출간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원래 문명이 일천했던 고대 원시시절의 인간들은 일출과 동시에 일어나 일몰과 동시에 잠자리에 드는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기의 발명으로 대낮같이 밝은 밤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문명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신체의 자연스런 리듬을 깨뜨리는 결과를 가져 왔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옛부터 내려오는 우리 속담에 보면 '일찍 일어난 새가 모이도 먼저 줍는다.' 고 해서 아침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근면 검소한 사람이며 장래에 성공할 재목임을 강조하여 은근히 계몽하고 부추기는 일면이 있다.
아침형 인간은 오후 11시 이전에 자고 오전 5시경 일어나는 통상적으로 부지런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유형중에 성공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아침형'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일단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시간을 충분히 활용해 여유도 있고 건강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일찍 일어나려고 빨리 잠자리에 들었지만 기상시간은 변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취침시간만 늘었다는 사람도 많다.
일찍 일어난 탓에 생체리듬이 깨져 닭병걸린 것 처럼 근무중에 꾸벅꾸벅 조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의학적으로 아침형 인간은 얼마나 건강할까. 이를 규명하기 위하여 먼저 생체시계를 조금만 이해해 보자.
뇌의 시상하부에는 '시신경교차상부핵'이 있다. 이것이 바로 생체시계인데 빛의 밝기에 따라 몸 상태를 조절하고 있다. 빛에 대한 정보는 보통 눈의 망막을 통해 입수하지만 수면중에도 자외선이 피부를 통과해 망막에 도달한다.
생체시계는 밝을 때에는 깨어 있으라는 명령을, 어두울 때 잠들라는 명령을 각 기관에 내린다. 명령을 받은 각 기관은 이에 맞춰 호르몬을 분비하고 체온과 수면리듬을 조절하는 것이다.
여름엔 아침에 일어나기도 쉽고 실제 일찍 일어나진다. 그러나 겨울엔 일찍 일어나기가 어렵다. 이 역시 빛에 대한 생체시계의 반응으로 몸이 지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현상이다.
어둠이 시작되면 멜라토닌이, 잠이 들면 성장호르몬과 각종 면역물질이 분비된다. 멜라토닌은 오전 3시 전후, 성장호르몬은 오후 10∼오전 2시에 가장 활발하게 분비된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생체 리듬은 사람마다 다를 뿐 아니라 이들 호르몬은 각각 빛이 사라지거나 잠에 빠지면 언제든지 분비된다. 깊은 잠에 빠지면 뇌는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 소모량도 줄어든다. 이에 따라 대사율이 떨어지면서 체온도 내려간다.
기상할 시간이 되면 창을 투과한 햇빛이 쏟아져 몸은 그 빛을 받게 된다. 생체시계는 1, 2시간 전부터 자연스럽게 기상 준비에 들어가 호르몬의 일종인 코르티솔을 분비해 혈당량을 높이고 지방산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든다. 이때 대사율이 높아지면서 체온도 상승한다.
여기서 아침형 인간은 적어도 의학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많다. 몸에 충분한 빛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잠을 깨웠기 때문이다. 아직 어두운 오전 5시경 잠자리에서 일어나 조명을 켠다. 이때 몸은 어떤 상태일까.
억지로 일어나 빛을 받았기 때문에 멜라토닌의 분비가 갑자기 뚝 떨어진다. 그러나 생체시계가 준비를 하기도 전에 잠에서 깨는 바람에 몸을 가동할 만큼 충분한 빛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코르티솔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몸이 묵직하다. 대사가 아직 원활하지 못해 체온도 뚝 떨어진 그대로다. 다시 말해 의식은 깨어 있지만 몸은 수면상태 그대로라는 것이다.
이때 무리하게 운동을 하면 잠자고 있는 육체를 혹사하는 꼴이 된다. 특히 밤이 긴 겨울철에 오전 5시 이전에 일어나는 것은 나이 드신 어르신일수록 몸에 무리가 된다. 최소한 빛이 희미하게 나마 보이는 오전 6시 이후 기상이 좋다.
그래도 성공을 위하여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다면 기상하기 적어도 30분∼1시간 전에 저절로 불이 켜지는 조명을 준비해서 인공적으로라도 몸에 빛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때로 필요에 의해서 생활패턴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 아침형에서 저녁형으로 바꾸기는 어렵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저녁형에서 아침형으로 바꾸기는 매우 어려웠을 줄 안다. 왜 그럴까.
보통 생체리듬이 바뀌는 주기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평균 24.5시간 정도라고 한다. 반면에 자연의 변동 주기는 정확하게 24시간이다. 사람은 매일 지연되는 0.5시간을 메우면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것이다.
따라서 기상 시간을 앞당긴다는 것은 자연의 흐름과 배치되는 행위이다. 특히 생활패턴을 2시간 이상 앞당긴다면 피로감과 두통, 졸림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시차가 앞선 미국쪽으로 여행을 갔을 때가 돌아왔을 때보다 적응이 어려운 경험은 없는가. 가령 3시간 시차가 앞선 지역으로 간다면 생체리듬은 3.5시간의 시차를 극복해야 하지만 돌아왔을 때는 2.5시간의 시차만 극복하면 된다.
만약 세상에 빛이 없다면 어떨까. 참고로 낮과 밤의 구분이 따로없는 북극지방에서는 자연의 주기를 따르지 않고 각자 고유한 생체리듬을 따르게 된다고 한다. 어두컴컴하더라도 생체시계의 지시에 따라 인체는 밤낮을 구분하는 셈이다.
일반 기업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아침형 인간'이 되라고 독려한다. 출근시간을 앞당기고 벌건 대낮에 퇴근하여 남는 시간을 발전 지향적인 자기계발에 투자하여 숨막히는 경쟁대열에 합류할 것을 강권하고 있다.
물론 늘어나는 정보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여 경쟁력 강화에 나서려면 더 많은 정보를 분류하고 선별하여 습득해야 함은 물론 다양한 문화 생활도 즐기는 등 시대 변화에 따라 해야 할 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에 따라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을 어떻게 해야 잘 활용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게 되고 좀 더 효율적이고 능률적인 시간관리를 위해 아침형 인간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
현대그룹의 정주영 왕회장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새벽 3시에 기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제너럴일렉트릭사의 회장이었던 잭 웰치는 오전 7시 30분부터 업무를 독려하며 아침형 인간들의 사기를 드높이고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우리에게 휴식을 취해야 할 저녁 시간마저도 경쟁대열에 동참하기를 강요하는 측면이 없지않고 그에 따라 아예 저녁시간대에 주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서서히 늘어나는 양상이다.
나아가 아침형 인간에 대한 획일화된 강요는 과거 태양의 빛과 온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시대의 것이며, 시공간이 자유로운 '디지털시대' 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창조력과 상상력이 가치를 낳는 디지털 시대에는 밤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요즘엔 찜질방은 물론 오전 2시에 여는 '26시 영화관'도 있으며, 24시 편의점 등등 저녁에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저녁에 공부가 더 잘 된다던가 업무에 능률이 오른다는 사람들도 많다.
직장인들의 경우 접대를 위한 술자리 때문에 저녁에 늦게 자는 경우도 많고 때문에 아침에도 늦게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학생들은 입시 공부에 시달리며 하교 뒤에도 학원을 다니거나 독서실등에서 공부하느라 늦게 잠자리에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형 인간들은 반대되는 컬러를 가리켜 향기(활력)가 느껴지지 않는다던가 지각은 아니라 해도 출근시간에 겨우겨우 맞춰 회사에 뛰어든다는 공통점(게으름)이 있다고 매도한다.(고도원의 아침편지 인용)
불쑥 과거의 '새마을 운동'이 떠오른다. 아침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두 배가 된다는 이 속물적 경제논리는 새벽별 보기나 천리마 운동같은 북한 동포를 떠올리게 하고 문득 나치즘 치하의 독일같은 획일적인 국가관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아침형 인간이 아닌 '저녁형 인간'에게는 향기가 아예 없을까. 출근시간에 겨우겨우 맞춰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저열한 인간으로 취급하는 대목이 거슬린다. 그들이 지닌 현실적 애환 따위에는 아예 관심이 없는 것 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아침형 인간이 지니고 있는 주장은 분명히 근대적 효율성으로 인간을 재단하고 자본주의 논리로 인간을 개조하려는 파시즘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파시즘에 열광한다. 마치 마조히즘적 히스테리와 같아보인다.
아침형 인간이 되는 이유는 결국 이 처절한 경쟁사회에서 승자가 되어 돈도 좀 벌고 명예도 얻어보자는 것일게다. 이 경쟁만능의 처세술이 교육열을 부추기고 학벌주의와 황금만능주의를 강화하는 이데올로기는 아닐까.
한정된 시간이기 때문에 무조건 효율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미하엘 엔데 원작의 모모라는 소설이 바로 그것이다. 한때 대중가요인 김만준의 노래에 등장할 정도로 한때 화제를 일으켰던 이 책에서 바삐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을 잘 묘사하고 있다.
모모에서는 효율적인 시간관리란 미명하에 무조건 바쁘고 피곤하게 스트레스를 잔뜩 받으면서 사는 일이 잘 살기 위한 일이라는 왜곡된 자본주의적 논리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휴식을 취하는 것은 낭비가 아니라 또 다른 투자다.
우스개 소리같지만 '아침형 인간'이란 책을 낸 출판사 사장도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이 책을 출판함으로써 돈은 벌겠지만 그는 아침형 인간으로부터 '쓰레기' 취급을 받을만한 '저녁형 인간'이었던 거다.
성공, 그것은 무엇일까. 경제적인 궁핍에서 해방되는 것이 최고일까. 돈이 수단으로써의 임무를 망각하고 세상이 돌연 자본지상주의 사회로 변화하면 그 도구가 되어 마음껏 부의 축척을 향유하면 그만일까.
우리는 몸이 버텨주는 한 일을 하고 싶다. 단순히 돈만 벌기위한 거라면 평생동안 벌어봤자 어차피 끌어안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개 돼지의 삶이 이와 별다르랴. 존재해 봤자 구차스러운 삶이 될 뿐이 아니더냐.
세상은 어울리며 사는거다. 이 세계에 약간은 도움이 될 유익한 일들도 많다. 인생에 보람과, 생활에 여유와,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있어서 스트레스나 잔뜩 끌어안으며 억지로 아침형 인간일 필요는 없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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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학에서는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주로 양인(陽人)은 아침형 인간, 음인(陰人)은 저녁형 인간으로 구분한다.
태양인과 소양인 등 주로 양인의 체질을 가진 사람은 아침에 눈뜨기가 비교적 편하다고 한다. 몸에 양기가 많은 사람들은 햇빛의 기운을 잘 받아들이기 때문에 해 뜨는 새벽부터 활기가 넘친다.
이런 사람들은 당연히 새벽이나 아침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중요한 약속이나 집중력이 필요한 업무를 오전에 잡는 것이 성공의 열쇠일 것이다.
태음인과 소음인 등 음인의 체질을 가진 사람은 양기가 강한 아침에는 힘을 잘 쓰지 못한다. 유난히 아침잠이 많고 일을 하더라도 아침에는 머리의 회전이나 집중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체질은 주로 정오를 넘어야 몸의 상태가 정상적으로 돌아오므로 주로 오후 시간을 이용해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좋다. 이런 사람이 아침형 인간이 되겠다고 새벽부터 왕성한 활동을 하게 되면 오후 내내 피로가 쌓여 일을 망치게 된다.
아침형 인간이 좋아보인다고 무조건 아침형 인간이 될 수는 없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침형 인간에 적합한 체질이 있고 그렇지 않은 체질도 있는데 무조건 유행을 따르다간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하지만 일찍 퇴근하고 오전에 중요한 일이 많은 사람 등 '종달새형'이 바람직한 사람 중 늦잠을 자는 사람이라면 수면습관을 아침형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도 요령은 있다. 자명종에만 의존하면 안되고, 자명종 이후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미리 정해놓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식이다.
예컨대 자명종 스위치를 끄고 라디오 음악을 켠 뒤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체조를 하는 식이다. 음식 가려먹기도 활용할 수 있다.
아침엔 숙면을 방해하는 타이로신 성분이 많이 든 음식, 저녁엔 숙면을 유도하는 트립토판 성분이 많이 든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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