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번 6자회담에 임하는 속내는 어떤 것일까. 핵문제를 통해 1차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탈(脫)냉전 이후 북미관계의 개선을 통한
체제보장이다. 이는 한반도에서 'DPRK의 지위'에 대한 미국의 공인(公認)을 받아내는 데 최우선적인 목표를 두고있음을 뜻한다.
대남(對南)적화는 그 이후의 과제인 것이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21세기 국제사회에서의 패권(覇權)유지이다. 동북아(東北亞) 신(新)질서 구상은 그 핵심을 이루는
중대사안이다. 미국이 어떤 구상을 갖고 대응할 것인가에 따라 북핵문제의 향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이 같은 의중(意中)을 모를 리 없다. 따라서 그들은 핵무기나 관련기술을 제3국의 테러집단에 공급(이전)하지 않으며,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중단할 것임을 약속하고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과 국제사회에서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기를 기대할 것이다.
미국이 이를 수용할 리도 없지만, 실제로 이런 선에서 타결된다면 북한은 여전히 핵(核)을 보유하면서 체제보장 및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까지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북핵(北核)의 예상피해 당사국인 남한은 북한의 핵 위협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이 주문하는 대로 춤을
춰야 한다.
북한이 6자회담 재개에 응하면서 제기한 '한반도 비핵지대화'는 협상카드일지언정, 그들이 보유하고있는 핵무기를 폐기할 의향을 전제로 했거나
염두에 두었을 리 만무하다.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나 핵프로그램을 포기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북한은 그처럼 순진하지 않다.
북한이 통상전력(戰力)강화 전략을 버리고 '비대칭(非對稱)전력' 개발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80년대부터였다. '핵무기 개발'은 바로 그
비대칭전력개발의 꼭지점이다. 저들은 미국과 남한의 연합북침(北侵)·공습·정밀타격을 염두에 두고서 대응전력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최신무기 또는 최고기밀에 속하는 군사기술을 적은 돈으로도 쉽게 손에 쥘 수 있던 때가 있었다. 소비에트 연방(聯邦)이 최악의 경제적 위기에
빠졌을 1990년을 전후한 시기가 그러했다. 이 같은 사례는 실제로도 당시 국제군사정보망에 자주 오르내렸었다.
한 두 가지 예를 들어보자. 스텔스 전폭기를 탐지할 수 있는 '타마라' (Tamara)라는 레이더가 있다. 체코에서 개발된 이 레이더나
개량형 레이더 또는 러시아제(製) '썬번 대항 미사일'을 북한이 이미 확보하고 있다면 미국의 대(對)북한 공격 시나리오는 다소 차질을 빚을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 점령 후 확보한 후세인 시절의 비밀문서 중에서 사정거리 3백km의 대함(對艦) 순항미사일을 구매하기 위해 이라크가 북한을
접촉한 기록이 발견됐었다. 북한의 전력(戰力)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라있는가를 말해주는 사례들이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를 향해 '군사작전을 벌일 의도가 없다'는 메시지를 자주 띄우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정치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수사(修辭)나 제스처일 뿐이다. 북한이 계속 미국의 적극적인 핵 해결의지를 외면하고서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핵 폐기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예기치 못한 급변상황이 우리 앞에 닥칠 수 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선제(先制)공격에 나선다면 우리 눈앞에 어떤 사태가 벌어질 것인가. 군산(群山)기지의 F-117스텔스 전폭기 편대가
북한의 전략적 목표들을 폭격할 것이고, 동해상의 미해군 함정에서도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여 타격에 나설 것이며, 미국 본토에서도 '보이지
않는 폭격기' B-2기들이 1천∼2천 파운드급 JDAM탄을 16∼24발씩 탑재하고서 한반도 상공에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정밀타격은 군사지휘통제시설·지하 핵시설·미사일 발사기지·통신시설·생화학무기 생산 및 저장시설·지도부 거점 등 1천여 곳에 집중될 것이다.
155마일 휴전선에 배치된 1만3천 문의 북한 각종 포(砲)진지도 예외일 수가 없다. 북한 전역의 이들 주요 군사목표물의 위치정보는 이미 미군에
의해 입력되어있다.
미국의 북폭(北爆)시나리오대로라면 북한은 하루밤새 90% 가까운 전력(戰力)을 잃고서 전의(戰意)를 상실할 것이다. 이때부터 북한군의
통신시설은 마비될 것이고, 대공포나 미사일을 쏠 수도 없을 것이며, 비행기를 띄울 수도 없는 19세기 군대로 변하고 말 것이다.
미국은 지하 심층부의 견고(堅固)표적을 파괴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다양한 무기들을 개발해왔다. 가공할 위력을 발휘할 최신
벙커버스터(Bunker Buster)·통합 직격탄(JDAM)·정밀유도미사일 등이 바로 그것이다. 지하 견고표적 관통파괴용 소형 핵탄두(核彈頭)
미니·누크(Mini Nuke)가 실전(實戰)에 동원될 수도 있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북한이 미국의 정밀타격을 감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은 '김정일 정권의 교체'(Regime Change)에 초점을
맞추고있는 미국의 의중(意中)을 읽고서 결사적으로 대항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남한에 핵무기 사용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 모든 것이 당사국에 아무런 통보 없이 하루밤 사이에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에서 정밀전자전(戰)이 일어날
경우 그 승자가 어느 쪽이 될 것인가는 너무나 자명하다. (코나스
논설위원)