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멋있게 그리고 싶었다(?)”
[영화평]
`천군`과 `웰컴 투 동막골` 남북한 군사를 소재로 한 영화가 최근 연이어 개봉했다. 현재에서 시작해 1572년으로 이동하는 ‘천군’과
1950년 6*25전쟁기를 배경으로 한 ‘웰컴투 동막골’. 시대 배경은 다르지만 남과 북의 군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과 ‘민족공조’라는
주제의식은 같다.
영화 ‘천군’(감독 민준기)은 남북한 합작으로 핵무기를 만들던 군사들이 혜성의 힘에 이끌려 과거로 날아가 청년
이순신을 만난다는 황당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SF와 사극, 코믹 등 여러 장르를 섞은 퓨전영화다. 사람들이 아는 ‘불멸의 이순신’이 아니라,
무과시험에 낙방하고 실의에 빠진 28세의 이순신이 등장한다. 패배감에 젖은 이순신을 최고의 장수로 만들기 위한 남북한 병사들의 노력이 그려진다.
‘웰컴 투 동막골’(감독 박광현)은 6*25전쟁 중에 5명의 남북한 군인들이 강원도 산골마을 동막골에 찾아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남북 군인들이 화해하는 과정이 영화의 중심을 이룬다. 이들이 연합군의 공격으로부터 동막골을 지키기 위해 연합작전을 펼친다는 내용.
가상공간 동막골을 배경으로 역사적 소재를 판타지와 결합했다는 점에서는 ‘천군’과 비슷하다. 두 영화 모두 남북관계를 다루고 있는데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화 `천군`의 스틸 컷
남북 공동으로 핵무기
개발한다(?)
북핵문제로 6자 회담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개봉한 ‘천군’에서는 핵무기를 아예 남북한이 공동으로 개발한 것으로
설정했다. 영화는 2001년 남북정상회담 화면으로 시작한다. 정상회담 이후 남북한이 비밀리에 지하기지를 만들고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이 사실을 알고 핵무기를 인계하려 하자 남북한 병사들은 울분을 삼키면서 “우리가 지금은 힘이 없어서 헤어진다”고 말한다. 북한군 강민길
소좌(김승우)는 핵무기 ‘비격진천뢰’를 빼돌리다가 혜성을 만나 추격하던 병사들과 함께 과거로 떨어진다.
남북 병사들은 서로
티격태격 하다가도 이순신이 “왜 같은 편끼리 싸우냐”고 꾸짖자 싸움을 멈춘다. 그러나 이 같은 평화주의는 “세계 최초로 미국을 선제공격할 수
있는 나라가 될 뻔 했다”며 아쉬워하는 장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평화에 대한 이중적 잣대는, 달 표면의 성조기를 혜성이 태우고 지나가는 영화
초반부에서부터 일관되게 드러난다. 영화는 핵보유를 옹호한다는 점과, 핵무기가 남북한의 공동소유라는 강한 정치적 목소리를 내비치며 논란의 소지를
남기고 있다.
“북한군 멋있게 그리고 싶었다”
‘천군’ 감독은 북한군 소좌 역으로 김승우를 캐스팅할 당시 “멋있는
북한군을 그리고 싶다”고 밝힌바 있다. 실제로 두 영화는 모두 북한군사를 호의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영화 속 남한 군사들은 골동품을 챙기려고
무덤을 도굴하는 등 적당히 세속적이다. 북한군으로부터 “주체적 역량이 부족하다”고 비난을 받기도 한다.
‘웰컴 투 동막골’에
등장하는 남한군사는 탈영병과 겁쟁이로 그려지는 반면, 북한군 상위 리수화(정재영)는 인간적인 매력을 갖춘 캐릭터다. 남한군인들이 밥을 먹는 동안
동막골 주민들의 농사일을 도우러 나가는 것도, 먼저 화해를 청하고 양보하는 것도 리수화의 역할이다. 힘들 때 품에서 애인 사진 대신 인공기를
꺼내는 투철한 애국심을 가지고 있다. 틈날 때마다 “종로 구락부에서 날렸다”고 자랑하는 문상상(서재경)과는 대조적이다.
전쟁이
일어난 지도 모를 만큼 깊은 산속에 있는 동막골은 어느새 전략적 요충지가 되어 연합군의 폭격대상으로 탈바꿈 한다. 남북한 군사들은 연합군에
대항하기 위한 공동작전을 개시한다.
영화 `웰컴투동막골`의 스틸 컷
판타지로 포장한 폐쇄적인
민족주의
두 영화 모두 판타지 형식을 빌리고 있다. 북한과 미국에 대해 분명한 정치적 입장을 취하면서도 현실의 민감한 문제는 코믹과
판타지라는 장르적 특성으로 희석시킨 ‘영리한’ 영화다.
영화 속 동막골은 동양의 이상향인 무릉도원을 연상시킨다. 함께 농사지은
곡식은 창고에 모아두었다가 나누어 먹는 순박한 ‘공산사회’다. 남과 북이 화해하는 이곳이야 말로 영화가 전하고 싶은 이상사회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곳은 외부와 고립되었을 때만 행복할 수 있는 폐쇄된 공간이다. “갈 곳이 없기는 둘 다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주인공들처럼, 영화는 ‘배타적
민족주의’라는 동막골에 갇혀 갈 곳을 잃고 있다.
김정은 기자 hyciel@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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